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쉴 때 뭐하냐는 질문에 친구는 이렇게 답했다. ‘그냥 아무것도 안 해, 아무것도 안해야 쉰다고 느껴져’ 바야흐로 청년 탈진의 시대, 지난 4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일을 하지도,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청년이 40만명을 넘어섰다. 경제 지표 뒤에 숨겨진 청년, 즉 경제활동 인구 밖의 이들은 통계적으로 ‘쉬었음’로 분류된다. 사회는 이들을 니트(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or Training)라고 정의한다.

니트의 범위에는 실업 외에 진학 준비, 육아, 군입대 대기, 단순히 쉬는 청년 등이 포함되는데, 우리는 이 가운데 ‘쉬었음’ 청년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그 이유는 이 상황에 놓여져 있는 이들은 사회로의 진입과정에서의 반복된 좌절의 경험으로 인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쉬었음’은 곧 사회와의 단절로 이어지고 이는 곧 고립과 은둔으로 이어진다.

청년들은 왜 그냥 쉴까? 불평등한 노동시장과 한국의 과열된 교육시스템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청년층 고용의 질이 너무 나쁘다. 지난 5월 청년층 임금근로자 가운데 상용근로자는 235만3000명으로 집계된다. 작년 대비 20만명 줄어든 수치로,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최근 10년 사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정부는 일시적인 요인들과 건설업과 도소매업의 부진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으나, 상용직뿐 아니라 청년 고용율 전반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올해 6월 청년층 전체 취업자는 383만2000명으로 지난해보다 17만3000명으로 줄었다.

계속되는 취업 실패, 일자리 미스매칭 등 취업시장 문턱에 막힌 청년들은 구직 단념을 선택당한다. 2024년 6월만 해도 구직단념을 선택한 청년이 12만여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보다 1만1000여명이 늘어난 수치다. 전체 구직단념자 가운데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율은 31%에 달한다.

니트는 현재의 한국사회가 마주하고 있는 핵심적인 문제다. 이는 단순히 한 개인의 삶을 어렵게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많은 부정적 영향을 남기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정부나 지자체는 니트청년들이 증가하고 있는 원인에 대한 진단 보다는 청년들이 단지 일터로 나가기만 하면 된다 는 식의 해결책만 내놓고 있는 것이 반복되는 문제의 핵심이다.

어떤 일터 혹은 일자리를 연결할 것인지, 그보다 앞서 이들은 왜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지, 대상의 특성에 대한 조사가 돼있지 않다. 정부의 청년정책은 대체로 적극성이 있는 대상들이 참여하기 쉬운 구조이다. 사회가 정한 ‘고임금 직장인’이라는 문턱을 넘지 못한 청년들은 일상에서의 활력을 띄기 어렵고 정책 접근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런 참여자들의 특성 파악, 생애 전반에 대한 흐름이 파악되지 않은 채로 지표개선을 목적으로만 두는 정책들만 시행한다. 그사이 고립된 청년들은 더 늘었다.

근본적인 문제는 교육이다. 청소년기부터 시작되는 지옥의 입시경쟁, 그걸 뚫고 대학에 진학하지만, 경쟁은 취업 시즌까지 멈추지 않는다. 공교육에서 인문학, 철학 등 인간의 존재를 구성하는 기초학문이 등한시되면서 존재에 대한 사유가 없어진 채로 사회가 시키는 대로 달리며 반복적으로 실패를 마주한다. 결국엔 번아웃 상태에 접어든다. 취향, 취미 등 나의 세계를 구축하지 못하게 되고 삶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을 세우기가 어려운 채로 정상 루트에 진입하지 못했다는 패배감에 무기력해진다.

결국 어떠한 건물로 들어가지 못한 이들, 정상 루트를 밟지 못한 청년들은 강제로 니트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니트의 상태는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장기전이다. 그렇기에 정책의 목표가 일시적인 지표개선이 돼선 안 된다. 유럽 국가들은 니트 상태에 놓이게 된 지 4개월 안에 고용, 훈련, 교육을 보장하는 유럽 청년 보장제를 시행했다. 이 정책은 청년의 삶에 나타날 수 있는 장기적인 부정적 영향을 감소시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고 정책의 목표도 장기적으로 잡은 것이다. 유럽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강화된 청년 보장제’를 시행했다. 사회경제적 위기를 반복해 겪으면서 니트 청년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보강한 것이다. 청년 문제는 노동, 주거, 부채, 젠더 등 사회의 여러 현안이 맞물려 나타나기에 종합적이고, 복잡하다. 단기간 개선을 목표로 접근하면 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

광주시도 다양한 청년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니트청년에 대한 생애 전반에 걸친 조사를 통한 맞춤형 지원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정책연계로 니트청년 사회적안전망 강화, 일자리-주거-부채 등으로 이어지는 종합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취미와 취향이 사라진 세대, 삶이 무채색인 세대, 오로지 경쟁으로만 훈련하는 것을 ‘교육’이라 지칭하는 사회에서 청년들은 말라가고 있다. 건물에 들어가지 않고도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 ‘나’로서 온전 할 수 있는 사회, 니트라는 딱지, 쉬었음이 문제라는 낙인이 아닌, 대안적 삶의 방식과 행복의 가능성을 담보하는 정책적 실험이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