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쉴 곳 없는 거리 노숙인들…"갈 곳이 없다"
버스터미널·지하철역 등 돌며 기약 없는 떠돌이 생활
전년비 증가…현장보호인력 확충·광역지원체계 절실
입력 : 2026. 08. 10(월)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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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선 광주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상담요원이 지난 9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남광주시장에서 만난 거리 노숙인에게 얼음물, 생수 등이 담긴 혹서기 키트를 건네고 있다. 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백지선 광주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상담요원이 지난 9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금남로4가역에서 만난 거리 노숙인의 건강 및 안부상태를 확인하며 센터 입소를 권유하고 있다. 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백지선 광주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상담요원(왼쪽)이 지난 9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구 광천동 광주종합버스터미널에서 거리 노숙인에게 얼음물, 생수 등이 담긴 혹서기 키트를 건네고 있다. 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잠깐이라도 건물에 들어가 시원한 바람을 쐬고 싶은데, 사람들 시선 때문에 망설여져요.”

지난 9일 오후 8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구 광천동 광주종합버스터미널 앞. 연일 열대야가 이어지는 가운데 손모씨(60)는 광장 의자에 홀로 앉아 터미널을 오가는 사람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광주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백지선 상담요원이 다가가 얼음물과 생수 등이 담긴 ‘혹서기 보호키트’를 건네자 손씨는 말없이 물부터 들이켰다.

전북 익산이 고향인 손씨는 지난 5년간 익산 일대를 떠돌다 지난달부터 광천동 일대에서 노숙 생활을 하고 있다.

선원으로 오랫동안 일해서 번 돈으로 지인과 함께 요식업에 투자했지만 사기를 당했다. 지난해까지는 철거 일용직으로 생계를 이어갔지만 최근 건강이 나빠지면서 일자리마저 구하기 어려워졌다.

끼니도 종교단체의 도움으로 해결하고 있다. 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후 6시께 제공되는 컵라면과 빵 등이 사실상 하루의 주요 식사다.

무더위 속에서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잠자리다.

손씨는 “익산역이나 전주버스터미널 등에서도 지냈는데 자정이 지나면 문을 닫아 도롯가에서 잠을 잤다”며 “광주터미널은 24시간 문을 열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대합실에 앉아 있으면 경비원이 자리를 옮겨달라고 해 사람들이 잘 보이지 않는 곳으로 이동해 쉰다”고 말했다.

이어 “노숙 생활을 오래했지만 올해처럼 더운 적은 없었던 것 같다”며 “조금만 걸어도 옷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고 하소연했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공중화장실에서 옷을 세탁하며 더위를 식히는 것도 일상이 됐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다른 거리 노숙인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백 상담요원의 보호활동은 약 2시간 동안 이어졌다.

거리 곳곳을 돌며 노숙인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생수와 이온음료 등을 전달했다. 이후 센터로 돌아와 다른 상담요원과 함께 지자체와 경찰로부터 인계받은 노숙인 2명의 입소 절차를 진행했다. 입소자의 생활 규칙을 안내하고 피복을 교체한 뒤 상담을 진행하는 것까지 현장 상담원들의 업무다.

폭염이 길어질수록 이들의 업무 부담도 커진다.

백 상담요원은 “센터에서는 폭염에 대응하기 위해 매일 주·야간 두 차례 현장 보호활동을 진행하고 있다”며 “일시보호사업과 쪽방 지원사업까지 함께 운영하면서 직원들의 업무 부담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야간에는 현장 보호활동 인력 2명과 센터 상담 인력 1명이 필요한데 현재 인력으로는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며 인력 확충을 호소했다.

거리 노숙인의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광주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가 집계한 광주권역 거리 노숙인은 2024년 18명, 지난해 17명이었지만 올해는 7월 기준 25명으로 늘었다.

센터는 지난 6월부터 오는 9월까지 노숙인이 주로 머무는 지역을 찾아 ‘노숙인 혹서기 집중 보호활동’을 벌이고 있다. 현장을 직접 찾아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생수와 영양바, 이온음료 등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일시적인 물품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갑종 광주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장은 “전남광주가 하나로 통합된 만큼 전남권역에도 거리 노숙인과 주거 취약계층이 분명히 존재한다”며 “전남권역 노숙인과 주거 취약계층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지역별 특성에 맞는 지원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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