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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관규 순천시장이 서울시 간부공무원을 대상으로 강연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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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천그린광장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시민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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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관규 순천시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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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생태수도’ 차별화 된 선택
‘생태수도’ 순천의 시작은 지난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산업단지와 제조업 위주로 경제가 성장하기 시작한 여수·광양과 달리 순천은 이렇다 할 산업기반을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위축돼 있던 순천시에 노관규 시장이 취임했다. 순천을 어떻게 이끌어야 할지 고심하던 노 시장은 전세계 5대 연안 습지 중 유일하게 온전히 보존된 연안습지인 순천만습지에 주목했다.
어느날 인근 일본의 이즈미시에 출장을 갔다가 월동하는 흑두루미가 가장 많이 폐사하는 이유가 전깃줄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됐다. 노 시장은 순천에 돌아와 양수기로 논에 물을 대던 농민들을 설득해 대대뜰에 박힌 282개의 전봇대를 전부 뽑아냈다. 흑두루미를 위해 전봇대를 뽑는 것은 세계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새들 사이에 소문이라도 났는지, 거짓말처럼 흑두루미 개체수가 급격하게 늘기 시작했다.
흑두루미가 늘자 관광객은 물론 그들을 실은 관광버스까지 늘어났다. 요즘 표현으로 ‘오버 투어리즘’ 때문에 순천만이 훼손될 위기에 놓이자 노 시장은 또다른 묘책을 고심했다. 그러다 독일에서 일하는 조경학 전문가 고정희 박사의 책을 읽고 유럽의 정원 문화와 정원박람회를 알게 됐다. 순천만습지와 도심의 중간에서 정원박람회를 연다면 완충지대이자 시민을 위한 휴식처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전국이 ‘정원 열풍’
그렇게 2013년 순천은 온갖 우여곡절을 거쳐 한국에서 처음으로 국제 규모의 정원박람회를 개최한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440만명의 생태 관광객을 끌어 모았고, 이후 정원박람회가 치러진 정원이 대한민국 1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되면서 국내에 ‘정원문화’라는 화두를 던졌다.
다시 10년이 흘렀다. 공백기를 거쳐 다시 시장으로 취임한 노 시장 앞에는 두번째 정원박람회가 놓여 있었다. 노하우가 없어 유럽의 유명한 정원을 모방하거나 외부 전문가에 의존했던 10년 전과는 달리 이제 순천 방식으로 정원을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국가정원 내부는 빼곡하게 채우기보단 비우는 방식을 택하고, 4차선 도로를 푸른 잔디밭으로 바꿔낸 ‘그린아일랜드’를 통해 단절돼 있던 도심과 국가정원 사이를 연결했다. 재해 시에만 간헐적으로 활용되던 저류지를 6만평의 광장으로 바꿔낸 ‘오천그린광장’은 ‘그린아일랜드’와 함께 2023년 정원박람회의 가장 상징적인 공간으로 꼽히며 지금도 박람회 이후에도 시민에게 사랑받는 거실로 남아 있다.
지난해 박람회가 남긴 것은 에버랜드를 제친 관람객 980만명이라는 수치적인 성과만이 아니다. 생태로 경제를 견인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고, 2023년 잼버리 사태로 불거진 지방자치 무용론을 당당하게 불식시켰다. 전국에 정원 열풍이 일어났다. 노 시장은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노 강사’로 전국에 출강을 다녀야 했다.
△정원 넘어 새로운 미래로
정부와 기업의 신뢰를 얻으며 각종 공모, 기업 유치에도 불이 붙었다. 순천은 정부에서 추진하는 3대 특구(문화특구, 교육발전특구, 기회발전특구)를 석권한 것은 물론, 순천대학교에 글로컬대학 30 지정까지 이끌어내며 정원 그 이상의 순천으로 도약하기 위한 채비를 마쳤다.
전국의 지자체가 지방소멸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지금, 순천시가 빼 든 무기는 바로 문화콘텐츠 산업이다. 순천의 독보적이고 아날로그적인 자연 자원에 창의력과 상상력을 원천으로 하는 문화산업을 채워 혁신적인 도시 모델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상을 기반으로 올해 4월 1일 다시 문을 연 순천만국가정원은 애니메이션 ‘두다다쿵’과 웹툰 ‘유미의 세포들’을 활용한 정원, 활주로를 모티브로 만든 스페이스 허브, 꿈의 다리를 디지털화 한 스페이스브릿지 등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했다. 정원박람회 시기와는 또다른 매력으로 무장한 국가정원은 6개월 만에 250만 관람객을 달성하며 문화산업 메카 순천의 미래 비전을 가시화하고 있다.
△11월 1~3일 ‘글로벌 콘텐츠 페스티벌 in 순천’
11월 순천시가 처음으로 시도하는 ‘글로벌 가든 콘텐츠 페스타 in 순천’은 문화산업 메카라는 시의 비전을 본격화하기 위한 테스트베드다. 다음달 1일부터 3일까지 순천만국가정원과 오천그린광장의 푸른 무대 위에서 펼쳐진다.
1일 개막식에는 세계 3대 애니메이션 영화제로 꼽히는 프랑스 안시국제 애니메이션 미카엘 조직위원장(CITIA), 주한 프랑스 부대사, 문화체육관광부, 전남도 등 문화산업 관계자를 초청해 문화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시의 새로운 비전을 선포하는 개막식을 갖고, 안시의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 관계자를 초청해 행사의 품격을 높일 계획이다.
시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야외 애니상영회와 캐릭터 팝업, 문화 꿈나무들을 위한 학생 애니메이션 영화제와 인기 애니메이터 토크콘서트, 국내·외 산업 종사자들을 위한 비즈니스 마켓과 홍보관 등 다양한 방문 수요를 고려한 프로그램들이 마련돼 있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처음 생태수도를 선포하고 정원박람회를 시작할 때, 인간은 자연과 생태를 떠나서 살 수 없기에 언젠가는 녹색도시로의 전환이 반드시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다”며 “다행히 그 예측이 맞아 떨어져 이제는 일하는 직원들의 정주여건을 중요시하는 각종 기업들이 순천으로 옮겨 오려는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순천이 택한 것이 문화산업으로, 순천은 이미 3개 대학에 웹툰 관련 학과를 보유하고 있고, 창의력이 꽃피기 좋은 쾌적한 생태 조건도 갖추고 있다”며 “이번 ‘글로벌 콘텐츠 페스티벌 in 순천’를 통해 다시 한번 순천 앞에 놓인 밝은 미래를 보여드리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