탄소중립 실천이 전세계적으로 기후위기를 대응하기 위한 과제로 대두되면서 국내외, 정부뿐 아니라 전남도를 포함한 각 지역자치단체들이 이에 대한 장기계획을 수립하고, 구체적 실행방안을 경쟁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앞선 기획보도를 통해 탄소중립 실천 방안 중 하나로 목재산업에 주목했다. 탄소흡수원 나무와 숲, 국내 목재산업의 현주소, 목재산업을 선도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는 일본 훗카이도 등의 사례 등을 비교하는 보도를 진행했다. 그동안의 보도와 함께 전남 산림연구의 중심축인 전남산림연구원의 오득실 원장으로부터 미래세대를 위한 산림 환경 조성, 활용, 목재산업의 활성화 방안과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돈이 되는 ‘산림’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는 숲에 대한 인식은 환경을 지키는 아이콘으로서 보호하고 가꿔 미래세대에게 잘 물려줘야 할 유산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래서인지 우리에게 있어 나무를 베는 벌채에 대한 인식 또한 매우 부정적이다. 하지만 숲에 있는 나무를 그대로 존치하고 보존만 한다면 순환능력이 떨어진 노인숲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토 전체면적의 63%가 산림이다. 2020년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전국 1004만1000㏊중 산림이 629만3000㏊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가 중 4번째로 산림률이 높은 국가에 해당된다. 산림강국인 북유럽 국가들과 비교해도 결코 낮지 않은 비율에 해당되며, 세계평균 30%의 2배가 넘는 대표적인 산림국가이다. 또 입목축적량 역시 165㎥/㏊로 OECD 국가 평균 131㎥/㏊보다 26% 높은 양이다. 따라서 미래 지속가능한 산림발전을 선도할 수 있는 큰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중 하나로 급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비해 돈이 되는 산림을 경영하기 위해 인프라가 되는 산림핵심 기반시설인 임도밀도는 임업선진국에 비해 1/13~1/5 수준인 3.97m/㏊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임업선진국인 오스트리아는 50.5m/㏊, 일본은 23.5m/㏊, 미국 9.5m/㏊로 아직도 체계적인 숲 관리를 위해서는 더 많은 임도시설 인프라 확충이 필요한 실정이다. 임도는 임업 등 경제활동과 숲관리, 숲의 활력 유지, 산불과 병해충 등 산림재해 관리 그리고 임업 단기소득 임산물 채취 운반과 목재수확 벌채 및 조림 갱신을 위해 가장 필수적인 인프라가 임도이다.

전남은 기후가 온화할 뿐아니라 산세가 완만하고 토양이 비옥해서 숲을 이용한 산림복합경영을 실현하기 위한 최적의 지역으로 손꼽힌다. 잔디, 취나물, 산수유, 황칠 등 생산량과 생산액이 1위인 품목이 여러개이다. 편백과 삼나무, 백합나무 등 목재수확용 산림경영단지에 숲가꾸기를 통해 토양과 기후조건 등을 고려해 두릅, 음나무, 잔대, 천문동 등 산약초를 임내 재배한다면 목재수확 소득이전에 단기소득원으로 돈이 되는 산림경영을 실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또 지금부터라도 숲을 보전만 하는 보호관리 대상이 아니라 임도시설 인프라 확충을 통해 숲을 가꾸고 경영해 사유림내에서도 자발적인 목재수확이 활발히 이뤄지도록 해 갱신조림과 함께 선순환경영을 위한 체계적인 산림사업이 활발해져 돈이 되는 산림으로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책적으로는 목재건축을 활성화시킬 수 있도록 제도적 근거를 마련해 벌기령을 앞둔 지역산 목재수확을 유도하고 교육청, 학교 교육프로그램과 연계한 목공예 체험으로 어릴때부터 생활속 목공예를 접하도록 함으로써 목재의 가치와 소중함을 인식시키고 성인이 되면 친환경 생활가구 이용으로 이어져 목공산업 확대로 이어지도록 해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산촌 일자리가 늘어나 일본사례와 같이 지역소멸 산촌 인구감소는 둔화되고 출산율도 점진적으로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산촌진흥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목재산업 활성화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

현재까지는 임야를 소유의 가치로 여기고 소극적인 숲관리를 통해 임업직불금 수령을 위한 최소한의 관리만으로 국가지원금으로 임업소득을 취할 수 있겠지만 앞으로는 스마트 양묘 플랫폼 기반 산림바이오 소재 생산을 통해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임산물 재배·수확 등 적극적인 생산활동으로 기업은 물론 소비자가 원하는 돈이 되는 산림으로 한층 더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탄소저장고 ‘목재’

