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대·순천대 통합 무산…벼랑 끝 몰린 국립의대
의대·병원 입지 합의 실패…대학 명기 없이 계획서 제출
교육부 요구 조건 못 갖춘 ‘반쪽 계획서’…탈락 가능성도
정부 직접 선정·지자체 위임 등 대안 거론…후폭풍 불가피
입력 : 2026. 08. 20(목)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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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전남지역 주민들의 30여년 숙원인 국립의과대학 신설이 백지화될 위기에 놓였다. 국립의대 신설을 전제로 통합 협상을 벌여온 국립목포대와 국립순천대가 정부의 계획서 제출 마감일인 20일까지 의대와 대학병원 배분에 합의하지 못하면서다. 정부로부터 ‘의과대학이 없는 지역에 의대 신설을 추진한다’는 약속을 확보하고도 내부 갈등을 넘지 못해 정식 신청 요건조차 갖추지 못하는 상황을 자초했다.

20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따르면 통합특별시는 이날 오후 교육부에 ‘지역 의과대학 신설 추진계획서’를 제출했다.

계획서에는 옛 전남지역의 국립의대 신설 필요성과 입학정원 100명, 지자체의 행·재정적 지원계획 등이 담겼다. 그러나 유치 대학은 특정하지 못했다. 의대와 대학병원 소재지, 교육시설과 교육병원 확보방안, 교원 충원계획 등 두 대학의 합의가 필요한 핵심 내용도 빠졌다.

교육부가 요구한 계획서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교육부는 지난 6일 통합특별시 등에 보낸 공문을 통해 목포대와 순천대가 먼저 대학 통합에 합의하고, 의대와 대학병원 위치를 포함한 통합 방안을 계획서에 담도록 했다. 통합대학 설립은 옛 전남지역 국립의대 신설의 사실상 전제조건이었다.

하지만 두 대학은 제출 시한까지 의대와 대학병원을 어디에 둘 것인지를 놓고 접점을 찾지 못했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인수위원회는 목포대에 통합대학 본부와 의대를 두고 순천대에는 500병상 규모의 대학병원을 우선 구축하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순천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협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후 두 대학이 자체 협상을 이어갔지만 최종 합의에는 실패했다.

통합특별시도 마감 직전까지 두 대학에 대승적인 결단을 요청했으나 이견을 좁힐 만한 추가 중재안을 끌어내지 못했다. 결국 통합대학을 중심으로 추진해 온 국립의대 신설은 공동 신청 주체도, 의대와 대학병원 입지도 정하지 못한 채 정부 심사를 받게 됐다.

이날 통합특별시가 제출한 자료는 완결된 의대 유치계획서라기보다 국립의대 신설 논의를 이어가기 위한 지자체 의견서에 가깝다. 교육부가 요구한 9개 항목 가운데 신설 필요성과 정원 규모, 지자체 지원계획 등 일부만 담겨 사실상 ‘반쪽 계획서’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문제는 정부가 제시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추진계획서의 내용이 미비하면 신설 대상으로 선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계획서를 제출했더라도 심사 과정에서 탈락하거나 국립의대 신설 자체가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국정과제인 ‘의과대학이 없는 지역에 의과대학 신설 추진’에 따라 2030학년도 지역 의대 정원 100명의 배정 후보로 경북과 옛 전남을 검토하고 있다. 이달 중 제출된 계획서를 심사해 신설 지역과 대학을 결정할 예정이다.

국립경국대를 중심으로 의대 신설을 추진하는 경북과 달리 전남광주는 대학과 입지조차 확정하지 못했다. 핵심 내용이 빠진 계획서로 정부 심사를 받아야 하는 만큼 의대 유치 경쟁에서 우위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립의대 신설이 좌초하면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1990년 5월 19일 목포대가 정부에 의대 신설을 공식 건의한 이후 36년간 이어진 지역 숙원이 대학과 정치권, 행정기관의 조정 실패로 무산됐다는 책임론이 불가피하다.

목포대와 순천대의 대립은 이미 서부권과 동부권의 갈등으로 번졌다. 지역 정치권도 각자의 지역에 의대와 대학병원을 유치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앞세웠을 뿐,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역할에는 한계를 드러냈다.

민선 8기 당시 옛 전남도는 통합의대에서 공모를 통한 단독의대, 공동의대를 거쳐 다시 통합의대로 추진방식을 거듭 변경했다. 민선 9기 통합특별시 역시 두 대학의 자율 협상에 기대면서 제출 시한까지 최종 결론을 끌어내지 못했다.

갈등은 통합특별시와 순천지역 간 충돌로까지 확산했다. 순천대 의대·대학병원 설립 전남광주 동부권 범시민추진위원회는 이날 동부청사를 방문한 민형배 특별시장에게 항의하고 형사 고발과 주민소환 추진 서명운동을 예고했다.

통합특별시는 두 대학의 추가 합의만 기다리지 않고 정부를 상대로 새로운 해법을 찾기로 했다. 대학 통합 여부와 옛 전남지역의 국립의대 신설 필요성을 분리해 판단하고, 두 대학 통합을 필수조건으로 둔 현행 추진방식을 변경해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정부가 목포대와 순천대 가운데 한 곳을 직접 선정하거나 통합특별시에 후보 대학 선정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통합특별시가 자체 평가기준을 마련해 두 대학을 심사한 뒤 한 곳을 정부에 추천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어느 방식을 택하더라도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정부가 직접 선정하면 정치적 판단이라는 논란이 불거질 수 있고, 통합특별시가 결정하면 평가기준과 절차의 공정성을 둘러싼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탈락한 대학과 해당 지역사회의 반발을 수습하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관계자는 “대학 통합이 무산됐지만 지역의 오랜 숙원인 국립의대를 포기할 수는 없다”며 “정부와 추진방식 변경을 협의해 옛 전남지역에 의대와 대학병원을 설립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현규 기자 gnnews1@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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