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복지로 홈페이지에는 460여 개의 복지서비스가 안내돼 있고, 각 지자체에서 개별적으로 지원하는 사업까지 더하면 우리나라에는 약 6000여 개의 복지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단순 숫자로만 보면 기본적인 복지 사회안전망 제도는 충분하다고 보이지만, 국민들은 아직도 좀 더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많다.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대상자들에게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정부는 2012년 시군구 단위로 ‘희망복지지원단’을 설치했으며, 2016년부터는 현장 밀착 지원을 위해 읍면동에 ‘찾아가는 보건복지팀’이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다.

희망복지지원단과 찾아가는 보건복지팀의 핵심 역할은 상담, 모니터링, 회의 등 ‘통합사례관리’를 통해 다양한 욕구에 적합한 ‘가구 단위별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통합사례관리’는 단순 사회보장제도 신청을 넘어서 대상 가구가 왜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됐는지, 위기 사유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떤 지원이 언제까지 필요한지, 시급한 위기 사유가 해소된 뒤에는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지를 대상자와 통합사례관리자가 상호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장기간 함께 노력해 나가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대부분의 복지 수요자들은 복지 제도에 대한 정보와 이해가 부족한 편이다. “선생님, 정확하게 어떤 서비스가 필요하세요?”라고 물으면 쉽게 답을 하지 못하신다. 통합사례관리는 이런 상황을 방지하고, 필요한 서비스가 제공되도록 서비스 수요 고객과 서비스 제공자의 유기적인 연결을 돕는다.

주민 한 분이 급히 도움이 필요한 위기가구가 있다며 전화를 주셨다. 대상자는 뇌졸중으로 갑자기 쓰러진 50대 1인 가구 남성이었다. 읍사무소의 찾아가는 보건복지팀 담당자가 즉시 방문 상담을 진행했다. 미혼으로 부모님은 돌아가셨고, 형제들은 모두 원거리에 살고 있었다. 더 이상 일도 못하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다고 하셨다.

‘통합사례관리’ 매뉴얼에 따라 복지 욕구와 영역별 위기도 조사가 진행됐고 사례회의가 열렸다. 사례회의에서 제시된 의견들을 모아 대상자에게 맞는 서비스 제공 계획을 수립했다. 의료비 절감을 위한 차상위 본인부담경감 제도 연계, 사례관리 사업비로 보일러 수리와 겨울이불 지원, 우리동네 복지기동대 생활안정 지원금 신청, 지역의 재능기부자 연계로 밑반찬 정기 제공, 교회 봉사단을 통한 단열 공사, 각종 현물·현금 지정 기탁 우선 수혜자로 추천 등이 추진됐다.

대상자는 뇌졸중 후유증으로 당분간은 일상생활이 어렵겠지만 통합사례관리를 통해 정부지원을 받게 됐고, 지역사회의 따뜻함까지 느낄 수 있어 심리적인 안정감과 재활 의지를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 ‘통합사례관리’는 복지 분야의 대표적인 적극 행정이며 사례관리자의 역량에 따라 대상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달라진다. 사회보장제도 전반에 대해 백과사전 같은 시야를 가진 경력직 담당자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사례관리 한 건마다 들어가는 담당자의 노력과 시간이 적지 않은 만큼 대상자에게는 따뜻한 감동을 준다.

전남도는 사회복지직 공무원의 순환 배치에 따른 업무의 연결성 강화를 위해 22개 시군에 73명의 통합사례관리사를 배치해 운영하고 있다. 도와 시군, 읍면동 통합사례업무 담당자 간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新복지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통합사례관리 직무역량 강화 교육을 매년 추진하고 있으며 우리동네 복지기동대를 통해 대상자에 대한 서비스 연계 폭도 넓혀 가고 있다.

사회보장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전남도는 6200여 건의 통합사례관리를 추진해 취약가구의 복지 위기 사유 해소에 기여했다. 사례관리 1건당 평균 303.4일을 대상자와 함께 한다는 통계가 있다. 통합사례관리 사업은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신뢰할 수 있는 대화 상대가 돼 주고, 개인 상황에 맞는 지역복지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따뜻한 동행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이 모든 과정은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금도 시군, 읍면동에서 신뢰와 헌신을 바탕으로 복지 위기가구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통합사례관리 사업 업무 담당자들을 격려하며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