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일상생활에서 꿀을 쉽게 접하고 섭취하면서도 우리나라에서 꿀벌을 가축으로 분류하고 있다는 사실을 듣고 나면 생소할 것이다.

꿀벌은 벌목 꿀벌과의 곤충이지만 사람이 사육하는 동물이라는 점과 양봉산업의 중요성 때문에 축산법 시행령에서 가축으로 규정하여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꿀벌은 현화식물의 수분(受粉)활동을 매개함으로써 생물 다양성 보전과 생태계 유전자원의 유지에 기여하는 공익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2021년 한국양봉협회가 한국농업법학회에 의뢰한 양봉직불금 도입을 위한 연구용역 결과를 보면 국내 농업분야의 총 공익적 가치가 39조 6000억 원이고, 이 중 양봉산업이 29.6%에 달하는 11조7000억 원의 공익적 가치를 담당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농작물의 생산 중 70%가 꿀벌의 수분을 통해 만들어지고, 꿀벌이 사라지면 식량자원과 사료작물의 생산량이 매년 50%씩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할 만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꿀벌의 수분작용 기여도는 수박, 메론, 딸기의 경우에는 전체 생산액의 80%, 사과의 경우에는 68.9%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런데 2021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꿀벌집단 폐사 및 실종 사태로 국내 양봉산업이 붕괴 위기이다. 양봉농가에 직접적인 피해가 속출하고 연쇄적으로 종봉 가격과 화분매개용 꿀벌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마저도 구하지 못한 시설 과채류 생산 농가에는 수분활동 저조로 인한 생산량 감소 피해까지 발생하고 있다.

2023년 9월 양봉산업법을 일부개정해 기후변화로 인한 양봉산업의 피해에 대한 조사ㆍ연구 및 지원계획을 추가 규정하고, 농림축산식품부가 ‘양봉산업 5개년 종합계획’을 중장기 대책으로 내놓았지만 양봉업계에서는 ‘알맹이 없는 부실한 정책’에 어려움을 호소하며 근본적인 원인 규명과 구체적인 농가 지원을 위한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이미 미국, 뉴질랜드 등에서 연간 400여t의 천연꿀이 저율관세(20%)로 수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2015년 한국ㆍ베트남 FTA 타결로 베트남의 저가 천연꿀 마저 2023년부터 수입량이 급증하면서 양봉농가의 피해가 가중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도 절실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한국양봉협회를 비롯한 양봉업계에서는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집회를 개최하고, 토론회 등에 적극 참여하며 국내 양봉산업의 건전한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 왔다. 이제 이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화답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남도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양봉농가에서 발생한 꿀벌 집단폐사 피해와 관련해 원인을 밝히고, 안정적인 생산을 위한 연구를 추진하며 지역별로 노력하고 있지만 지역적ㆍ재정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와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이다.

우선 최근 몇 년간 지속되고 있는 이상기후와 병해충 등으로 발생하는 꿀벌집단 소멸을 재해로 인정하여 보상받을 수 있도록 농어업재해대책법 개정 등 필요한 조치를 추진해야 한다.

또한 양봉산업을 FTA 피해보전 직불금 적용대상에 포함하고, 꿀벌 전용사료를 영세율 적용대상 품목에 포함하는 등 국내 양봉산업 보호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지속가능한 양봉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 주도의 정기적인 양봉 관련 통계 현황 조사를 근거로 한 ‘양봉농가 직불금제도’를 시행하여 양봉산업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하고, 공익적 기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정부와 국회가 국내 양봉산업이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양봉농가를 위한 실질적인 지원책들을 조속히 마련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