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돌린 호남 민심…민주당만 모른다
장승기 정치부 부국장 대우
입력 : 2023. 09. 10(일) 16:10

[데스크칼럼] 출근길, 아파트 입구를 나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게 있다. 바로 정치인들의 현수막이다. 조금 더 지나 교차로에 다다르면 정치인들의 현수막은 즐비하다. ‘목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으로, 교차로는 오색찬란하다. 이 같이 도심 내 우후죽순 내걸린 현수막만 봐도 이미 총선이 시작됐음을 알 수 있다.
지역 내 선거 열기는 점점 달아오르고 있다. 하지만 바닥 민심은 싸늘하다. 특히 지역민들의 민주당에 대한 민심 이반은 심각하다. ‘텃밭’이자 ‘뿌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애정은 이미 식어 냉랭해졌다. 일각에서는 ‘민심 외면이 되돌릴 수 없을 만큼 왔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는 일시적인 무관심이나 기득권화에 대한 경고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또 민주당에 대한 짝사랑의 마침표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호남의 민심 이반은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먼저 낮은 투표율이 이를 방증한다. 광주는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의 패배 이후 지방선거와 전당대회 경선에서 전국 최하위 수준의 투표율을 보였다.
6·1 지방선거 당시 광주지역 투표율은 전국 최저치인 37.7%였다. 이후 치러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도 권리당원 투표율은 34.18%로, 전국 평균 투표율(37.09%)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선거에 비수도권 유일 후보이자, 호남 대표로 출마한 송갑석 의원이 낙마했다. 여기에 민주당 광주시당위원장 경선에서 지역 국회의원이 아닌 40대의 원외인사가 과반에 가까운 40%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처럼 지역 민심은 기성 호남정치의 무능함에 분노의 목소리를 내며 회초리를 때리기 보다는 철저한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호남이 민주당에 등 돌린 이유는 언제부터이고, 그 원인은 무엇일까? 지역 정가에서는 민심 이반이 시작된 기점을 지난 대선으로 보고 있다.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실망감과 허탈감에서부터 비롯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민생은 차치하더라도,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현 정부의 무능과 무지, 오만과 불통에 맞서지 못하고 불구경만 하고 있는 것은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 당의 혁신이나 개혁은 제자리이고, 계파 갈등과 도덕적 문제에 이어 야당의 선명성이나 강한 야성마저도 찾아볼 수 없다.
여기에 민주당 지도부 구성 등 호남이 당내에서도 소외를 받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이 지역 출신인 이낙연 전 대표 이후 호남 인사는 지도부 입성에서 줄줄이 낙마했다. 광주·전남은 권리당원도 가장 많고, 대의원도 수도권 다음으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자력으로 선출된 지도부는 3년 전인 2020년 7월 여성 몫으로 양향자 의원이 최고위원에 선출된 것이 마지막이다. 이 같은 지역 출신 인사들의 지도부 부재에 이어 관록과 존재감을 과시하는 현역 국회의원들의 실종도 지역민의 정치 무관심과 외면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현재 호남 민심은 ‘회초리’보다 더 무서운 ‘무관심’으로 지역 정치권에 경고를 보내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이번 총선을 통해 호남의 정치 위상을 회복하고, 신뢰를 되찾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기로에 놓였다. 하지만 지역 정치권은 여전히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하다. 민심이 외면하고 있지만, 정작 정치인들은 그 원인을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
민심의 용광로인 추석 명절이 다가온다. 이번 추석은 코로나19가 독감 수준인 4급 감염병으로 전환된 이후 처음 맞이하는 명절인 데다 총선까지 앞두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이야깃거리가 밥상머리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호남은 수도권 표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승부처이자 방향계이다. 이 때문에 이번 추석 ‘밥상머리 민심’이 총선을 앞둔 민주당의 명운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번 총선은 광주·전남의 정치 미래를 가늠해 보는 동시에 호남정치 복원을 위한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민주당은 이번 추석 명절을 통해 광주·전남 시·도민이 어떤 점에 실망했고,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에 귀를 기울이고 민심을 헤아려야 한다.
