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로 미래를 여는 기업]이정권 DH글로벌 회장
냉기 솔루션의 혁신…‘메이드 인 광주’ 세계로
OEM·ODM 넘어 자체 브랜드 ‘스테닉’으로 글로벌 도전
냉장·제빙 기술 고도화 스마트팩토리로 생산 효율 극대화
기업부설연구소 R&D 활발…지역 청년·여성 일자리 확대
입력 : 2025. 10. 15(수)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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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H글로벌 전경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품질혁신으로 냉장·냉동 솔루션의 새로운 기준을 세워온 기업이 있다.

광주 첨단과학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DH글로벌(회장 이정권)이 그 주인공. ‘고객감동 실현’을 경영이념으로 삼아 냉장 쇼케이스, 소형 냉동고, 제빙기 등 생활가전 전문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 2011년 글로벌 경제위기로 지역 제조업이 해외로 이전하는 어려움을 겪던 시기에도 DH글로벌은 기술력으로 버텨내며 지금, ‘메이드 인 광주’의 가능성을 세계로 확장하고 있다.

DH글로벌은 창립 초기 부품 납품 중심의 협력업체였지만 내재 기술 확보와 생산 자동화를 앞세워 완제품 제조로 눈을 돌렸다.

전환의 계기는 2013년 위니아만도의 뚜껑형 김치냉장고를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생산하면서였다.

이듬해 삼성전자에 생활가전 부품과 완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했고, 이후 에어드레서·비스포크 냉장고 등 프리미엄 라인업 생산에 참여하면서 사세가 빠르게 확장됐다.

현재 DH글로벌의 최대 고객은 삼성전자다.

스테닉 제빙기
회사는 ‘OEM·ODM의 신뢰를 자산으로, 자체 기술과 브랜드로 확장하겠다’는 전략 아래 2021년 자체 브랜드 ‘스테닉(STENIQ)’을 선보였다.

스테닉 크리스탈 제빙기는 투명한 얼음을 8분 만에 만들어내는 고속 제빙 시스템을 적용해, 단순한 ‘얼음 제조기’가 아닌 ‘공간을 디자인하는 냉기 솔루션’으로 평가받는다.

UV살균과 자동급수, LED 인지센서 등 위생과 편의 기능을 강화했으며, 메탈릭 실버·블랙 등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주방가전의 인테리어 가치를 높였다.

특히 냉각 코일의 열전달 효율을 극대화한 DH글로벌 고유의 발포 기술이 적용돼 얼음의 투명도와 경도를 동시에 확보했다.

수입 제품이 점령하던 제빙기 시장에서 국산 브랜드가 경쟁력을 확보한 첫 사례로 꼽힌다.

스테닉 브랜드 출시는 단순한 신제품 론칭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DH글로벌에서 제품 생산이 진행되고 있다.
DH글로벌이 OEM 중심 구조를 넘어 독자 브랜드로 기술력과 디자인을 증명하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현재 회사는 후속 모델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으며 냉각 효율과 절전 기능을 강화한 차세대 라인업을 준비 중이다.

DH글로벌의 또 다른 주력 생산군은 여전히 냉장·냉동 쇼케이스와 소형 냉동고, 정수·제빙 솔루션 등 OEM·ODM 중심 제품이다.

냉장쇼케이스는 상업시설, 프랜차이즈, 편의점 등에서 널리 쓰이는 제품으로, 고효율 BLDC 팬모터와 3중 단열유리를 적용해 냉기 손실을 최소화했다.

온도 편차를 ±1℃ 이내로 유지해 냉장 식품의 신선도를 극대화했고, 전력 효율을 10% 이상 개선했다.

외형 역시 기능 중심에서 디자인 중심으로 발전해 메탈릭 실버·세이지 그린 등 다양한 색상을 적용, 상업공간의 인테리어 요소로 확장했다.

또 소주냉동고는 -23도까지 냉각 가능한 초저온 기술을 적용해 주류 프랜차이즈 시장의 표준 모델로 자리 잡았다.

특허 출원된 냉매 순환 구조를 통해 일정한 온도 유지가 가능하며 최근에는 음료 브랜드와의 공동개발을 통해 맞춤형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이 밖에 산업용 냉장 쇼케이스, 오피스용 미니 냉장고 등도 DH글로벌의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형성한다.

