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엘니뇨
김상훈 뉴미디어 본부장
입력 : 2023. 07. 23(일) 18:43

[김상훈의 세상 읽기] #1
엘니뇨(el Nino)는 동태평양 인접국인 페루와 칠레 연안의 해수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아져 일정 기간 지속되는, 이른바 ‘해수 온난화 현상’을 말한다.
평상시 적도 부근 페루 앞바다는 ‘물반 고기반’이라 부를 정도로 대규모 정어리 어장이 활성화돼 있다. 서쪽으로 부는 무역풍의 영향으로 해류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흘러 플랑크톤의 먹이인 영양 염류가 풍부하고 수온이 낮은 데다 산소가 풍부한 바닷물까지 바다 밑에서 솟아오르는 등 고기잡이에 좋은 환경이 조성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세기 말 크리스마스 무렵 페루 연안의 수온이 올라 정어리가 덜 잡히게 됐고 어민들은 강제적으로 어업을 멈추고 휴가를 보내게 됐다. 이런 현상은 보통 2~6년마다 한 번씩 불규칙하게 나타났고 주로 9월에서 다음해 3월 사이에 발생하고 있다. 이런 휴식을 예수가 준 선물에 빗대 스페인어로 남자아이 혹은 아기 예수를 뜻하는 엘니뇨라고 불렀다.
이 현상은 1만 년 전부터 등장했지만, 20세기 후반인 1960년대에 바닷물의 온도가 크게 높아져 전 지구적으로 이상 기후가 나타나자 뒤늦게 과학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엘니뇨는 무역풍을 약화시키고 동태평양 적도 지역의 수온을 높여 이상기후를 몰고 온다. 남반구 지역에는 고온 현상으로 인한 열병과 말라리아 등 전염병이, 북반구 지역에는 한파와 대설이 자주 발생하고 적도 지역에는 비가 많이 오는 게 특징이라고 한다.
현재는 해수 온도가 평년보다 1.5도 이상 차이가 나면 ‘강한 엘니뇨’, 2도 이상은 ‘슈퍼 엘니뇨’라고 한다. 오늘날에는 장기간 지속되는 전 지구적인 이상 기온과 자연재해를 통틀어 엘니뇨라 부르기도 한다.
#2
올 여름 들어 찾아온 슈퍼 엘니뇨 때문에 지구촌이 이상기후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 말 스페인 남부 최고 기온이 44도를 기록했고, 올해 초부터 계속된 심각한 가뭄으로 저수지 용량이 평균 30%까지 줄어들었다고 한다. 멕시코 북서부도 6월 말 기온이 49도까지 치솟았으며, 6월 한 달 동안 비정상적인 무더위로 104명이 숨졌다.
미국 남부 텍사스주와 중국, 인도 등지에서도 무더위와 폭염으로 목숨을 잃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지난해 5월 말부터 3개월간 6만 1000명 이상이 폭염으로 숨졌다. 유럽은 2012~2021년 사이에 육지의 평균 기온이 1.9도 상승했다고 한다.
고온과 건조한 기후가 맞물리면서 대형 산불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최근 40도가 넘는 폭염이 빈발하고 있는 캐나다는 지난 5월부터 시작된 산불이 수개월째 잡히지 않고 있다. 캐나다 내 산불 발생 건수는 지난 7일 기준 670건 이상으로 지속 증가 추세에 있으며, 이 가운데 약 380건은 통제 불능 상태라고 한다. 매년 건조한 기후로 산불 피해가 이어지는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와 로스앤젤레스 지역 일대에서도 산불 피해가 극심해지고 있다.
폭우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 6일부터 규수 북부를 중심으로 전례 없는 폭우가 쏟아져 6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됐고 지난달 1일부터 우기가 시작된 인도에서는 폭우와 산사태가 이어져 624명이 숨졌다고 한다.
#3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지난달 25일 제주도에서 시작된 장마가 언제 끝날지 모르게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이번 장마는 슈퍼엘니뇨의 영향까지 받아 곳에 따라 극한 폭우 양상을 띄면서 전국 각지에서 산사태, 지하차도 침수 등이 잇따르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수십명의 사망·실종자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기상청도 장마가 언제 시작되고 끝나는 지를 지난 2009년부터 예보하지 않는다고 한다. 지난해 엄청났던 집중호우처럼 최근의 여름 강수 양상이 전보다 예측이 더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슈퍼 엘니뇨’가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어서 앞으로 어떤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날 지 모른다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슈퍼 엘니뇨로 인해 앞으로 몇 달 동안 비정상적으로 높은 온도가 지속될 것”이라며 “이상 기후는 다가올 겨울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엘니뇨로 인해 지구가 뜨거워지는 현상은 내년 여름이 절정일 수 있다는 불안한 견해까지 제기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 당국과 자치단체는 태풍이나 폭우 등 이상기후 현상으로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어쩔 수 없는 ‘천재지변’으로 치부하며 핑계를 대 왔다. 이번 극한 폭우 피해로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할 때도 정부와 해당 지자체가 보여준 시각도 그 연장선상에 있었다. 하지만 이제 이상기후 현상은 어쩌다 한 번 찾아오는 불청객이 아닌 우리의 일상생활이 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을 적극 찾아야 할 때다.