최근 UN 기후변화 당사국 회의에서 목재의 탄소저장능력이 인정받으면서 세계적으로 목재이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가고 있다. 목재는 인간에게 있어 심미적으로 쾌적함을 느끼게 하고 습도를 조절해주는 등 기능과 쓰임새가 다채롭다. 현재 지구는 연간 64억t의 탄소를 배출하지만 그 중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30억t만이 자연으로 흡수된다. 따라서 나머지 34억t의 탄소를 줄이지 않으면 지구의 미래는 암담하다. 따라서 건축에 많이 쓰이는 철이나 콘크리트 등의 건축자재와 달리 광합성에 의해 1㎥에 250㎏의 탄소를 저장하는 목재에 대한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목재를 생산하는 벌목행위는 숲을 파괴한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지만 나무는 이산화탄소를 흡수·고정하는 특성으로 인해 벌목으로 대기중의 이산화탄소는 증가하지 않는다. 더불어 목재를 생산하게 되면 탄소흡수능력이 떨어진 노령화된 숲을 젊은숲으로 바꿔 더욱 탄소 흡수능력이 우수해져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살아있는 50년생 소나무 1그루가 약 1년 6개월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양(8.3㎏)을 목재기둥 1개(길이 3m, 폭 10.5)에 담아둘 수 있어 목재건축이 탄소중립에 큰 역할을 할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목재 36㎥를 이용해 주택 1동을 지었을 때 저장된 탄소양은 약 9t에 이른다. 따라서 목조주택은 제2의 산림이라고 불리울 만큼 친환경적이다. 흔히들 철골조 건축물이 목조건축물보다 강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알고보면 철이나 콘크리트에 비해 목재가 훨씬 강한 고성능 건축자재이다. 지진 등 외부의 충격에도 강하다는 것이 일본의 지진을 통해서도 이미 입증된 바 있다. 실제로 목재의 무게대비 인장강도는 콘크리트의 225배, 철의 4.4배이고 압축강도는 콘크리트의 9.5배, 철의 2.1배이며, 휨강도는 콘크리트의 400배, 철의 15.3배에 달해 전 세계적으로 활발한 목재건축 소재 연구가 진행돼 고층건물에 경쟁적으로 적용해 나가고 있다. 세계 최대의 목재건축물인 스페인의 메트로폴 파라솔을 비롯해 독일 뮌헨의 목탑(164M)과 2041년 축조예정인 일본의 70층(350M) 목조건축물까지 이미 목재는 전세계적인 건축자재로 하루가 다르게 상용화되고 있다.

목재는 화재에 약하다는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꺼리는 경우가 많은데, 콘크리트 건물은 골조 구성요소가 철재로 화재시 녹아내리지만 목재는 화재시 목재표면에 탄화층이 형성돼 연소에 필요한 산소공급을 차단하므로 내부까지 타들어 가는데 오랜시간이 걸린다. 이에 따라 충분한 대피시간 확보가 가능해져 화재 등 재해에 안전한 건축물이라 할 수 있다. 이외에도 목재는 탁월한 단열성능과 실내수분 조절기능과 균형있는 흡음기능이 있어 생활편의성을 높여준다. 따라서 건축물이나 가구의 재료로 목재를 이용하면 탄소저장을 할 수 있어 탄소저장고라고 하지만 UN 기후변화협약에서 자국산 목재로 만든 제품 이용량을 탄소 감축량으로 인정하고 있어 국산목재 활용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지난 2020년 OECD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연간 생장량 대비 목재수확량 비율이 다른 국가들의 절반이하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그 이유는 국산 목재자급률이 16%로 매우 저조하기 때문이다. 세계각국은 목재제품 이용률을 늘려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이행하려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50년까지 220만t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따라서 탄소저장기간이 길고 부가가치가 높은 목조건축, 목재가구 등을 우선 이용하고 부산물을 에너지 원료로 이용해야 한다. 따라서 목재의 이용이 곧 ‘탄소중립’이라는 국민적 인식이 필요하다. 또 벌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없애고 일본 지방정부 사례와 같이 목재수확 벌채시 보조금 지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제도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

세계는 보이지 않는 탄소중립 전쟁에 나서고 있다. 앞으로 세계시장에 신제품을 출시하고 수출하려면 탄소중립이 전제조건이다. 지금부터라도 국산목재 이용을 더욱 활성화 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춰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모든제품에 ‘탄소저장량 표시제도’와 ‘국산목재 활용제품 우선 구매제도’ 등이 필요하다. 이미 세계적인 기업 애플에서는 ‘Apple 2030’을 발표해 2030년까지 공급망과 제품의 100% 탄소중립화 달성을 약속는데, 애플은 이미 기업운영 영역에서는 전세계적으로 탄소중립화를 달성했으며 이젠 IPCC 목표보다 20년 앞서 전체 순탄소 발자국 제로화를 달성할 계획에 있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도 탄소중립 제품에 대한 발빠른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체 아닌 ‘선순환시스템 구축’

우리나라도 이제는 산림부국에 해당된다. 다른나라와 비교해봐도 산림자원은 풍부한 편에 속한다. 그러나 목재자급률은 낮은 수준이며 목재수입을 위해 연간 7조원 가량의 외화를 쓰고 있다.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서는 국산목재의 안정적인 공급과 적극적인 이용이 필요하다. 국산 목재의 공급을 늘리려면 지역별로 나무를 심고-가꾸고-수확해 이용하고 다시 심는 산림자원 순환경영이 활성화 돼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경영임지의 규모화와 집약화된 사업 추진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임업선진국들의 정책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우선 오스트리아의 경우 각 산림소유자들이 농업 상공회의소에 의무적으로 가입해 협의체를 구성해 산림을 경영하도록 하고 있으며, 핀란드에서는 산림경영의 효율화를 위해 산림경영협회를 운영하며 협회는 산주를 대신해 전문경영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웃나라인 일본은 제안형 집약화 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는데, 이 사업은 ‘산림사업 플래너’가 산주들을 설득해 일정규모 이상의 지역을 묶어 규모화. 집약회된 사업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러한 선진 사례들을 도입해 우리 실정에 맞는 선도산림경영단지를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은 초기단계로 산주의 인식개선과 경제임업 성공모델의 발굴이 필요하다

또 ‘지산지소’형 목재 생산·소비 시스템 구축을 위해 원목 중 제재 수율 50~60%에 해당하는 규모만 상품화되고 나머지는 폐목 처리되는 등 원목 운송비의 절반 가량이 낭비돼 지역산 목재를 해당 지역에서 생산, 가공,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서 순환형 임업 경제를 확립하고 각 지역마다 일명 목재종합물류센터를 설립해 지역산 목재의 종합 집하, 판매의 총괄 기능을 수행하도록 공적 지원을 해나가면 ‘한국형 산림 선순환 시스템’이 구축되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