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국들 예술세계 비교 기회…DMZ와 다락 탐색
■‘국가관’은 지금 <4> 스위스·오스트리아 파빌리온 프로젝트
광주은암미술관서 11월 15일까지 기록물까지 섭렵
1·2층 개별 공간 구축…토론·아카이브 등으로 확장
비무장지대 내 스위스 존재…이데올로기적 틀 성찰
입력 : 2026. 09. 08(화)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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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암미술관 1층에 들어선 스위스 국가관 전경.
은암미술관 2층에 들어선 오스트리아 국가관 전경.
규모가 질적 높이를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 단 한 작품을 출품하더라도 세계적 작품이 출품된다면 그 전시 수준이 떨어진다 할 수 없는 것처럼 작품수는 상관없다. 처음에는 한 미술공간에 두 나라 국가관을 조성하는 것이 그리 호기롭게 보이지는 않았다. 그런데 비무장지대(DMZ)를 다룬다고 해서 그들(제3자)이 바라본 우리의 분단에 대한 시각을 알 수 있는 기회여서 아주 알찬 전시공간으로 다가왔다. 더욱이 2층에는 다락방 콘셉트의 1점이어서 더 작품을 넣을 수 없기에 그렇게 구획을 한 것으로 알려져 십분 이해가 됐다.

은암미술관하면 지금까지 중국관이 연상된다. 그것은 채종기 관장이 중국에 박학다식한 입장이어서 마치 중국관이 열려야만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이웃나라인 두 국가의 전시가 같은 전시공간에서 선보인다. 아마 중립국이라는 공통분모가 크게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 두 공간은 분단문제와 다락에 대한 다층적 의미가 예술적 시각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1층에서는 스위스국가관이, 2층에서는 오스트리아국가관이 운영,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와 광주비엔날레 주최로 하며, 오스트리아 국가관은 필레아스-오스트리아 현대미술사무국, 은암미술관이, 스위스는 스위스 예술위원회 프로 헬베티아, 은암미술관이 각각 주관한다.

먼저 1층 전시관에 구축된 스위스 국가관은 ‘스테이트 픽션, 꽃과 국경을 넘어’라는 주제로, 2층 전시관에 구축된 오스트리아 국가관은 ‘저녁과 아침, 그리고 밤’이라는 주제로 각각 진행된다.

스위스 국가관은 클레르 호프만, 타데오 코한(파리 스위스 문화원)이 큐레이터를 맡았으며, 작가이자 연구자인 데니스 베르치(Denise Bertschi)가 작품을 출품했다. 이어 오스트리아 국가관은 아틸리아 파토리 프란키니(Attilia Fattori Franchini)가 큐레이터를 맡았으며 비르케 고름(Birke Gorm)의 작품이 선보이고 있다. 작품은 혼합설치와 미디어, 사진 등이다.

2013년부터 장기 리서치 프로젝트 ‘STATE FICTION’을 진행해온 데니스 베르치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냉전 시기 국제적 이해관계가 응축된 장소이자, 한반도를 가르는 비무장지대(DMZ)를 다룬다. 작가는 예상치 못한 이미지들의 원천인 비무장지대 내 스위스의 존재에 초점을 맞췄다. 관람객들이 중립(국)의 실재와 허구를 조망하기를 바라는 듯하다.

데니스 베르치는 스위스 파빌리온에서 리서치의 일부를 선별해 살아있는 아카이브를 선보이고 있는 것. 전시에 활용된 자료는 스위스 연방 행정부 및 군 중앙도서관인 기잔플라츠 도서관(Library AmGuisanplatz)에 소장된 기록물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전시는 관람객을 살아있는 아카이브의 시공간 속으로 이끌며 교류의 장이자 한국 관객의 증언이 모이는 장소로 만든다는 복안이었다. 두 개의 파트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섹션1에서 몽타주 방식을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만들어내며 영상과 사진, 텍스타일 작업, 텍스트, 역사 문서를 통해 아카이브 자료를 탐구한다.

이어 섹션2는 아카이브의 오늘날의 의미를 둘러싼 다양한 목소리의 대화를 위한 토론 공간으로 구성된다. 이 공간은 역사적 이미지, 중립국감독위원회(NNSC)의 외교 토론 테이블에서 영감을 받은 가변형 가구로 채워져 있고, 한국 및 해외 연구자들의 글이 수록된 출판물로 구성돼 있다. 관람객은 자료를 탐색하면서 자신의 반응과 기억, 감정을 기록해 벽에 붙여봄으로써 전시에 참여할 수 있다. 시민과 함께 만들며 확장해 가는 아카이브는 점차 당사자 공동체의 목소리가 살아있는 아카이브로 새롭게 확장된다.

이번 스위스 국가관은 스위스 예술위원회 프로 헬베티아(Swiss Arts Council Pro Helvetia)의 커미션으로 진행되며, 파리 스위스 문화원(Centre culturel suisse. Paris)이 기획을 맡았다.

또 오스트리아 국가관은 다락’(attic)으로 변모시켰다.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물의 생애 주기를 탐구하며, 역사 서술을 둘러싼 이데올로기적 틀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있다. 비르케 고름의 개인전인 이번 전시는 아틸리아 파토리 프란키니가 기획했고 사회적 재현과 젠더, 산업화, 가치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되묻고 있다.

다락은 오랜 시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채 잠재된 에너지를 간직해 온 저장의 공간으로, 사물이 정지된 듯, 고정된 듯, 혹은 잠들어 있는 듯 보이지만, 시선을 벗어나는 순간 오히려 고유한 생명력이 드러난다. 다락은 또한 집의 ‘정신’(mind)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거주자의 감정 상태를 비추는 공간이다. 이는 축적되고 억압된 기억, 처리되지 않은 감정, 그리고 정체성을 형성하는 사회적 힘을 상징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주변화돼 온 여성들의 이야기와 같이 쉽게 간과돼 온 서사들이 저항과 회복력의 원천으로서 전면에 부각된다. 작가가 구축한 이 다락 공간에는 새로운 신체 형상의 조각 연작이 등장하며, 이는 장면의 중심적 요소로서 기존 작업을 확장한다.

빈과 광주에서 수집한 폐기물과 재활용 재료를 주로 사용해 형상들을 구성했다. 여기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조명 시스템과 환경음으로 이뤄진 사운드스케이프는 공간을 안무하듯 낮과 밤 사이로 전환시키며, 경계성을 탐색하는 동시에 노동과 휴식, 생산성과 여가 사이의 긴장을 드러내는 하나의 미장센을 연출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전시는 지난 5일 개막, 오는 11월 15일까지.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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