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삼성전자, 37년 만의 투자가 반가운 이유
이승홍 산업경제부 부장
입력 : 2026. 08. 20(목) 16:47
본문 음성 듣기
삼성전자가 광주사업장에 2400억원을 투자한다는 소식이 나왔다. 1989년 광주사업장이 문을 연 이후 37년 만의 대규모 생산시설 투자다.

지역에서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광주 제조업을 대표해온 삼성전자가 다시 광주에 투자한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그런데 이번 투자는 과거와 조금 다르다.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 등 생활가전을 만드는 생산시설이 아니다. 지난해 인수한 독일 공조 전문기업 플랙트그룹의 기술을 바탕으로 AI 데이터센터 등에 들어가는 냉각·공조장비를 만든다.

광주사업장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AI 데이터센터가 늘면서 서버를 식히는 기술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고성능 서버가 뿜어내는 열을 기존 방식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워지면서 액체 냉각 같은 새로운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가 광주에서 생산하려는 냉각수 분배장치(CDU)도 그중 하나다.

그렇다면 이번 투자를 단순히 ‘삼성 공장 하나가 더 생긴다’고 볼 일은 아니다. 광주가 오랫동안 쌓아온 가전 제조 경험을 새로운 시장으로 넓힐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다만 기대가 큰 만큼 걱정도 있다.

대기업 공장이 들어온다고 해서 지역기업이 저절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도 대기업 투자 때마다 협력업체 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실제 효과가 지역 곳곳으로 퍼지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 공조장비에 들어가는 부품과 제어장치, 설비와 유지보수 등에서 지역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넓혀야 한다. 관련 기업을 광주로 끌어오고 기존 기업의 기술 전환을 돕는 것도 필요하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투자지원 전담팀을 꾸리기로 한 것도 그래서 중요하다. 기업의 인허가를 빨리 처리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삼성과 플랙트그룹 주변으로 어떤 기업을 붙일지, 지역기업이 어떻게 공급망에 들어갈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37년 만에 찾아온 삼성의 대규모 투자가 광주 제조업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지는 결국 지역이 이 투자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키우느냐에 달렸다.
이승홍 기자 photo25@gwangnam.co.kr
취재수첩 최신뉴스더보기

기사 목록

광남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