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각자의 삶을 살지만 같은 길을 걷는 엄마와 딸, 이들의 합작을 ‘아름답다’는 말에 다 담을 수 있을까.

먼저 김성숙 광주교대 명예교수는 최근 95세인 김옥자 여사의 그림을 실은 시화집 ‘생의 찬가-감사와 사랑의 노래’를 펴냈다. 시화집를 펼치면 ‘엄마’를 노래한 시편들과 함께 실린 김옥자 여사의 동심을 자극하는 그림들이 넘쳐나 모녀의 진한 사랑과 존중을 엿볼 수 있다.

서예가 어머니의 팔순 기념 ‘명은당 성화자 팔순기념 성화자·김경아 모녀전’(4. 4~10, 광주시립미술관 금남로분관) 또한 마찬가지다. 모녀가 팔짱을 낀 채 목욕 바구니를 들고 가는 뒷모습이 담긴 포스터부터 눈길을 붙잡는다.

명의당 성화자 선생은 서예 애호가로 첫 발을 내딛어 현역 서예가로 활동하면서 초의차문화연구원에 30여 년간 몸담고 차 연구가다. 이번 전시는 성화자 선생과 김경아 도예가가 꾸리는 전시로 성 선생의 서예 뿐만 아니라 딸이 만든 도자에 어머니가 서예 글씨를 쓴 작품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기획은 막내 아들이자 미술평론가·전시기획자인 김병헌 박사가 맡아 의미를 더한다. 온 가족이 힘을 합친 셈이다.

그야말로 오랜 세월이 덖어진 웅숭깊은 차 맛 같은 전시여서 일부러 시간 내서 방문해도 좋은 봄나들이가 될 성 싶다. 생각만 해도 절로 가슴 따뜻해지는 모녀 전시가 아닐 수 없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아빠인 이진우 작가와 딸 이하늘씨가 함께 선보이는 ‘아빠와 딸의 그림인생 그림일기’(4. 1~30, 고흥 리피움미술관)가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는 아버지를 보고 자란 딸이 커서 전시를 같이 열게 된 것이다. 고교 진학을 위해 광주로 오기 전 고흥에서 살았다는 이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고흥 바다와 항구, 정박해 있는 배, 산과 들, 태양 아래 반짝이는 바닷길, 바삐 돌아가는 수산시장의 정겨운 풍경 등을 선보인다. 디자인 회사를 다니는 딸은 소소하지만 베트남 나트랑 어느 호텔 수영장에서 보낸 한가로운 오후, 일본 여행에서 마주한 풍경, 명절 준비를 위해 기름칠한 불판에 노릇노릇 몸을 대고 있는 동그란 전 등을 화폭에 담았다.

온 가족의 예술동행은 삶 속에서 마주한 풍경을 모두 한 편의 일기처럼 추억을 소환, 평범한 일상 속 행복을 상기시킨다. 관통하는 주제는 같지만 모녀와 딸 등 온 가족간 서로 다른 표현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