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고용허가제 10년 '명암' 교차
고용부 "불법체류ㆍ송출 비리 감소 기여"
인권단체 "현대판 노예제도…폐지해야"
입력 : 2014. 08. 13(수) 20:03
"처음엔 저뿐만 아니라 직원 대부분이 외국인 근로자들을 꺼려했었죠. 하지만 점차 모두가 어우러지고 동등한 동료로 대우했더니 생산성이 높아지더군요. 이제 외국인 근로자와 함께 연간 매출액 1000억 원 이상의 기업으로성장하게 되었습니다."
광주에 소재한 한 제조업체 인사담당자의 말이다.
지난 2004년 8월 첫 시행된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오는 17일로 제도 도입 10주년을 맞는다.
'현대판 노예제도'라는 혹평을 받기도 한 '외국인 고용허가제'는 정부가 국내에 취업을 희망하는 15개국 출신 외국인 근로자에게 취업비자(E-9)를 발급해 국내 근로자와 동등한 대우를 보장해 주는 제도로, 체류기간은 최대 3년이다.
시행 첫해인 2004년 3167명에 그쳤던 주한 외국인 근로자 수는 올해 4월 기준으로 45만134명으로 늘었다.
고용노동부는 10년이라는 세월을 거치면서 고용허가제가 성공적인 이주 관리 시스템으로 정착했다고 평가한다.
산업연수생제의 불법체류 확산을 막고 각종 송출비리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고용허가제가 정책 목표를 달성했다는 판단에서 내린 평가다.
고용부는 제도 도입 전 80%에 육박했던 외국인 근로자의 불법체류율이 올해 2월 기준으로16.3%까지 떨어진 점을 근거로 든다.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도입된 이후 외국인 근로자의 권익이 산업연수생제 시행 때보다 대폭 신장됐고 송출과정의 부정ㆍ비리가 강력하게 차단되면서 송출비용이 줄었다는 긍정적 평가에 대해서도 정부와 경영계는 인식을 같이한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국내 근로자들이 기피하는 이른바 3D 업종의 영세 사업장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고용부는 지난 6월 4일 스위스에서 열린 국제노동기구(ILO) 총회 본회의에서 "한국의 외국인 고용허가제는 2010년 ILO로부터 아시아의 선도적인 이주관리 시스템으로 평가받았고 2011년에는 유엔으로부터 공공행정 대상을 수상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고용부는 고용허가제 시행 10주년을 맞아 13일부터 17일까지 주한 송출국 대사 간담회, 평가 토론회, 한국문화 페스티벌 등 다양한 기념행사를 열 계획이다.
그러나 이주ㆍ인권 단체들이 고용허가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정부나 경영계와는 확연히 다르다.
이들은 '고용허가제'가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이동을 제한하고 차별과 강제노동, 노동착취의 도구로 전락했다고 비판한다.
실제로 사업주가 마음대로 직장을 옮길 수 없는 점을 악용해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일부러 임금을 체납하거나, 퇴직금을 주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증언이 외국인 근로자들 사이에서 잇따르고 있다.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이런 이유로 2012년8월 고용허가제를 개정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국내 4대 종단 이주ㆍ인권위원회 대표들은 고용허가제 10주년을 앞둔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허가제 폐지'를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고용허가제 아래에서 이주노동자들은 탈법적 파견 근로와 장시간 노동으로 고통받는 경우가 많다"며 "고용허가제는 더이상 합리적인 제도가 아니라 '현대판 노예제도'라는 손가락질을 받아도 이상할 것이 없는 제도"라고 주장했다.
김경석 기자ㆍ연합뉴스
김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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