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호남정치 복원과 총선
최현수 편집국장
입력 : 2023. 08. 06(일) 18:59
최현수 편집국장
내년 총선이 8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광주·전남지역 총선 출마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새 인물이 필요하다.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 관록 있는 중량급 정치인이 필요하다”며 저마다 얼굴알리기에 바쁘다. 젊은 피는 구태에 젖은 낡은 정치를 개혁하겠다고 목청을 높이고, ‘올드보이’로 불리는 중진 정치인은 리더십과 정치력을 피력하며 지지율이 추락하는 민주당과 호남정치를 복원하겠다고 강조한다.

바야흐로 정치 시즌이다. 언제부터인가 중앙 정치권에서 ‘호남 정치가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지역민들은 ‘호남이 위기다. 정치가 없다’고 볼멘소리다. 최근 호남 정치력이 급속도로 약화된 것은 지역민들도 대부분 공감하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당원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데도 호남 출신 단일 후보의 연이은 선출직 최고위원 도전이 좌절됐다. ‘민주당의 맹주’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지역을 안정시키고, 민심을 제대로 대변할 경륜 있는 정치인이 부재하다는 얘기다.

광주·전남지역 18명 지역구 국회의원 가운데 무려 13명이 초선이다. ‘뉴 페이스’에 대한 기대도 컸지만 당내 현안에 대해 합리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고, 재선 이상 의원들도 정치권 리더역할을 못하고 있다.

호남정치의 부재는 지역발전사업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최대 현안인 군 공항 이전과 국립의과대학 신설, 광주전남 반도체 특화단지 유치 무산, 한국에너지공대에 대한 정치 탄압까지 지역 현안사업 해결이나 대안 마련에 소극적인 모양새다. 상생을 외치지만 정작 현실 문제에 봉착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태도가 달라진다.

특히 군 공항 이전과 의대 설립 추진의 경우 지역 정치권이 상생 발전보다 지역 간 소지역주의를 부추기고 있다.

광주 군 공항 이전도 그렇고, 민간공항의 무안국제공항으로 이전도 국가 전체와 지역 발전을 위한 장기적 안목에서 정치권이 나서 지혜를 맞대야 한다. 국립 의대 설립도 전남지역 유치 확정에 온 힘을 쏟아도 모자랄 판에 자기 지역 유치만 내세우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떼었다, 합쳤다가 다시 분리한 광주·전남연구원도 더욱 그렇다.

지역간 상생의 정치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눈과 귀는 온통 여의도 정치판에 쏠려 있다. 벌써부터 ‘친명(이재명계)이니 비명이니 계파를 거론하면서 공천 획득과 자신의 지역구 장악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지역민들도 등을 돌리고 있다. ‘텃밭 여론’이 심상치 않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18~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당 지지율 조사 결과, 광주·전라 지역에서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응답은 34%였다. 민주당 지지율은 45%다. 더욱이 6월 여론조사에서는 호남 물갈이 여론은 58.5%에 달했다.

각종 선거에서 민주당에 70% 이상의 압도적 지지를 보낸 지역민들이 실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광주·전남 유권자들은 늘 민주당에 비판적이면서도 국민의힘의 집권을 막기 위해 전폭적인 지지와 응원을 보냈다. 하지만 결과는 호남이 키운 민주당이 친명 정당으로, 수도권 정당화되고 있다. 어느 새 당내 변방으로 추락했다. 총선이 가까워 오고 있다. 민주당은 또다시 ‘호남구애’에 눈을 돌리고 있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패턴이다.

내년 총선으로 가 보자. 지난달 말까지 광주·전남에서는 민주당 당원모집으로 폭염 만큼이나 뜨거웠다.

텃밭인 광주·전남에서는 ‘경선이 곧 본선’이기 때문에 확실한 지지를 보내는 권리당원 확보가 공천의 최대 관문이다. 주민에게 직접 당원 가입을 부탁하거나 지인에게 지역구 주민을 소개시켜 달라는 정치인들의 ‘민원’이 이어졌다.

민주당 광주시·전남도당은 권리당원을 지난달 31일 마감한 결과, 광주는 7만여 명, 전남은 5만여 명 등 12만여 명이 등록했다. 지난 3월 말 가입된 기존 당원에 중복접수나 반려 등을 감안하면 실제 권리당원은 광주는 10만 명, 전남은 14만 명 안팎으로 예상된다.

당내 경선에서 권리당원 비율이 50%를 반영하는 만큼 출마자들은 향후 자신이 확보한 권리당원 표는 확실히 다지면서 상대 측 권리당원을 끌어오는데 집중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총선 출마자들은 지역구에 국한된 목소리에 관심을 가질 뿐 광주와 전남 전체의 발전을 위한 고민이나 시대정신은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요즘 같이 정치가 위기일 때 시대정신을 이끌어왔던 호남의 정치력이 필요하다. 지역공동체는 물론 국가 발전을 이끌 리더를 키워내야 한다. 추락한 호남정치를 복원하려면 내년 총선에서 참신한 인물과 역량 있는 인재를 뽑아 호남의 정치력을 회복시켜야 한다. 총선까지 남은 8개월, 지역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이 더욱 중요해졌다.
광남일보@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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