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시각(視角)
양동민 정치부장
입력 : 2023. 04. 30(일) 17:14

‘시각(視角)’의 사전적 의미는 사물이나 현상을 바라보거나 파악하는 각도 또는 입장을 뜻한다.
물리에서는 물체의 양쪽 끝에서 눈에 이르는 두 직선이 이루는 각을 뜻한다. 우리는 이 시각의 차이 덕분에 나와 사물과의 거리를 인지할 수 있다. 우리한테 눈이 둘 있다는 건 두 눈 사이에 공간이 있다는 것이고 각각의 시각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이 두 관점이 통합돼 새롭고 입체적인 시각이 창조된다.
시각은 또 사물을 관찰하고 파악하는 기본적인 자세와 생각, 즉 관점을 칭하기도 한다. 일을 하다 보면 상대방과 견해나 시각이 다를 때가 많다.
무엇보다 중앙에서 지방을 바라보는 시각은 전국을 켜켜이 뒤덮은 심한 황사가 낀 것처럼 뿌옇다.
국가재정이 투입되거나 정부예산이 필요한 대규모 사업에 대한 시각은 더욱 그렇다.
최근 사회기반시설(SOC)과 국가연구개발사업(R&D)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기준을 총사업비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올리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여야 만장일치로 국회 상임위 소위를 통과하자 국가균형발전이 다시 각광을 받게 됐다.
1999년 국가 재정 사업의 타당성을 사전 검증하기 위해 도입된 예타 제도는 지방의 국책 사업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했다. 경제성 중심의 비용과 편익 분석에 매몰되면서 고령화와 저출산, 수도권 인구 유출 등으로 수요가 줄어드는 지방은 예타에서 불리하다. 기계적으로 예타를 적용하다 보니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는 게 구조다.
예타 때문에 숙원 사업마다 번번이 고배를 마셔온 지방 입장에서는 24년 만에 예타의 높은 벽이 조금이나마 낮아지는 것을 반겼다. 인구감소와 지역낙후로 번번이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문턱을 넘지 못했던 지역의 현안 사업에 돌파구가 마련 될 것으로 본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불발됐다.
정부와 수도권을 중심으로 생존 기로에 선 지방 형편을 외면한 채 예타 기준 완화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국가재정을 흔를리게 하고, ‘포퓰리즘’ 우려가 확산하자 국회가 결국 개정안 처리를 미뤘다. 이를 두고 외부(?)의 시각만이 반영된 것이라는 하소연이 쏟아지고 있다.
낮은 인구 밀도로 예타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선 균형발전이 또다시 뒷전으로 밀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해가 갈수록 점점 지방도시의 소멸 문제가 확산하고 있는 현재, 지방도시의 소멸을 막으려면 정주 여건의 확충이 절실하다. 문화ㆍ체육시설 같은 인프라 확충도 필요하지만, 교통과 의료 시스템만 개선해도 최악은 막을 수 있다는 게 지방행정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그러나 지방 인프라 확충은 경제성이 떨어진다. 투입 비용에 비해 수혜자가 적어, 사전조사를 해보면 타당성이 나오지를 않고 있다.
외부의 시각과 달리 내부의 시각은 예타 면제사업이 남발되면 혈세를 낭비하고 재정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지만 적절히 통제되기만 한다면, 인프라 사업이 활기를 띄어 지방도시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고 국토 균형발전에 기여할 가능성도 크다고 호소하고 있다.
서로 다른 시각은 지역사회 내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광주 군 공항 이전 해법 찾기다.
지난달 13일 국회를 통과한 광주 군 공항 이전 및 종전 부지 개발 등에 관한 특별법은 2013년 제정된 특별법과 달리 기부 대 양여 부족분과 사회간접자본(SOC)·산업단지·이전지역 지원 비용을 국가재정으로 지원하는 안을 담고 있다.
이전 후보지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지원금이 추가로 소요될 수 있는데, 이 지원금을 국가를 통해 가능하게 하는 근거가 마련된 것으로, 군 공항 이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별법 통과에 따른 이런 기대와 달리 다음 수순을 두고 광주시는 ‘이전 지역 신청이 먼저’라고 밝히고 있고, 전남도는 ‘획기적인 지원책 마련이 전제’라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군 공항은 이전 대상지 주변을 개발하는 기회이자 소음으로 환경권을 침해하는 기피 대상으로 인식돼 가치 기준에 따라 서로 다른 시각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특별법 제정이라는 새로운 판이 깔렸다.
상대와 시각의 차이가 생길 때마다 서로 각자의 지점에서 한쪽 눈을 감은 채 내 얘기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면 어떨까. 상대방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도를 해보면 미처 발견하지 못한 가능성과 만날 수도 있다.
마침 고사리가 제철을 맞았다.
이맘때 즘이면 ‘고사리 꺾기의 달인’이라고 자칭하는 지인의 말이 스친다.
고사리는 서서 보면 안 보이지만 앉아서 살피면 눈에 잘 들어온다고 한다. 고개를 꼿꼿이 세우는 것보다 기우뚱하게 꺾어 보면 더 잘 보인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없던 것이 밑에서 올려다보면 있다. 사물을 보는 시각의 다양성을 고사리가 일깨워 준다는 게 그의 말이다.
