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비만 2억원"…도심 속 흉물된 폐주유소
광주, 5년 새 주유소 30곳 문 닫아…전남도 감소세
‘철거비 부담·매매 실종’ 악순환 반복에 장기 방치
입력 : 2026. 05. 19(화)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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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북구 신안동에 위치한 한 폐주유소에 쓰레기가 쌓여 있다.
광주·전남 도심 곳곳에 문을 닫은 폐주유소가 장기간 방치되면서 도시 미관 훼손은 물론 화재·환경오염 위험까지 키우고 있다.

하지만 철거 비용 부담과 낮은 사업성 탓에 매매조차 쉽지 않아 사실상 ‘도심 흉물’로 방치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 차원의 정비 지원과 활용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일 행정안전부 공공데이터포털과 한국석유관리원 등에 따르면 지난 2020년 268곳에 달했던 광주 지역의 주유소 수는 2021년 261곳, 2022년 255곳, 2023년 243곳으로 줄어들었으며, 올해까지도 238곳 수준에 머물며 장기적인 감소세가 고착화되는 양상이다. 전남지역 역시 2020년 871곳이었던 주유소는 2021년 854곳, 2022년 852곳, 2023년 849곳에 이어 최근 들어서도 줄곧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결과적으로 최근 5년 동안 광주·전남 지역에서만 무려 67곳의 주유소가 공식적으로 문을 닫은 것으로 집계됐으며 정식 폐업 처리를 하지 못한 채 휴업이나 영업 정지 상태로 간판만 걸어둔 장기 방치 주유소까지 합산하면 그 실질적인 규모는 수백여 곳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이날 찾은 북구 신안동 대로변의 한 폐주유소는 도심 속 방치된 흉물의 실태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한때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늘어섰을 주유 공간에는 잡초가 허리 높이까지 자라 있었고, 간판 틈새에는 먼지와 폐기물이 뒤엉켜 있었다. 인근 상인들은 “밤이면 청소년들이 몰래 들어가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는 경우도 있어 현재는 철조망으로 출입을 막아둔 상태다”며 “이렇게 방치된 지 벌써 수년째인데 상권도 많이 죽은 터라 보러오는 사람도 거의 없는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도심 한 가운데 흉물로 남은 폐주유소의 가장 큰 문제는 철거 자체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주유소 부지는 일반 건축물과 달리 토양 정화 작업과 지하 저장탱크 철거가 필수다. 업계에서는 중형급 주유소 기준 철거와 토양 복원 비용만 최소 1억~2억원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토양오염이 심할 경우 비용은 수억원대로 뛰기도 한다. 이 때문에 폐업 후에도 철거를 미루는 사례가 적지 않다.

여기에 부동산 경기 침체와 상권 쇠퇴까지 겹치면서 매매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과거에는 주유소 부지가 물류시설이나 상업시설 용도로 재개발됐지만 최근에는 활용 수요가 줄면서 거래 자체가 끊긴 곳도 많다. 특히 대로변이 아닌 노후 상권의 경우 활용 가치가 낮아 투자자도 외면하고 있다. 결국 ‘철거비 부담→방치 장기화→자산가치 하락→매매 실패’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유소의 연쇄적 몰락은 대형 마트 주유소 및 알뜰주유소 도입에 따른 과도한 가격 경쟁 심화와 국제 유가 변동성 확대에 따른 자영 주유소의 한계 상황 직면 그리고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 자동차 보급 확대에 따른 구조적 수요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환경적·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발생한 폐주유소는 단순한 도시 미관 저해를 넘어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이 더하다.

전문가들은 폐주유소 문제가 단순 민간 영역을 넘어 공공 차원의 도시관리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장기 방치 시 토양오염과 안전사고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정부와 지자체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폐주유소 부지를 공영주차장이나 생활 SOC 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예산 한계로 실효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환경 정화 비용 지원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는 토양오염 책임 원칙에 따라 대부분 업주가 비용을 부담하지만, 영세 자영업자가 수억원대 정화 비용을 감당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폐업 이후 장기간 방치된 시설은 소유권 문제까지 얽히면서 행정 개입도 쉽지 않다.

도심 한복판에 남겨진 폐주유소는 단순한 ‘빈 건물’이 아니라 지역 산업 구조 변화와 도시 쇠퇴의 단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친환경차 시대 전환 속에서 기존 주유 인프라에 대한 재정비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폐주유소 증가는 단순 폐업 문제가 아니라 친환경차 확산과 수익성 악화가 맞물린 구조적 현상”이라며 “철거와 토양 정화 비용 부담을 업주 개인에게만 맡겨선 방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실태조사와 정화 비용 지원, 부지 활용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은지 기자 eunzy@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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