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요즘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권의 태도를 보면 그들이 ‘촛불시민혁명’의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사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그들이 착해서, 그들이 잘해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정권을 잡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렇지 않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지난 4월 총선에서 180석에 달하는 의석을 확보하고 나서는 그런 착각이 짙어진 것 같아 씁쓸하다.

그런데 콧대 높아진 민주당이 지난주 일부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역전되니 갈팡질팡하는 모습들을 연출하고 있다. 충격은 핵심지지층이 버텨온 호남에서 지지율이 크게 감소한 대목이다.

이 틈에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9일 민주당의 텃밭인 광주를 방문해 5·18국립묘지에 무릎을 꿇었다.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해 충분히 논의해볼 수 있다고 했고 ‘5·18 역사왜곡처벌법’ 등에 대해서도 민주당이 처리할 때 함께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동안 보여온 통합당의 행태가 하루아침에 달라질 것이라고는 믿기 어렵다.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망언을 한 의원들에게 솜방망이 징계에 그쳤던 당이 아닌가. 광주 광산구갑이 지역구인 이용빈 의원은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지도부 몇 명의 이미지 선전을 위한 전략적 행보가 아니길 바란다”며 “진정성 증명을 위해 지난 40년간의 역사 왜곡과 비방에 대해 사과하고, 진상규명위원회 조사 활동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지지율이 빠진 원인으로 부동산 정책을 우선 지적한다. 일각에서는 임대차 3법 등을 강행 처리한 대가라고 분석한다. 반면에 당내에서는 뭐가 문제 되느냐며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인식도 있다, 토지 공개념 개헌도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민주당은 부동산 대책의 체감 효과가 나타나고 개혁과제 등에서 성과를 보인다면 지지율은 자연스럽게 회복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여당으로서의 숙명 같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 박광온 최고위원은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통합당은 본인들이 발목을 잡지 않는다는 전략을 쓰면서 여당의 독주 프레임을 짰다”며 “독주 프레임 때문에 처리해야 할 법안을 처리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여당이기 때문에 욕을 먹더라도 그 법안을 처리할 수밖에 없다”며 “그것이 바로 책임여당의 함정”이라고 말했다. 8·29 전대에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한 김종민 의원도 방송에 나와 “거여 독주 비판에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원 구성 협상 과정에서 법제사법위원장은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며 “안 그러면 국회를 몇 달 동안 멈춰 세울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국민이 180석이나 줬는데 끌려다닌다고 혼내셨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전북대 강준만 교수는 우리나라 정치가 이분법에 빠져들고 있음을 개탄한다. 강 교수는 최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정치는 누가 누가 잘하나 시합하기보단, 누가 더 나쁜가를 경쟁한다”며 “그러면 저쪽을 나쁘게 보이게 해야 한다. 이쪽에서 잘해야 할 필요가 뭐냐 있느냐는 것이다. 상대를 나쁜 쪽으로 몰아가면 된다”고 비판했다. 국민을 두려워하고 늘 겸허한 자세로 국민에게 길을 묻는 정치는 요원해 보인다. 그저 이분법에 기대어 누가 더 나쁜지를 다투는 정치는 이제 지긋지긋하다.

촛불시민혁명이 요구한 개혁을 완수해야 문재인 정부도 성공하고, 민주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다. 지금이 개혁을 완수할 마지막 기회다. 국민이 과반 의석을 준 것은 이참에 개혁을 완수하라는 명령이다. 촛불시민혁명이 요구한 것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개혁 △사법개혁 △경제민주화다. 개혁은 스스로 내려놓는 것부터 시작한다. 검찰개혁을 한다면서 그렇지않아도 권한이 막강한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일이다. ‘제왕적’이라고 하는 대통령의 권한부터 내려놓아야 한다.

초는 자신을 태우며 눈물을 흘리면서 세상을 밝힌다. 고위 공직자의 다주택 소유를 정리한 것은 비록 본질과는 거리가 있다고는 하나 그런 점에서 높이 살만하다. 지지율 역전은 민심의 경고다. 4년 전 광장에서 외쳤던 촛불의 의미를 외면하고 그저 권력 연장에 혈안이 된다면 민심은 돌아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