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광주를 달리는 200대 자율주행차
이승홍 경제부 부장
입력 : 2026. 05. 14(목) 16:10
본문 음성 듣기
처음 자동차가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말 없는 마차’를 두려워했다고 한다. 시속 30㎞만 넘어도 사람이 견디기 어렵다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자동차는 결국 도시를 바꿨고 산업을 바꿨다. 지금 도로 위에는 또 다른 변화가 올라서고 있다.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차다.

올 하반기부터 광주 도심에 자율주행차 200대가 투입된다. 골목길과 교차로, 지하차도와 고가도로를 스스로 오가며 데이터를 쌓는다. 인공지능(AI)은 이를 학습하고, 차량은 더 똑똑해진다. 정부와 지자체, 기업은 광주를 한국형 자율주행 기술의 실증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사업은 규모부터 남다르다. 국비 610억원이 투입되고, 앞으로 3년간 광주 전역이 실증 무대가 된다. 특정 노선이나 산업단지가 아니라 도시 전체를 시험장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현대자동차와 자율주행 기업, 보험사, 정부기관까지 참여한 것도 이례적이다. 단순한 기술 실험을 넘어 산업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의미에 가깝다.

광주시는 이미 국가 AI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인공지능 기반을 구축해왔다. 여기에 미래차 산업까지 연결되면 제조업 도시에서 AI 모빌리티 도시로 산업 지형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자동차 공장이 도시의 상징이었다면, 앞으로는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도시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오는 셈이다.

물론 기술은 아직 완전하지 않다. 도심에는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넘친다. 갑자기 뛰어드는 보행자, 복잡한 골목길, 공사 구간과 악천후까지 AI가 모두 판단해야 한다. 자율주행은 단순히 차가 스스로 움직이는 문제가 아니라 도시 전체의 안전 시스템과 연결된 문제다.

그래서 중요한 건 차량 숫자보다 도시의 준비다. 도로 인프라와 통신망, 사고 대응 체계, 시민 신뢰까지 함께 갖춰져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증 이후다. 그동안 지역에서는 다양한 미래산업 사업이 추진됐지만, 상당수가 실증 단계에 머무르거나 외부 기업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지역 산업과의 연결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번 사업 역시 단순히 ‘광주에서 시험했다’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지역 부품업체와 소프트웨어 기업, 스타트업, 대학 연구진까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로 이어져야 한다.
이승홍 기자 photo25@gwangnam.co.kr
취재수첩 최신뉴스더보기

기사 목록

광남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