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른다’

재밌는 놀이나 일에 열중한 나머지 정작 중요한 것을 잊어버리는 것을 가리키는 속담이다.

페퍼저축은행 대표이자 여자프로배구 막내구단 AI페퍼스의 구단주인 장매튜의 행태가 딱 그러하다.

AI페퍼스는 3년 연속 V리그 여자부 리그 ‘압도적 꼴찌’를 면치 못하고 있다. 창단 첫해인 2021-2022시즌부터 올 시즌까지 각각 3승, 5승, 5승을 기록했다. 리그 6위의 승수가 평균 10승 이상인 점을 감안한다면, 한 자리 수 승수는 말 그대로 수준 미달이다.

구단 운영 문제 역시 심각하다. 비시즌 기간 FA 과정에서의 실수로 주전 선수와 지명권을 내주는가 하면, 충분한 사전조사 없이 선임한 감독은 단 1경기도 치르지 않은 채 사임했다. 성적 부진과 선수단 내홍문제까지 불거지며 3년 만에 감독을 3명이나 떠나보냈다.

그러나 구단주인 장매튜는 본인의 신선놀음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그는 홈 경기가 있는 날이면 대부분 페퍼스타디움을 방문한다. 경기가 끝난 후에는 자신의 노모와 함께 코트로 내려가 선수단에게 인사를 시킨다. 팀이 여자배구 역대 최다 23연패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과정에서도 거리낌이 없었다. 선수도 아닌 구단주의 노모가 코트로 내려오는 건 비정상적인 일이다. 지쳐가는 팬들을 위해 팀 쇄신에 나서지는 못할망정 가족끼리 왕 놀이를 즐기는 모양새다.

심지어 그는 경기장에서 음주를 즐기기도 한다. 술 냄새가 나는 상태로 팬들과 선수들 앞에 서고, 코트에서 공놀이까지 한다는 후문이 돌았다.

이는 AI페퍼스라는 팀을 그저 자신의 놀이터 정도로 여기고 있다는 이야기다. 구단 프런트 역시 이를 사전에 방지하려는 움직임조차 없다.

현재 남자 프로배구에는 OK금융그룹이 운영하고 있는 읏맨 배구단이 있다. 7번째 구단인 이들은 2014-2015, 2015-2016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2013년 창단 이후 불과 2년 만의 성과다. 올 시즌에는 8년 만에 V리그 남자부 챔피언 결정전 진출 경쟁에 돌입했다.

같은 막내구단이지만 사뭇 다른 행보다. AI페퍼스는 이를 보고 무엇을 느낄까. 애초에 구단 발전을 위한 의지조차 있는지가 의문이다.

어찌 됐건 AI페퍼스의 올 시즌은 끝이 났다. 이제 2024-2025시즌을 위한 준비의 시간이다. 창단 후 4번째 시즌을 앞둔 지금, 선수단에 책임을 돌리기보단 자기 자신부터 돌아봐야 할 것이다.

AI페퍼스가 시민과 팬들의 사랑을 받는 구단으로 남을지. 폐허가 된 구단주만의 놀이터로 남을지는 본인의 선택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