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균수 칼럼/ 교권
주필
입력 : 2023. 09. 24(일) 17:11
지난 7월 서울 서이초교 교사의 죽음은 우리 사회가 애써 외면하고 무시해온 교권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시발점이었다.

서이초 교사 죽음 이후에도 교사들의 비보는 이어졌다. 지난달 31일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경기 고양시의 아파트에서, 지난 1일엔 전북 군산의 초등학교 교사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지난 3일에도 경기도 용인의 한 고등학교 교사가 청계산 등산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지난 5일에는 대전 유성구 자택에서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틀 뒤에 숨졌다.

이들의 공통점은 학부모 민원 등으로 힘들어하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점이다. 교권 추락이 도를 지나치면서 이제 교사들이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까지 내몰린 것이다.

교권이란 사전적 의미로 교사의 권위 및 권리를 말한다. 그 권리는 교사가 남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신의 신념에 따라 교육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방해하면 침해가 된다. 구체적으로 교사의 권리란 교육할 권리, 교육과정 결정 및 편성권, 교재의 선택 결정권, 교육내용과 방법 및 수업할 권리, 성적 평가권, 학생 지도 징계권교권 등을 포함한다.

일부 시도 교육청은 자체 교권 관련 조례를 정하고 교권의 용어정의를 내리고 있는데, 주로 ‘학생의 교육활동을 위한 교육에 필요한 교사로서의 권위와 권리’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인천과 충남의 조례는 학생에 대한 교원의 우월적 지위가 아니라 국민의 자녀교육권을 위임받아 교원 자신이 가지는 전문교과에 대한 지적능력, 높은 수준의 덕성과 인격을 바탕으로 진리와 양심에 따라 외부의 부당한 지배나 간섭이 없이 자유롭게 교육을 행할 수 있는 권리로 규정하고 있다.

광주와 울산의 조례는 헌법과 법률에서 보장하거나 대한민국이 가입·비준한 국제인권조약 및 국제관습법에서 인정하는 기본적 인권 및 교육권 등 교원의 직무 수행에 수반되는 모든 권한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 교사들은 주어진 권리 대부분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교권 추락이 심화하면서 학교를 떠나는 교사들이 급증하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16곳에서 작년 동기 대비 명퇴 신청자가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8월 말 기준 교사 명퇴자 수는 전국적으로 1847명이다. 이는 전년(1441명)보다 28%(406명) 증가한 수치다.

교사들의 명퇴 증가는 교권추락과 이로 인한 생활지도의 어려움에서 기인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지난 5월 스승의 날을 앞두고 실시한 교원 인식 설문조사 결과 교직 생활에 만족하는가란 질문에 23.6%(1591명)만 동의했다. 교총이 교원 인식 설문조사를 시작한 2006년 이래 역대 최저치에 해당한다.

현장 교사들은 2014년 아동학대처벌법 제정 이후 생활지도가 어려워졌다고 입을 모은다. 생활지도를 하는 것이 교권인데, 아동학대처벌법이 이를 못하게 막고 있으니 교권이 지켜질 리가 없다.

이 법 때문에 교사가 정당한 교육활동을 위한 훈육을 하더라도 아동학대로 신고당하거나, 학부모로부터 갖은 악성 민원을 받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학교 현장에서 교권침해가 비일비재하다 보니 교사들로 하여금 스승으로서의 역할을 극도로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수업 중에 욕설이 난무하는 일까지 빚어지다 보니 교사들이 교실에 들어가는 것조차 무섭다.

결국 교사들은 교육하기를 포기한다.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아동학대처벌법’이 오히려 아이들을 빗나가게 만드는 결과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지난 21일 국회는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기본법 등 4개 법률 개정안을 일괄 의결했다. 이른바 교권 보호 4법이다.

이 가운데 교원지위법 개정안은 교원이 아동학대로 신고됐더라도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직위해제 처분을 금지하며, 교장은 교육활동 침해행위를 축소·은폐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부모 등 보호자가 학교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협조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점도 규정했다. 정당한 교육활동은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조항은 즉시 시행된다.

교권이 무너지면 교육도, 사회도, 나라도 희망이 없다. 교권은 국가와 국민이 지켜야 할 숭고한 가치이다.
여균수 기자 dangsannamu1@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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