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한 도시의 극장이 살아난다는 것
정채경 문화체육부 차장 대우
입력 : 2026. 02. 24(화) 18:48
본문 음성 듣기
정채경 문화체육부 차장 대우
오랫동안 목포의 근현대를 품어온 목포극장이 최근 ‘목포아트시네마’라는 새 이름으로 다시 불을 켰다. 1~3관으로 구성된 목포극장의 3관이 예술영화를 상영하는 곳으로 자체 운영을 시작한 것이다.

목포시 영산로에 자리한 목포극장은 1926년 11월 문을 열었다. 전남 서남권을 대표하는 극장으로, 개항 이후 항구도시로 성장한 목포의 문화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서울 단성사, 광주 광주극장과 함께 조선인 자본가가 소유했던 극장으로 알려져 있다.

원도심 상권과 함께 형성된 대표적 상영공간이자 한국 상업영화의 흥행 흐름을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했다. 200여석 규모 1관과 100여석의 2관, 40여석 3관이 모두 찰 정도로 인기를 누리는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멀티플렉스의 등장과 함께 극장은 흥망성쇠를 거듭했다. 2012년 롯데시네마가 건물을 인수해 2013년 롯데시네마 목포센트럴점으로 운영했고, 2014년 12월부터는 메가박스 목포점으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하지만 2020년 1월 1일 최종 폐업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현재 상업극장으로의 기능은 맘췄지만, 극장이 자리했던 장소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런 점에서 3관을 아트시네마 콘셉트로 자체 운영하는 것은 단순한 재개관 소식 이상일 수밖에 없다. 지역 영화 생태계가 자생적 순환 구조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혀서다.

운영을 맡은 윤창민씨는 목포에서 영화를 보고, 만들며 성장한 지역 청년 영화인이다. 영화광으로 알려진 그는 지역 영화단체 씨네로드가 운영하는 독립영화관 시네마MM의 영화 제작 프로그램을 통해 단편 ‘혼자 있을 때’를 연출하며 감독으로 데뷔했다. 상영관의 관객이 창작자로 성장하고, 다시 극장을 운영하는 주체로 돌아오는 흐름은 지역 문화 생태계의 성숙을 보여준다. 지역 영화가 더 이상 외부에서 공급되는 콘텐츠가 아니라, 내부에서 생성되고 관리되는 문화 자산으로 지역에 뿌리내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출발한 목포아트시네마는 벌써 움직임을 시작했다. 씨네로드와 의기투합해 지난 12월부터 15일까지 이주민을 바라보는 시각에 질문을 던지는 ‘국제시민 영화제’를 열었고, 오는 27일부터 3월 1일까지 목포와 광주, 대전, 부산 등 영화창작커뮤니티가 참여하는 ‘지역영화 교류 상영회’를 갖는다. 향후 배급사와 상영관을 찾지 못해 개봉 기회를 얻지 못한 작품들이 이 공간을 통해 관객들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 공간이 일회성 실험으로 끝나지 않고, 지역에서 영화를 하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시작점’이 됐으면 한다. 목포의 오래된 극장이 다시 불을 밝힌 지금, 그 빛이 지역 영화인들의 창작 의지를 지탱하는 등불로 이어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
정채경 기자 view2018@gwangnam.co.kr
취재수첩 최신뉴스더보기

기사 목록

광남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