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예술이 살아야 원도심이 살아난다
--빛고을 르네상스 연대를 시작하며
남궁윤(리아트센터 예술감독·독립기획자)
입력 : 2026. 06. 18(목)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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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윤(리아트센터 예술감독·독립기획자)
광주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예술도시이다. 민주주의의 역사와 시민정신, 그리고 예술적 상상력이 함께 축적되어 온 도시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늘의 광주 원도심은 새로운 과제 앞에 서 있다. 한때 사람들로 북적였던 거리는 활력을 잃어가고 있고, 오래된 상가와 건물들은 비어가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최근 광주 원도심의 문화예술 현장에서는 의미 있는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서로 다른 장르와 세대에서 활동해 온 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빛고을 르네상스 연대’를 출범시킨 것이다.

이 연대는 특정 사업이나 예산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조직이 아니다. 문화예술을 매개로 광주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현장 예술인들이 서로 연결되기 위해 만든 자발적 문화예술 연대이다. 무엇보다 문화예술의 본질과 창작의 가치를 다시 이야기하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작년부터 이어오고 있는 노마드캔버스 프로젝트는 이러한 문제의식과 실천이 현장에서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별도의 공적 예산 없이 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작품을 전시하고 시민들과 만나고 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예술이 일상 속으로 스며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도시는 건물만으로 살아나지 않는다. 사람으로 살아나고 문화로 살아난다. 그리고 문화의 중심에는 예술이 있다.

문화예술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곳에는 사람이 모이고,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다시 상권과 공동체가 살아난다. 이는 여러 도시의 문화예술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어 온 사실이다. 문화예술은 단순한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지역의 활력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동력이다.

이러한 가능성은 지난해 진행된 빈집 프로젝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달 동안 예술가들은 원도심의 비어 있던 공간을 직접 기획하고 연출하며 작업실과 전시장, 공연장으로 탈바꿈시켰다. 버려진 공간은 창작의 공간이 되었고 시민들은 자연스럽게 그 안으로 들어와 작품을 감상하고 예술가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특히 현대미술이 일상 속 공간과 만나 시민들과 호흡했던 그 시간은 예술의거리가 지닌 가능성과 존재 이유를 보여주는 특별한 실험이었다. 비어 있던 공간에 다시 불이 켜지고 사람들이 모이며 예술이 살아 움직이는 모습 속에서 원도심의 가능성과 예술의 역할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예술이 도시를 변화시키는 과정 자체를 보여준 사례였다.

반대로 예술이 사라진 공간은 빠르게 활력을 잃는다. 창작이 멈추고 전시가 줄어들면 사람들의 발길도 끊어진다. 결국 도시재생의 핵심은 건물의 재생이 아니라 문화의 재생이며, 문화의 재생은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는 환경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오늘날 문화예술 현장에서는 창작보다 사업이 우선되고, 작품보다 실적이 중요하게 평가되며, 예술적 성취보다 포장과 홍보가 앞서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예술은 단기간의 성과로 평가될 수 없는 영역이다. 한 사람의 예술가는 수많은 실패와 실험, 성찰과 연구의 시간을 통해 만들어진다. 작품 뒤에는 보이지 않는 노동과 축적된 시간이 존재한다. 따라서 창작의 시간과 노동은 정당하게 존중받아야 하며, 예술은 사업의 수단으로 소비되어서는 안 된다.

좋은 예술은 혼자 만들어질 수 있지만 건강한 문화생태계는 함께 만들어진다. 예술은 경쟁보다 연결 속에서 성장하며, 전통과 현대, 지역과 세계, 예술과 시민의 삶이 만날 때 도시의 문화는 비로소 깊이를 갖게 된다.

광주가 문화예술도시로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건물보다 더 많은 창작자가 필요하다. 더 많은 사업보다 더 많은 예술적 실험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예술가가 자신의 작업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광주 원도심은 매우 특별한 공간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5·18민주광장, 전일빌딩245, 충장로와 예술의거리, 그리고 광주읍성의 역사문화 자원이 하나의 축으로 이어져 있다. 과거와 현재, 예술과 시민의 삶이 만나는 공간이 바로 이곳이다.

빛고을 르네상스 연대는 단순한 모임이 아니다. 문화예술을 통해 광주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려는 예술인들의 약속이며, 원도심을 다시 시민의 공간으로 되돌리기 위한 실천이다.

광주의 미래는 결국 사람에게 있고, 사람을 연결하는 힘은 문화예술에 있다. 원도심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예술이 살아야 하며, 예술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예술가가 존중받아야 한다. 예술이 다시 도시를 살리고, 사람이 다시 도시를 채우는 광주의 새로운 르네상스. 그것이 빛고을 르네상스 연대가 꿈꾸는 미래이며,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광주의 내일이다.
남궁윤 gn@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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