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호남지역은 예부터 청렴한 관료인 청백리가 많은 고장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장성군은 호남을 넘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선비의 고장이자 청백리의 고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공직 생활과 함께 여러 청렴교육을 받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3대 청백리 중 한 명인 아곡 박수량(1491~1554) 선생, 그리고 그의 ‘백비(白碑)’였다.

박수량 선생은 지금의 장관급인 한성판윤, 호조판서 등 39년간 공직생활을 하면서도, 어머니가 살고 있는 시골집 굴뚝에서는 연기가 나지 않은 날이 한 달에 절반이나 됐고, 집은 비가 샐 정도로 청빈하게 생활하셨다고 한다.

그의 서울 공직생활도 궁핍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서울에서 변변한 집 한 칸 갖지 못했을 만큼 청렴한 삶을 이어갔다.

이를 전해들은 명종은 크게 탄복해 장성군 아곡리 하남골에 99칸의 집을 지어 청백당(淸白堂)이란 이름과 함께 하사했으며 현재는 ‘청백한옥’이란 이름으로 개관해 교육생들에게 한옥문화 등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박수량 선생은 ‘백비(白碑)’ 일화로도 후대에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선생의 비석엔 아무런 글자가 없어 ‘백비’ 로 불린다.

선생은 세상을 뜨면서 ‘묘도 크게 쓰지 말고 비석도 세우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 이에 명종이 또 한 번 크게 감동해 서해바다 암석을 골라 하사하고, “박수량의 청백을 알면서 빗돌에다 새삼스럽게 그가 청백했던 생활상을 쓴다는 것은 오히려 그의 청렴을 잘못 아는 결과가 될지 모르니 비문 없이 그대로 세우라” 명해 ‘백비(白碑)’가 세워졌다. 돌에 새길 비문 대신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선생의 뜻을 깊이 새겨 후세에 전하고자 하는 뜻을 담아낸 것이다.

박수량 선생의 백비를 직접 마주하면서, 우리 선조들은 이렇듯 청렴한 생활을 통해 행복을 추구하고 살았는데 요즘 우리는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 지를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박수량 선생의 백비 등이 모셔진 청렴의 고장 장성에는 3·1 운동 열사 장성의적비, 삼일사, 장성군 6·25 참전용사 기념탑(장성댐 입구) 등 대한민국을 지켜낸 호국영령들을 기리고 우리 국난 극복의 역사를 담고 있는 독립운동 및 국가수호 현충시설도 13개소나 지리잡고 있다. 광주지방보훈청 관할인 광주시·전남도로 확대하면 8개 시·군에 101개소에 이른다.

그중에서도 장성의 삼일사는 일제 침략에 대한 전남의 대표적인 항거로 평가하는 북이면 모현리 삼일운동의 거사를 일으켰던 류상설, 신경식을 비롯한 13인의 선열들의 위패를 봉안하기 위해 1989년 창건된 곳이다.

우리 민족을 국권회복의 길로 이끈 3·1 운동의 위대한 역사와 박수량 선생의 청렴한 삶 등은 현재도 우리나라에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한마음으로 단결해 국난을 극복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물론 우리는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 인플레이션, 초저성장과 양극화 등 국내외 안팎으로 거센 도전과 위기에 직면해 있는 게 현실이다.

이처럼 위기의 시대일수록 선조들의 청렴하고 바른 삶을 교훈 삼아 슬기롭게 극복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사명이 우리에게 있음을 잊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광주지방보훈청도 선조들의 청렴한 정신과 국난 극복의 역사를 다시 새길 수 있도록 지역 내 독립운동 및 국가수호의 역사를 알리고 보훈문화를 확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우리 지역의 현충시설을 지역 관광명소와 연계해 국민이 일상에서 즐겨 찾을 수 있는 교육·문화의 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자체와도 긴밀히 협력해 나가고 있다.

이를 통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 세계 유일무이한 가치를 지닌 백비와 같은 청렴 시설과 보훈의 가치를 지닌 현충시설들이 국민들로부터 더욱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는 시설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