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풍년을 맞고도 끝 모르는 쌀값 추락으로 전남지역 농민들이 울상이라고 한다.

전남도와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전남 산지 쌀값은 20㎏당 4만4435원으로 집계됐다. 한 가마(80㎏)로 환산하면 17만7740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6% 하락했다.

산지 쌀값은 지난해 10월 수확기 때 가마당 21만7552원으로 시작해 지난달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18만 원 선이 붕괴됐다.

정부가 안정적인 벼 농가 소득 보장을 위해 쌀 한 가마 가격 20만원 수준을 약속했지만 오히려 10개월 연속 곤두박질 치고 있는 것이다.

쌀값 하락의 요인은 소비 감소와 수입산 쌀로 인한 공급 과잉에서 비롯된다.

지난해 국민 1인당 평균 쌀 소비량은 56.4㎏으로 관련 조사가 시작된 1962년 이래 가장 적었다. 한 사람이 하루에 먹은 쌀은 154.5g이다. 밥 한 공기를 짓는데 쌀 100g이 들어간다고 보면 국민 1인당 하루에 밥을 한 공기 반씩만 먹은 셈이다.

쌀 수입도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따라 쌀을 매년 40만9000t 규모를 수입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데, 이는 연간 소비량의 약 10%에 육박하는 물량이다.

묵은쌀이 쌓여가는 상황에서 추석을 전후해 수확되는 햅쌀까지 가격하락의 직격탄을 맞게 되면서 전남의 농심이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이와 관련,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재고쌀에 쌀값 하락을 우려하며 정부 차원의 대책을 요구했다. 정부의 재고 쌀 5만t 추가 매입으로는 근본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남에만 재고 쌀이 9만7000t이나 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대책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정부는 구곡 시장과 신곡 시장이 겹치지 않도록 당장 산지 쌀 시장의 물량 부담을 해소할 수 있는 정도의 재고 물량을 추가 매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