그동안 민주당은 아쉬울 때만 호남을 찾아 표를 구했고 성취했다. 하지만 지금의 민심은 예전과는 분명히 다르다. 선거 때마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이 통했지만, 지금의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 염증을 제대로 느끼고 있다. 더 이상 호남은 ‘집토끼’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추석 명절, 민주당과 지역 정치권은 호남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고 경청해야 한다. 뼈를 깎는 쇄신과 개혁이 없다면 다시는 호남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역 내 선거 열기는 점점 달아오르고 있다. 하지만 바닥 민심은 싸늘하다. 특히 지역민들의 민주당에 대한 민심 이반은 심각하다. ‘텃밭’이자 ‘뿌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애정은 이미 식어 냉랭해졌다. 일각에서는 ‘민심 외면이 되돌릴 수 없을 만큼 왔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는 일시적인 무관심이나 기득권화에 대한 경고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또 민주당에 대한 짝사랑의 마침표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호남의 민심 이반은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먼저 낮은 투표율이 이를 방증한다. 광주는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의 패배 이후 지방선거와 전당대회 경선에서 전국 최하위 수준의 투표율을 보였다.
6·1 지방선거 당시 광주지역 투표율은 전국 최저치인 37.7%였다. 이후 치러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도 권리당원 투표율은 34.18%로, 전국 평균 투표율(37.09%)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선거에 비수도권 유일 후보이자, 호남 대표로 출마한 송갑석 의원이 낙마했다. 여기에 민주당 광주시당위원장 경선에서 지역 국회의원이 아닌 40대의 원외인사가 과반에 가까운 40%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처럼 지역 민심은 기성 호남정치의 무능함에 분노의 목소리를 내며 회초리를 때리기 보다는 철저한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호남이 민주당에 등 돌린 이유는 언제부터이고, 그 원인은 무엇일까? 지역 정가에서는 민심 이반이 시작된 기점을 지난 대선으로 보고 있다.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실망감과 허탈감에서부터 비롯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민생은 차치하더라도,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현 정부의 무능과 무지, 오만과 불통에 맞서지 못하고 불구경만 하고 있는 것은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 당의 혁신이나 개혁은 제자리이고, 계파 갈등과 도덕적 문제에 이어 야당의 선명성이나 강한 야성마저도 찾아볼 수 없다.
여기에 민주당 지도부 구성 등 호남이 당내에서도 소외를 받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이 지역 출신인 이낙연 전 대표 이후 호남 인사는 지도부 입성에서 줄줄이 낙마했다. 광주·전남은 권리당원도 가장 많고, 대의원도 수도권 다음으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자력으로 선출된 지도부는 3년 전인 2020년 7월 여성 몫으로 양향자 의원이 최고위원에 선출된 것이 마지막이다. 이 같은 지역 출신 인사들의 지도부 부재에 이어 관록과 존재감을 과시하는 현역 국회의원들의 실종도 지역민의 정치 무관심과 외면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현재 호남 민심은 ‘회초리’보다 더 무서운 ‘무관심’으로 지역 정치권에 경고를 보내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이번 총선을 통해 호남의 정치 위상을 회복하고, 신뢰를 되찾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기로에 놓였다. 하지만 지역 정치권은 여전히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하다. 민심이 외면하고 있지만, 정작 정치인들은 그 원인을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
민심의 용광로인 추석 명절이 다가온다. 이번 추석은 코로나19가 독감 수준인 4급 감염병으로 전환된 이후 처음 맞이하는 명절인 데다 총선까지 앞두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이야깃거리가 밥상머리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호남은 수도권 표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승부처이자 방향계이다. 이 때문에 이번 추석 ‘밥상머리 민심’이 총선을 앞둔 민주당의 명운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번 총선은 광주·전남의 정치 미래를 가늠해 보는 동시에 호남정치 복원을 위한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민주당은 이번 추석 명절을 통해 광주·전남 시·도민이 어떤 점에 실망했고,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에 귀를 기울이고 민심을 헤아려야 한다.
그동안 민주당은 아쉬울 때만 호남을 찾아 표를 구했고 성취했다. 하지만 지금의 민심은 예전과는 분명히 다르다. 선거 때마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이 통했지만, 지금의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 염증을 제대로 느끼고 있다. 더 이상 호남은 ‘집토끼’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추석 명절, 민주당과 지역 정치권은 호남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고 경청해야 한다. 뼈를 깎는 쇄신과 개혁이 없다면 다시는 호남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광남일보@gwangna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