이 같은 제품 경쟁력의 중심에는 첨단 제조 인프라가 있다.

소주냉장고1
DH글로벌은 광주 첨단산단 내에 스마트팩토리 기반의 냉장·냉동기기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판금, 용접, 발포, 조립, 검사, 포장에 이르는 전 공정을 자동화했으며, 외관검사에는 2000만 화소급 비전카메라를 활용해 불량률을 최소화했다.

특히 포장라인의 무인 자동 시스템과 실시간 설비 모니터링 체계를 통해 생산 효율과 정밀도를 동시에 확보했다.

연간 50만대 이상의 완제품을 양산할 수 있는 설비 능력은 국내 생활가전 OEM·ODM 업체 중 손꼽히는 규모다.

스마트팩토리 운영에는 디지털 자동화 솔루션이 결합돼 있다.

모든 공정 데이터가 중앙 서버로 집계되어 생산량, 설비 가동률, 품질 이상 여부를 즉시 확인할 수 있다.

공정 검사 데이터를 분석해 불량 원인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등 AI 기반 품질관리 체계를 구현했다.

DH글로벌은 이를 기반으로 향후 제조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 구축도 검토 중이다.

기술혁신의 또 다른 축은 R&D 조직이다.

DH글로벌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인증 기업부설연구소를 운영하며 냉기 효율 향상, 절전 기술, 친환경 냉매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전문 연구 인력이 상주해 제품 구조 설계부터 시험·인증까지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하며, 냉각 알고리즘과 센서 제어 기술 등 핵심 기술을 자체 개발했다.

아울러 신입 연구원과 생산기술팀의 협업을 통해 현장 중심의 기술혁신 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기술 공유 세션을 정례화해 전사적 기술역량을 높이고 있다.



DH글로벌은 기술력뿐 아니라 경영 시스템과 조직문화에서도 차별화를 이뤘다.

회사는 전 직원이 재무지표와 성과 데이터를 공유하는 ‘오픈북 매니지먼트(Open Book Management)’를 도입해 경영 투명성을 높였다.

지역 인재 중심의 고용창출에도 앞장서고 있다.

현재 광주 첨단산단 내 생산거점에는 직고용 인원 등 280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지역 청년과 여성 인재 채용 비중이 높다.

제조업 기반이 빠르게 줄어드는 지역 현실 속에서도 지역 인재를 적극 채용하며 ‘고용이 살아 있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정권 ㈜DH글로벌 회장
아울러 생산직·기술직뿐 아니라 설계·품질·디자인 등 전문 인력을 적극 채용해 지역 내 고급 기술 일자리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협력업체와의 상생협약을 통해 원부자재 공급망의 안정화를 도모하고, 중소 협력사 품질 컨설팅 지원도 지속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은 각종 인증과 수상으로 이어졌다.

DH글로벌은 ISO9001(품질경영)·ISO14001(환경경영)·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을 비롯해,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혁신형 중소기업(Inno-Biz), 경영혁신형(Main-Biz) 인증을 획득했다.

광주시 일자리우수기업, 고용노동부 우수강소기업으로 선정되며 기술력과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DH글로벌은 현재 OEM·ODM 기반의 안정적인 매출 구조를 유지하면서 자체 브랜드 ‘스테닉(STENIQ)’을 앞세워 해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북미와 동남아 등 주요 권역에서 현지 인증과 유통망 확보를 추진 중이며 친환경 냉매 기술과 고효율 제품 라인업을 중심으로 수출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이정권 DH글로벌 회장(왼쪽)과 강기정 광주시장이 광주 소부장특화단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이정권 DH글로벌 회장은 “냉장제품을 만드는 제조기업이 아니라 냉기 기술로 생활문화를 제안하는 기업을 지향한다”며 “OEM·ODM에서 축적한 기술력과 품질 경쟁력을 기반으로 스테닉(STENIQ)을 세계 브랜드로 키워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광주에서 태어난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인정받는 것이 목표”라며 “2030년 매출 1조원, 상장 추진이라는 비전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송대웅 기자 sdw0918@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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