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현재 파리에서는 올림픽에 이어서 장애인들의 올림픽인 패럴림픽이 열리고 있다. 올림픽의 성화가 꺼지고 콩코르드 광장에는 패럴림픽의 성화가 다시 솟구치고 있다. 올림픽 성화는 올림픽의 발상지인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채화되지만, 패럴림픽의 성화는 패럴림픽이 태동한 잉글랜드 남동부의 버킹엄셔주 스토크 맨더빌에서 채화된다. 이처럼 패럴림픽과 올림픽은 다르면서도 비슷한 점을 많이 가지고 있다. 이번 2024 파리패럴림픽의 ‘Games Wide Open’(완전히 개방된 대회) 슬로건은 역대 대회 최초로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똑같은 슬로건을 내걸었다.

패럴림픽은 전쟁과 인연이 깊다. 2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 나치 독일에서 탈출한 유대인 출신 의사 루드비히 구트만 박사가 1948년 ‘전쟁 중 다친 참전 용사’를 위해 스토크 맨더빌 병원에서 자신이 개설한 척추 부상 센터의 이름을 딴 ‘스토크 맨더빌 게임’을 개최하면서 시작됐다. 이 스토크 맨더빌 게임이 이후 패럴림픽으로 발전해 1960년, 마침내 이탈리아 로마에서 23개국, 400명이 참가하는 최초의 패럴림픽이 개최됐다.

패럴림픽(Paralympic Games)은 신체적 장애를 가진 운동선수들이 참가하는 국제 스포츠 대회이다. ‘패럴림픽’이라는 이름은 ‘Paraplegic’(하반신 마비)과 ‘Olympic’을 결합한 것으로, 처음에는 하반신 마비 환자들을 위한 대회로 시작되었지만, 이후 다양한 장애를 가진 선수들로 참가 범위가 확대되었다. 장애인들이 참가하는 4년 주기 국제 스포츠대회는 패럴림픽 외에도 청각장애인들이 참가하는 데플림픽(Deaflympic Games)과 발달장애인들이 참가하는 스페셜올림픽(Special Olympics) 등이 있다.

2024 파리패럴림픽은 22개 종목이 개최된다. 이들 종목은 대부분 비장애인 종목에서 파생돼 장애 특성에 맞게 변형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2024 파리올림픽에서 오상욱(대전광역시청) 선수가 2개의 금메달을 획득한 펜싱의 경우 에페, 사브르, 플뢰레 등 세부종목도 동일하다. 하지만 비장애인 선수들은 피스트(펜싱경기장) 위에서 움직이며 공격과 수비를 하지만 장애인들은 휠체어를 프레임에 고정한 상태에서 휠체어에 앉은 상태에서 상체를 앞뒤로 움직이며 공격과 수비를 하는 차이가 있다. 또한 우리지역 출신 안세영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한 배드민턴의 경우 모든 규칙이 거의 같지만 휠체어 배드민턴의 경우 네트와 서비스라인 사이에 셔틀콕이 떨어질 경우 오히려 실점하는 등의 차이가 있다.

그리고 올림픽에는 없는 패럴림픽의 독자적인 종목도 있다. 대표적인 종목이 골볼과 보치아이다. 먼저 골볼은 시각장애인이 참여하는 구기 종목으로 경기 중 관중들은 조용히 해야 한다. 배구장 크기의 경기장에서 방울소리가 나는 농구공 크기의 공을 자기 구역에서 굴려서 상대편 골대에 넣고, 수비 때는 방어하는 3대3 게임이다. 또 다른 종목은 보치아다.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양궁이 10회 연속 금메달을 획득한 효자종목이라면, 패럴림픽에는 보치아가 양궁과 같이 1988 서울패럴림픽에서부터 이번 2024 파리패럴림픽까지 10회 연속 금메달을 획득에 성공했다. 보치아는 직사각형 경기장(12.5m×6m)에서 뇌병변 장애인 등 최중증 장애인들이 참가하는 스포츠다. 경기방법은 표적구에 자신의 공을 가까이 붙이는 경기로 컬링과 유사하다. 선수들 중에는 손대신 발가락을 사용하여 투구하거나 던지는 능력이 없는 경우 홈통(보조기구)을 이용하기도 한다.

