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봄을 가장 오래 남기는 방법
정채경 문화체육부 차장 대우
입력 : 2026. 02. 26(목) 18:26
본문 음성 듣기
정채경 문화체육부 차장 대우
무등산 자락에 부는 바람이 부드러워질 즈음, 무대의 조명이 하나둘 켜지고, 전시장의 문이 활짝 열린다.

봄이 오면 가장 먼저 달라지는 것은 따뜻한 온도지만, 그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게 문화예술계 현장이 아닐까.

공연계는 광주예술의전당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을 중심으로 봄 시즌 프로그램을 본격 가동하고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창작 무용, 연극 무대로 관객들을 맞이한다. 미술관과 갤러리 역시 마찬가지다. 겨울을 지나 봄을 맞이하면서 자연과 생명, 회복, 연결 같은 보다 밝고 희망적인 주제를 내세운 기획전이 주를 이룬다. 계절과 호흡을 맞추듯, 작품은 생기를 띠고 관객의 발걸음도 늘어난다. 미술관 로비에 퍼진 길어진 낮빛은 작품 감상의 분위기를 한층 부드럽게 만든다.

영화계도 계절의 전환을 스크린에 옮긴다. 광주극장과 독립영화전용관은 기획 상영전 등을 마련해 선택의 폭을 넓힌다. 뿐만 아니라 지역 영화인들의 작품 상영과 관객과의 대화(GV) 등 스크린을 매개로 한 소통의 장을 확장시킨다.

봄의 문화예술은 ‘만남’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공연은 무대와 객석의 만남을, 전시는 작가와 관람객의 대화를, 영화는 스크린과 관객의 시선을 교차하게 한다. 이를 통해 겨울 동안 느슨해졌던 공동체적 감각이 다시 조밀해진다. 한 공간에 모여 같은 장면을 바라보고, 같은 음악을 듣고, 같은 이미지를 공유하는 경험은 계절의 온기만큼이나 소중하다. 봄은 지나더라도 그 안에서 문화예술을 통해 가슴 속에 남은 울림은 오래도록 남기 때문이다. 계절이 건네는 이 짧은 시간을 문화예술과 함께 보내보는 것을 권한다. 문화예술이야말로 계절을 가장 오래 남기는 방식이 될 터다.
광남일보@gwangnam.co.kr
취재수첩 최신뉴스더보기

기사 목록

광남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