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그분들이 지켜준 미소, 우리들이 전하는 감사
김경도 광주지방보훈청 보훈과 주무관
입력 : 2026. 06. 28(일)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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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도 광주지방보훈청 보훈과 주무관
누군가는 호국보훈의 달을 6월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하지만, 나의 6월은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시작된다. 해가 바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책상 위에는 어느새 ‘호국보훈의 달’이라는 이름의 파일이 놓인다. 수없이 계획서를 고치고, 관계기관과 협의하며, 프로그램 하나를 두고도 수없이 고민한다. 행사 하나를 준비하는 데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나씩 완성해 가는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 비로소 6월이 완성된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올해는 행사의 규모나 형식보다 더 오래 붙잡고 있던 고민이 하나 있었다.

‘어떻게 하면 감사가 사람들의 마음에 오래 남을 수 있을까.’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신 분들께 감사드린다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감사가 한 사람의 기억 속에 오래 머물게 하기 위해서는 말보다 경험으로 전해져야 한다고 믿었다.

그 고민 끝에 올해 호국보훈의 달은 음악으로 첫 인사를 건넸다.

광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TWO(한미)GETHER(연합) 보훈하모닉스’에서는 음악으로 자유와 평화의 가치를 전하고자 했다. 공연이 끝난 뒤 객석을 가득 메운 박수는 출연진만을 향한 박수가 아니라, 국가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께 보내는 감사의 마음처럼 들렸다.

며칠 뒤, 감사는 야구장으로 향했다.

현충일 프로야구 경기장에서 시민들은 독립·호국·민주의 의미를 담은 시구와 시타, 시포를 통해 자연스럽게 보훈을 만났다. 응원의 공간에서 함께 나눈 감사는 보훈이 특별한 날에만 머무는 기억이 아니라 우리 곁에서 함께 숨 쉬는 가치임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감사는 미래세대에게 이어졌다.

본촌초등학교 ‘보보와 함께하는 히어로랜드’에서 아이들은 보훈을 외우지 않았다. 보훈숏폼 영상을 만들고, 반별 보훈방패를 제작하고, 보훈영웅 유묵쓰기를 체험하며 자연스럽게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만났다. 보훈은 설명보다 경험으로, 교육보다 즐거운 기억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행사가 끝난 뒤 한 학생이 내년에도 이런 행사가 다시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깨달았다. 우리가 준비한 것은 하루의 행사가 아니라, 아이들의 마음속에 오래 남을 감사의 기억 하나였다는 것을.

6월의 마지막에는 국가유공자와 보훈문화 확산에 기여하신 분들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포상식이 열렸다. 무대 위 환한 미소와 객석을 채운 따뜻한 박수를 바라보며 올해 호국보훈의 달 슬로건인 ‘그분들이 지켜준 미소, 우리들이 전하는 감사’를 다시 떠올렸다. 그 순간, 슬로건은 더 이상 글귀가 아니라 모두의 마음속에서 완성되고 있었다.

행사담당자인 나에게 올해 6월은 성공적으로 행사를 마쳤다는 기억보다 감사를 전하는 일이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인지를 다시 배우는 시간으로 남았다.

공연장을 가득 채운 박수. 야구장의 함성. 보훈방패를 들고 환하게 웃던 아이들의 얼굴. 그리고 국가유공자께서 건네주신 따뜻한 악수.

그 장면들은 오히려 나에게 감사의 의미를 다시 가르쳐 주었다.

우리는 흔히 보훈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기억은 마음속에만 머물 때보다 누군가에게 전해질 때 더 오래 이어진다. 올해 호국보훈의 달이 누군가에게는 음악으로, 누군가에게는 야구장의 함성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학교 운동장의 웃음으로 남았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감사의 마음을 충분히 전한 것이 아닐까.

어쩌면 감사는 거창한 말이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속에 오래 남는 따뜻한 기억 하나를 만드는 일인지도 모른다. 내년 6월에도 우리는 또 다른 방법으로 감사를 전하기 위해 다시 겨울부터 6월을 준비할 것이다.

그리고 그 감사가 또 한 사람의 마음에 닿기를, 조용히 기대해 본다.
광남일보 기자 gn@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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