이번 파리패럴림픽에 광주선수단은 6개 종목에 선수 11명, 지도자 및 보조선수 5명을 포함하여 총 16명의 선수단이 참가했다. 광주지역 선수들 중에는 광주시청 장애인실업팀 소속의 탁구·양궁·사격 외에도 보치아·육상·조정 등의 비실업팀 선수들도 포함돼 있다. 특히 보치아 강선희(한전KPS)와 육상 정지송(삼호개발)은 생애 첫 패럴림픽에 출전했고, 조정 김세정(롯데케미칼) 선수는 2016년부터 3회 연속 출전했다. 이들 3명은 민간기업에 장애인체육 선수로 채용돼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국내·외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며 패럴림픽까지 출전하게 됐다.

굵직한 메이저 대회에서의 성과는 해당 종목의 활성화를 가져온다. 비장애인체육의 경우 1998년 골프선수 박세리의 US여자오픈 우승 이후 ‘박세리 키즈’,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에서 김연아 선수 금메달 획득으로 ‘김연아 키즈’ 신드롬이 일어난 바 있다. 이처럼 스타의 탄생은 전문체육 분야인 학원 스포츠와 성인 중심의 생활체육 분야의 활성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장애인체육 또한 패럴림픽을 통해서 이룬 성과들이 종목 활성화 및 전반적인 장애인 생활체육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장애인체육은 학원 스포츠보다는 먼저 생활체육 분야의 재가장애인들의 체육 참여의식을 높여 생활체육 활성화를 이룬다. 이런 생활체육 활성화는 결국 전문체육선수 입문의 통로 역할을 수행하며 생활체육과 전문체육이 상호발전을 도모한다.

정리하면, 비장애인 전문체육은 전통적으로 학원 스포츠를 통한 선수육성 중심에서 최근 스포츠클럽 형태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체육은 재활과 여가생활을 병행하는 생활체육을 통해 전문체육을 시작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이 상호발전을 이룬다는 점에서 독특하다고 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 국민생활체육조사’와 ‘2023 장애인생활체육조사’ 결과를 보면 비장애인 생활체육 참여율은 62.4%이며, 장애인의 생활체육 참여율은 33.9%로 발표됐다. 아직도 장애인들의 생활체육 참여율은 비장애인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경쟁력 있는 장애인 전문체육을 위해서는 생활체육의 활성화가 병행돼야 하는 이유이다.

광주는 민선 8기 강기정(광주시장애인체육회장) 시장 취임 이후, 지속적인 장애인체육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7개 전국 광역시 최초 자치구체육회 100% 설립을 완료해 자치구 중심의 맞춤형 찾아가는 장애인생활체육 시대를 열었다. 또한 북구반다비체육센터와 남구반다비체육센터를 개관해 자치구에서 운영 중에 있으며, 2026년 광산구반다비체육센터와 광주종목특화형 반다비체육센터 등의 추가 건립을 통해서 광주지역 7만여 장애인들의 체육복지서비스를 더욱더 강화할 예정이다.

그리고 직선 4기 이정선 광주광역시교육감은 5개 특수학교 운동부 육성 지원 사업과 광주시교육감배장애학생체육축전 개최 등을 통한 지속적인 학생 전문체육선수 발굴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지난 7월부터 본량중학교 운동장 개보수를 통해서 창던지기·원반·투포환 등 투척 훈련이 가능한 장애학생 육상 투척 전용구장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서 장애학생 체육 분야의 ‘단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혁신적 포용 교육’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번 2024 파리패럴림픽에 참가하고 있는 우리지역 출신 11명 태극전사들의 활약을 통해서 장애인체육 활성화의 계기가 되고 이를 통해서 다시 한번 7만여 장애인 모두가 심장의 박동을 느끼고 스토크 맨더빌의 불꽃이 우리 모두의 심장의 불꽃으로 타오르길 염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