물리에서는 물체의 양쪽 끝에서 눈에 이르는 두 직선이 이루는 각을 뜻한다. 우리는 이 시각의 차이 덕분에 나와 사물과의 거리를 인지할 수 있다. 우리한테 눈이 둘 있다는 건 두 눈 사이에 공간이 있다는 것이고 각각의 시각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이 두 관점이 통합돼 새롭고 입체적인 시각이 창조된다.
시각은 또 사물을 관찰하고 파악하는 기본적인 자세와 생각, 즉 관점을 칭하기도 한다. 일을 하다 보면 상대방과 견해나 시각이 다를 때가 많다.
무엇보다 중앙에서 지방을 바라보는 시각은 전국을 켜켜이 뒤덮은 심한 황사가 낀 것처럼 뿌옇다.
국가재정이 투입되거나 정부예산이 필요한 대규모 사업에 대한 시각은 더욱 그렇다.
최근 사회기반시설(SOC)과 국가연구개발사업(R&D)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기준을 총사업비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올리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여야 만장일치로 국회 상임위 소위를 통과하자 국가균형발전이 다시 각광을 받게 됐다.
1999년 국가 재정 사업의 타당성을 사전 검증하기 위해 도입된 예타 제도는 지방의 국책 사업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했다. 경제성 중심의 비용과 편익 분석에 매몰되면서 고령화와 저출산, 수도권 인구 유출 등으로 수요가 줄어드는 지방은 예타에서 불리하다. 기계적으로 예타를 적용하다 보니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는 게 구조다.
예타 때문에 숙원 사업마다 번번이 고배를 마셔온 지방 입장에서는 24년 만에 예타의 높은 벽이 조금이나마 낮아지는 것을 반겼다. 인구감소와 지역낙후로 번번이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문턱을 넘지 못했던 지역의 현안 사업에 돌파구가 마련 될 것으로 본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불발됐다.
정부와 수도권을 중심으로 생존 기로에 선 지방 형편을 외면한 채 예타 기준 완화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국가재정을 흔를리게 하고, ‘포퓰리즘’ 우려가 확산하자 국회가 결국 개정안 처리를 미뤘다. 이를 두고 외부(?)의 시각만이 반영된 것이라는 하소연이 쏟아지고 있다.
낮은 인구 밀도로 예타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선 균형발전이 또다시 뒷전으로 밀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해가 갈수록 점점 지방도시의 소멸 문제가 확산하고 있는 현재, 지방도시의 소멸을 막으려면 정주 여건의 확충이 절실하다. 문화ㆍ체육시설 같은 인프라 확충도 필요하지만, 교통과 의료 시스템만 개선해도 최악은 막을 수 있다는 게 지방행정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그러나 지방 인프라 확충은 경제성이 떨어진다. 투입 비용에 비해 수혜자가 적어, 사전조사를 해보면 타당성이 나오지를 않고 있다.
외부의 시각과 달리 내부의 시각은 예타 면제사업이 남발되면 혈세를 낭비하고 재정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지만 적절히 통제되기만 한다면, 인프라 사업이 활기를 띄어 지방도시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고 국토 균형발전에 기여할 가능성도 크다고 호소하고 있다.
서로 다른 시각은 지역사회 내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광주 군 공항 이전 해법 찾기다.
지난달 13일 국회를 통과한 광주 군 공항 이전 및 종전 부지 개발 등에 관한 특별법은 2013년 제정된 특별법과 달리 기부 대 양여 부족분과 사회간접자본(SOC)·산업단지·이전지역 지원 비용을 국가재정으로 지원하는 안을 담고 있다.
이전 후보지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지원금이 추가로 소요될 수 있는데, 이 지원금을 국가를 통해 가능하게 하는 근거가 마련된 것으로, 군 공항 이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별법 통과에 따른 이런 기대와 달리 다음 수순을 두고 광주시는 ‘이전 지역 신청이 먼저’라고 밝히고 있고, 전남도는 ‘획기적인 지원책 마련이 전제’라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군 공항은 이전 대상지 주변을 개발하는 기회이자 소음으로 환경권을 침해하는 기피 대상으로 인식돼 가치 기준에 따라 서로 다른 시각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특별법 제정이라는 새로운 판이 깔렸다.
상대와 시각의 차이가 생길 때마다 서로 각자의 지점에서 한쪽 눈을 감은 채 내 얘기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면 어떨까. 상대방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도를 해보면 미처 발견하지 못한 가능성과 만날 수도 있다.
마침 고사리가 제철을 맞았다.
이맘때 즘이면 ‘고사리 꺾기의 달인’이라고 자칭하는 지인의 말이 스친다.
고사리는 서서 보면 안 보이지만 앉아서 살피면 눈에 잘 들어온다고 한다. 고개를 꼿꼿이 세우는 것보다 기우뚱하게 꺾어 보면 더 잘 보인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없던 것이 밑에서 올려다보면 있다. 사물을 보는 시각의 다양성을 고사리가 일깨워 준다는 게 그의 말이다.
양동민 기자 yang00@gwangna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