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한 어린이집 교사가 불법 대부업체에서 사채를 빌리면서 자신의 휴대전화 연락처 정보를 담보로 제공해 파문이 일고 있다. 연락처에 저장된 일부 학부모들은 대부업체로부터 자녀의 생명을 위협하는 추심 협박에 시달린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광주 남부경찰 등에 따르면 봉선동에 위치한 C어린이집에서 10여년 간 재직 중인 A교사(46·여)가 지난 6일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에 속아 불법 대부업체로부터 사채 50만원을 빌렸다.

A교사는 대부업체의 요구에 따라 ‘12일 오후 1시까지 대출금을 변제하겠다’는 차용증을 자필하고, 차용증을 손으로 들고 있는 상반신 사진과 실명, 자택 주소 등이 담긴 주민등록증 사진을 보냈다.

이와 함께 ‘상환 불이행 시 민·형사적 책임을 지겠다. 연락 두절 시 가족, 지인, 직장동료에게 연락 및 채무 독촉을 해도 무방하며 공증을 해도 이의가 없다’고 서약했다.

그러나 A교사가 약속한 변제일인 12일까지 원금과 이자 45만원을 갚지 못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A교사가 차용증을 작성하면서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는 전화번호 등 대부분의 정보를 대부업체에 직접 넘긴 것이 화근이 됐다.

약속한 시간까지 돈을 받지 못한 대부업체는 13일 오후부터 A교사의 부모, 친구, 어린이집 학부모들에게 협박 전화를 했다.

이들은 “30분 내로 A교사를 찾아라. 못 찾으면 아이의 신체를 훼손하겠다. 자녀 위치를 알고 있다. 찾아가게 하지 마라”고 위협했다.

이 과정에서 대부업체는 해당 학부모와 아이들의 실명까지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피해 학부모들은 곧바로 112에 신고한 뒤 자녀를 부모, 지인 등이 거주하는 다른 지역으로 피신시켰다. 일부 보호자는 실신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학부모는 "처음에는 A교사가 범죄조직에 해킹을 당한 줄 알았으나 직접 개인정보를 넘겼다는 것 매우 화가 난다"면서 "학부모들이 단체로 나설 때까지 사과 한마디 없었다"고 분노했다.

이어 “3년 가까이 아이들을 맡겼다는 것에 배신감이 든다”면서 “추가 범죄 예방을 위해 수십 년 동안 사용해온 전화번호를 바꿔야 하는 상황에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자영업을 하는 또다른 학부모는 “협박을 받을까 무서워 모르는 번호의 고객들의 주문을 아예 못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피해 학부모들은 상황이 진전되지 않자 지난 15일 경찰서를 방문해 피해자 진술을 했다.

김현길 남부서 수사과장은 “법과 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면서 “피해 학부모들이 불안해 하는 부분까지 세밀하게 챙기겠다”고 밝혔다.

한편 A교사는 지난 14일 피해 학부모들을 만나 “불법 대부업체로부터 돈을 빌렸다. 죄송하다. 조속히 사건을 마무리하겠다”면서 “앞으로 진행사항을 실시간으로 알리고, 추가 피해를 방지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