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레’와 ‘품앗이’.

두레는 농촌 마을 사람들이 힘을 모아 공동으로 농사일을 하기 위해서 만든 조직을 말하며, 품앗이는 이웃끼리 일손을 빌려 서로 돕는 일을 말한다. 그러나 현대 사회로 접어들면서 이러한 공동체 문화는 축소됐고, 마을 사람 간의 유대는 점차 사라지게 됐다. 이는 농사를 짓는 이들은 줄고 도시에 사는 이들은 단체활동보다 개인의 삶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우리 사회는 개인에게 편리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동시에 단일화되고 있으며 이웃 간의 결속력 또한 위축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조상들이 힘겹게 땀을 흘려가며 쌓아온 유대와 보전한 자연환경을 이대로 파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의 현대 사회에 걸맞은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로 이웃 간의 관계를 회복하고 지속가능한 먹거리를 확보해야 할 때이다. 그 해답을 바로 ‘마을공동체 단위의 텃밭’에서 찾을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마을공동체 단위의 텃밭은 도시농업을 의미한다.

도시농업법 제2조 1항에 따르면 도시농업이란 도시지역에 있는 토지, 건축물 또는 다양한 생활공간을 활용해 농작물, 수목 또는 화초를 재배하거나 곤충을 사육(양봉을 포함)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렇듯 도시농업은 따로 농사를 위한 넓은 부지를 확보하지 않아도 건물 옥상이나 화단에서 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예시로 여수는 무농약, 무비료, 무비닐을 원칙으로 하는 친환경 도시 텃밭만을 운영하기도 해 먹거리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도시농업을 이어 나가는 데 일부 문제점이 존재한다. 바로 2020년부터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되며 도시 텃밭으로 이용되던 땅이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공원 일몰제란 도시공원으로 만들기로 계획해 개발을 제한한 땅이 20년 이상 방치될 경우 토지주에게 돌려주는 제도를 말한다. 광주 동구, 남구에서 도시 텃밭을 위탁해 운영하는 도시농업연구소 박상일 대표는 ‘이전엔 사유지에서도 그 땅을 임대해 텃밭으로 사용했는데, 도시공원 일몰제로 인해 광주 서구에 있던 도시 텃밭이 문을 닫게 됐다’며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사유지를 사들여 텃밭 부지를 확보해야 한다. 텃밭으로 쓸 토지가 부족할 경우 공원을 텃밭의 용도로 사용할 수 있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실현을 장담하기 어렵다. 공원 관련 부서는 농업보다 조경을 중심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공원에 도시 농업을 전문적으로 맡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해외에서는 도시농업을 어떻게 실현하고 있는지 그 선도 사례를 알아보자. 네덜란드의 지역 네트워크인 ‘Landzijde’은 북부 네덜란드 100여개의 치유농장에 농업, 보육 및 복지를 관리하는 중앙 사무소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 네트워크는 농업이 갖는 다양한 기능을 시민들이 누릴 수 있도록 고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 이외에도 레크레이션, 자연 관리, 유기농 생산, 지역 제품 개발, 교육 및 돌봄 복지에도 집중하고 있다.

시민은 이 치유농장에서 자신이 얻고자 하는 혜택을 다방면으로 누릴 수 있다. 참가자들은 치유농장에서 자신의 힘으로 농작물을 관리하고 수확하는 등의 ‘실제 작업(real work)’을 경험하게 되고 이는 자기효능감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를 통해 개안 건강과 생활의 구조, 직장 생활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도시 농업은 아웃과 유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돕고 보살핌이 필요한 노인이나 어린이에게 쉼터가 될 만한 장소를 제공한다. 또한 먹거리를 자급자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적으로 이득이며 직접 재배하기 때문에 화학적인 약품 사용에서 벗어날 수 있다.

마을 텃밭을 통해 잊혔던 이웃 간의 정을 되살리고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울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