엘니뇨(el Nino)는 동태평양 인접국인 페루와 칠레 연안의 해수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아져 일정 기간 지속되는, 이른바 ‘해수 온난화 현상’을 말한다.
평상시 적도 부근 페루 앞바다는 ‘물반 고기반’이라 부를 정도로 대규모 정어리 어장이 활성화돼 있다. 서쪽으로 부는 무역풍의 영향으로 해류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흘러 플랑크톤의 먹이인 영양 염류가 풍부하고 수온이 낮은 데다 산소가 풍부한 바닷물까지 바다 밑에서 솟아오르는 등 고기잡이에 좋은 환경이 조성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세기 말 크리스마스 무렵 페루 연안의 수온이 올라 정어리가 덜 잡히게 됐고 어민들은 강제적으로 어업을 멈추고 휴가를 보내게 됐다. 이런 현상은 보통 2~6년마다 한 번씩 불규칙하게 나타났고 주로 9월에서 다음해 3월 사이에 발생하고 있다. 이런 휴식을 예수가 준 선물에 빗대 스페인어로 남자아이 혹은 아기 예수를 뜻하는 엘니뇨라고 불렀다.
이 현상은 1만 년 전부터 등장했지만, 20세기 후반인 1960년대에 바닷물의 온도가 크게 높아져 전 지구적으로 이상 기후가 나타나자 뒤늦게 과학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엘니뇨는 무역풍을 약화시키고 동태평양 적도 지역의 수온을 높여 이상기후를 몰고 온다. 남반구 지역에는 고온 현상으로 인한 열병과 말라리아 등 전염병이, 북반구 지역에는 한파와 대설이 자주 발생하고 적도 지역에는 비가 많이 오는 게 특징이라고 한다.
현재는 해수 온도가 평년보다 1.5도 이상 차이가 나면 ‘강한 엘니뇨’, 2도 이상은 ‘슈퍼 엘니뇨’라고 한다. 오늘날에는 장기간 지속되는 전 지구적인 이상 기온과 자연재해를 통틀어 엘니뇨라 부르기도 한다.
#2
올 여름 들어 찾아온 슈퍼 엘니뇨 때문에 지구촌이 이상기후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 말 스페인 남부 최고 기온이 44도를 기록했고, 올해 초부터 계속된 심각한 가뭄으로 저수지 용량이 평균 30%까지 줄어들었다고 한다. 멕시코 북서부도 6월 말 기온이 49도까지 치솟았으며, 6월 한 달 동안 비정상적인 무더위로 104명이 숨졌다.
미국 남부 텍사스주와 중국, 인도 등지에서도 무더위와 폭염으로 목숨을 잃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지난해 5월 말부터 3개월간 6만 1000명 이상이 폭염으로 숨졌다. 유럽은 2012~2021년 사이에 육지의 평균 기온이 1.9도 상승했다고 한다.
고온과 건조한 기후가 맞물리면서 대형 산불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최근 40도가 넘는 폭염이 빈발하고 있는 캐나다는 지난 5월부터 시작된 산불이 수개월째 잡히지 않고 있다. 캐나다 내 산불 발생 건수는 지난 7일 기준 670건 이상으로 지속 증가 추세에 있으며, 이 가운데 약 380건은 통제 불능 상태라고 한다. 매년 건조한 기후로 산불 피해가 이어지는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와 로스앤젤레스 지역 일대에서도 산불 피해가 극심해지고 있다.
폭우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 6일부터 규수 북부를 중심으로 전례 없는 폭우가 쏟아져 6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됐고 지난달 1일부터 우기가 시작된 인도에서는 폭우와 산사태가 이어져 624명이 숨졌다고 한다.
#3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지난달 25일 제주도에서 시작된 장마가 언제 끝날지 모르게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이번 장마는 슈퍼엘니뇨의 영향까지 받아 곳에 따라 극한 폭우 양상을 띄면서 전국 각지에서 산사태, 지하차도 침수 등이 잇따르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수십명의 사망·실종자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기상청도 장마가 언제 시작되고 끝나는 지를 지난 2009년부터 예보하지 않는다고 한다. 지난해 엄청났던 집중호우처럼 최근의 여름 강수 양상이 전보다 예측이 더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슈퍼 엘니뇨’가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어서 앞으로 어떤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날 지 모른다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슈퍼 엘니뇨로 인해 앞으로 몇 달 동안 비정상적으로 높은 온도가 지속될 것”이라며 “이상 기후는 다가올 겨울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엘니뇨로 인해 지구가 뜨거워지는 현상은 내년 여름이 절정일 수 있다는 불안한 견해까지 제기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 당국과 자치단체는 태풍이나 폭우 등 이상기후 현상으로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어쩔 수 없는 ‘천재지변’으로 치부하며 핑계를 대 왔다. 이번 극한 폭우 피해로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할 때도 정부와 해당 지자체가 보여준 시각도 그 연장선상에 있었다. 하지만 이제 이상기후 현상은 어쩌다 한 번 찾아오는 불청객이 아닌 우리의 일상생활이 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을 적극 찾아야 할 때다.
광남일보@gwangna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