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의 새로운 지평…사유·성찰의 세계
의재미술관, 직헌 허달재 예술세계 조명
10월 31일까지 의재미술관 1·2·4전시실
전남미술관에 이은 순회전…40여점 선봬
입력 : 2026. 07. 13(월)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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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달재 작 ‘모란’
허달재 작 ‘백매’(白梅)
허달재 작 ‘섬’
허달재 작 ‘돌’
한국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이다는 평가를 받는 직헌 허달재 작가의 예술세계를 접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의재미술관(관장 이선옥)이 ‘직헌 허달재, 삶을 품다’라는 주제로 한 전시가 그것으로, 지난 3일 개막, 10월 31일까지 의재미술관 1·2·4전시실에서 갖는다. 의재미술관은 매년 의재(毅齋) 허백련(許百鍊, 1891~1977)의 회화 정신을 잇는 제자들의 전시를 열고 있는 가운데, 이번 전시는 직헌(直軒) 허달재(74·許達哉) 작가의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자리다. 출품작은 40여점.

이번 전시는 지난 3월 18일부터 6월 28일까지 광양 전남미술관에서 성황리에 진행됐던 ‘직헌 허달재, 삶을 품다’의 순회전이다. 전남미술관 전시를 미처 보지 못한 관람객을 위한 연장전시로 보면 된다. 전남미술관 전시와 규모나 공간 구성은 다르나 허달재 작가의 예술세계와 작품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큰 차이가 없다.

직헌 허달재 작가는 남종화의 거장 의재 허백련의 제자이자 장손자로, 의재의 예술정신을 잇기 위해 건립된 의재미술관의 기반인 의재문화재단 이사장이기도 하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조부 의재의 곁에서 한문과 서화의 기초를 배우며 문인화의 정신적 토대를 체득했고, 홍익대에서 현대적 미술교육을 받은 그는 전통의 근간 위에 현대적 감각을 더하며 한국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왔다.

1980년대에는 뉴욕주립대학교와 스토니브룩대학교 객원교수를 역임했으며, 1996년 파리 피에르 가르뎅 미술관 초대전 등 미국과 유럽 주요 무대에서 활동하며 한국 미술의 가치를 알렸다. 그의 국제적 활동은 서구에 한국화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동양화의 본고장인 중국 화단으로 확장됐다. 2011년 북경 화원미술관을 비롯해 심천, 상해 등지의 주요 공공미술관에서 개최된 초대전은 현대 한국화의 예술적 위상을 드높이며 해외 미술계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청와대, 중국미술관, 상해미술관 및 아부다비 왕족 컬렉션 등 국내외 유수 기관에 소장되어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번 전시는 섬, 매화, 모란, 돌 등을 소재별로 구성해 그의 작품 세계를 밀도 있게 보여준다. ‘매화’ 시리즈는 정중동(靜中動), 곧 고요함 속에 응축된 생명력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허달재 수묵 미학의 정수이다. 전통의 깊은 필력과 현대적 감각이 만나는 그의 매화도는 선비의 엄격함 대신에 내면의 품격을 읽을 수 있다.

‘돌’ 시리즈는 수묵의 본질적 요소인 물성과 사유에 집중한다. 그의 돌 작품은 만물을 순환시키는 자연의 근본이자 침묵 속에서 오랜 세월을 견뎌온 산수의 원형이며, 관조를 통해 본 아득히 먼 선경(仙境)이기도 하다. 최근년 작품인 ‘섬’ 시리즈는 허달재 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보여준다. 허달재의 산수화는 ‘관물취상’(觀物取象)의 태도로 자연을 재구성한 사유와 정신의 원천으로서의 풍경이다. 고요한 산세와 견고한 바위, 간결한 구도는 형상 너머의 추상성을 드러낸다. 그의 산수는 실재와 사유가 교차하는 정신으로 노니는 ‘와유(臥遊) 산수’의 경지를 구현한다.

이선옥 관장은 이번 전시에 대해 “직헌 허달재는 남도 문인화의 전통을 현대적 감각을 조화시켜 세계와 소통하는 독자적 예술세계를 이뤘다”면서 “한 화가의 예술적 경지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따라가며, 관람객 또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사유와 성찰의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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