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19 이후 야구장 내 취식이 가능해지면서 스포츠 관람 문화가 재활성화됐다. 특히 올해 프로야구가 큰 인기를 끌며 야구장에 찾는 사람이 급증했다. 프로야구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야구장에서 먹고 즐기는 것들이 소중하지만, 가슴 한 편엔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 제대로 분리배출되지 않은 쓰레기로 인한 악취와 쉴 새 없이 나오는 일회용품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야구장에선 먹다 남은 음식물이나 음식 용기, 일회용컵, 응원봉 등 수많은 쓰레기가 쏟아져 나온다. 관중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발생하는 쓰레기 문제와 일회용품 사용 문제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된 것이다.

야구장 내 쓰레기 문제는 생각하는 것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2023년 12월 한국환경공단이 발표한 ‘제6차 전국폐기물통계조사’(2021~2022)를 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 10개 야구장에서 발생한 폐기물은 모두 3444t으로 나타났다. 이를 관중 1명이 하루에 버린 폐기물량으로 환산하면 7.95g으로 스포츠 및 레저시설 중 가장 많았다. 게다가 환경부는 야구장에서 연간 400만개의 일회용 컵이 버려지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광주환경운동연합에서는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2023년 8월 15일부터 3주간 7차례에 거쳐 일회용품 사용 모니터링을 진행했는데, 모니터링 기간 동안 일회용 컵 2만1858개, 비닐봉지 8618개, 빨대 5816개, 응원봉 75개가 버려지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한 경기마다 일회용품 5100여개가 버려지는 셈이다. 이러한 수치는 일회용품을 비롯한 쓰레기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이제 야구장 내 일회용품 사용과 쓰레기 문제를 인지하고, 모두가 누리는 문화생활의 장이자 여가의 공간에서 환경을 지키기 위한 물결이 시작돼야 한다.

정부와 프로야구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환경부는 자원재활용법을 개정, 체육시설에서 플라스틱 재질 일회용 응원용품 사용이 금지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프로야구 10개 구단도 일회용품 없는 야구장 조성을 위한 자발적 협약을 체결했다. 그 결과 공식 응원용품을 다회용이나 친환경 종이 재질로 바꿔 응원봉으로 쓰이는 막대풍선이나 비닐류 일회용품은 사라지게 됐다. 또한 광주시에서는 KIA타이거즈와 친환경 야구장 및 자원순환 문화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해 플라스틱 응원용품과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다회용기 사용을 유도하며, 올바른 분리배출을 유도하는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 올해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를 방문했을 때 관중이 종이 응원봉을 사용하고 다회용기를 이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한 경기 중간에 구장 내 환경 개선을 위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광고를 보고, 올바른 환경 조성을 위한 노력이 느껴졌다. 반면에 여전히 수많은 일회용품이 가득 쌓여져 있는 쓰레기통도 볼 수 있었다.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여러 움직임에도 아직 문제가 남아있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노력으로 잠실야구장의 다회용기 사용 사례를 볼 수 있다. 현재 잠실야구장 내 30여개 매장에 컵과 그릇, 도시락 등 다회용기 10종류가 비치돼 시범운영 중이다. 서울시는 다회용기 체계를 적용해 폐기물을 집중적으로 감축해, 올해에만 플라스틱 폐기물 24t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부가적으로 30개가 넘는 일자리도 창출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이 다회용기 사례처럼 프로야구 각 구단은 야구장 내 환경문제 해결과 개선을 위한 새로운 규정을 도입하고 여러 방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물론 야구장 내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단 차원에서의 노력과 함께 규제의 개선이 필요하다. 하지만 올바른 분리배출과 다회용기 이용하는 개인의 노력도 동시에 필요하다. 쾌적한 야구장과 깨끗한 환경은 바로 우리의 손으로 만들 수 있다. 아직도 음료가 담긴 컵, 잔반이 남은 음식 용기, 캔, 페트병과 일회용 플라스틱컵, 종이 상자와 봉투가 하나의 쓰레기통에 버려지고 있다. 이는 결국 실천의 영역이기에 개인의 분리배출 의사와 이행이 적극적으로 실현돼야 한다. 환경을 지키기 위해 시행되는 여러 노력이 무용지물이 되게 만들어선 안 된다. 모두가 즐기는 공간인 만큼 모두의 손으로 야구장 내 환경개선을 위한 물결에 동참하는 노력 또한 절실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