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시대, 희망리포트] <3>시골에 정착한 귀농인
지속가능한 농촌 미래 그리며 설레는 ‘인생 2막’
임동현 대표, 군 퇴역한 뒤 연고 없는 곡성서 토란 생산
박영철 대표, 선도농가 견학·교육 받고 흑염소농가 운영
서태민 대표, 고향 해남서 무화과 재배 성공…유튜브 공유
입력 : 2025. 09. 21(일)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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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 다산흑염소 농장 대표는 건강 악화로 20여년간 운영한 학원을 정리한 뒤 고향 강진에 내려와 흑염소를 키우고 있다.
임동현 파우더리 네이처 대표(42)는 5년 전 연고가 없는 곡성으로 귀농했다. 육군사관학교를 나와 2017년 소령으로 전역한 그는 인생 2막을 준비하면서 서울대학교 국제농업기술대학원에서 석사를 졸업하고 1년여간 농사 경험을 쌓았다. 이후 1983㎡(600평)의 땅을 마련해 농산물 가공공장을 짓고 지역 특화작목인 토란 농사에 뛰어들었다.

임 대표는 올해 4월 전남농업기술원과 협업을 위해 나주에 법인 ‘파우더리 네이처’ 본사를 뒀다.

대학원에서 식품 관련 공부를 한 그는 분무건조 공법을 농산물 가공에 접목했다. 분무건조는 액체 상태의 원료를 아주 미세한 입자로 만들어 고온의 건조 공기에 분사해 건조하는 기술로, 이 과정을 통해 영양소와 맛은 그대로 유지되며, 고운 분말 형태로 변환된다.

임 대표는 농산물, 천연물, 슈퍼푸드 등 원하는 원료를 사용해 고객이 원하는 성분, 용도, 품질을 분석하며 맞춤형 소량 생산과 시제품 제작 지원, 제품 개발·컨설팅 등을 제공한다.

경기·충청권에 분무건조 업체가 있지만 대량 생산 위주다 보니 청년 농업인, 로컬크리에이터, 소상공인의 진입이 어려웠다.

임 대표는 “직접 기른 농작물 판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귀농인에게 원료 선택, 주문 기반 분말 제조, 사업계획서 등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며 “부산물이 건강에 도움을 주는 원료로 활용될 수 있어 수입 창출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 결과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았음에도 입소문을 타고 찾아오는 건강식품 제조사, 대학교 관계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임 대표는 곡성 사업장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섬진강과 곡성기차마을을 꼭 다녀갈 것을 당부하며 곡성만의 매력을 알리는 곡성 전도사 역할도 하고 있다.

보험업에 종사했던 서태민 행복한무화과 대표는 2011년 고향 해남으로 내려와 전남도농업기술원 등의 교육을 받고 무화과를 재배하고 있다.
박영철 다산흑염소 농장 대표(60)는 건강 악화로 20여년간 운영한 광주 광산구의 종합학원을 정리한 뒤 지난 2023년 6월 고향인 강진으로 내려왔다. 별다른 준비 없이 내려온 박 대표는 1년여간 강진군농업기술센터를 찾아가 귀농귀촌 교육을 받았다.

대다수가 딸기, 체리 등 작목을 선택한 것과 달리 박 대표는 흑염소를 선택해 주목을 받았다. 박 대표는 강진흑염소협회장을 찾아가 사육 방법, 질병, 사료, 관리 방법을 전수 받았다. 기술센터도 흑염소 선도 농가 견학을 진행하며 성공적인 귀농을 도왔다.

그는 강진군에 빈집리모델링 사업과 귀농인 창업자금(흑염소 축사 건축)을 신청해 각각 3000만원, 1억2500만원을 지원받았다.

박 대표의 노력 덕분에 마을에서는 옥수수와 볏짚을 전달하는 훈훈한 풍경이 재현됐고, 일부 주민은 그를 이장으로 추천할 정도로 돈독한 관계가 쌓였다.

지난 5월 준공된 염소 축사동(661.1㎡)에는 염소농가 지인으로부터 받은 염소 18마리가 있다.

박 대표는 2027년부터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사육하거나 도살, 유통, 판매하는 행위가 처벌을 받게 되면서 개를 대체할 수 있는 보양식으로 염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위해 축사 옆 농지를 구매해 건강하게 염소를 키울 계획이다.

박 대표는 “고향으로 내려와 건강을 점차 회복하고 있다”며 “염소농장 부지를 확보해 염소 사업이 잘 될 수 있도록 염소 관련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임동현 파우더리 네이처 대표는 5년 전 연고가 없는 곡성군으로 귀농해 토란 농사에 뛰어들었다.
해남군 송지면에 자리잡은 서태민 행복한무화과 대표(52)는 무화과 재배·판매에 성공하며 침체된 마을공동체 회복을 위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농사에 문외한이던 서 대표는 지자체, 농업기술센터의 기초영농기술교육과 지원사업 등에 적극 참여했다.

1998년 보험회사에 입사한 그는 서울, 광주, 목포, 제주에 근무하며 교통사고 보험 업무를 처리하다 스트레스를 받아 2011년 고향 해남으로 내려왔다.

당시 서 대표의 아버지는 무화과 비닐하우스 2동을 주며 안정적인 정착을 도왔다. 서 대표는 물만 잘 주면 식물이 알아서 잘 클 것으로 생각했지만 잎사귀는 노랗게 변했고, 무화과의 성장은 더뎠다.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서 대표는 해남농업기술센터를 찾아가며 개인 공부에 매진했다.

그는 2013년부터 전남도농업기술원, 해남농업기술센터의 유통·마케팅 교육을 수강했고, 무화과 판매 수익으로 비닐하우스 부지를 매입하거나 해남군 비닐하우스 보조사업을 신청해 무화과 재배 규모를 넓혔다.

현재 비닐하우스 25동을 운영 중이다. 1년간 매출 약 5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안정적인 귀농생활을 이어갔다. 무화과 밭에 심는 방법, 무화과 옆순 제거 방법, 무화과 묘목 생산 과정 등 노하우를 자신의 유튜브, 블로그에 공개하며 귀농의 즐거움을 설명했다. 그의 유튜브 채널은 1만4800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서 대표는 “다른 과일나무와 달리 무화과는 심는 해부터 수확이 가능해 곧바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며 “귀농을 하게 되면 여유, 낭만, 건강, 소중한 사치를 얻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영향으로 서 대표의 인근 35농가는 벼농사 대신 무화과를 선택했다. 서 대표는 제과점, 떡집, 커피숍에 무화과 납품 계획을 세우며 사업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이처럼 도시민들이 농촌에 정착해 제2의 고향으로 삼거나 고향에 돌아오며 소멸 위기의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지자체 역시 귀농어귀촌 인구를 유치하고 이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전남도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 ‘귀농산어촌 종합지원 서울센터’를 설치·운영해 귀농, 귀산, 귀어, 귀촌을 계획 중인 도시민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귀농귀촌 상담·교육, 지역 정보, 시군 연계 등 귀농산어촌 종합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도시민 예비 귀농어귀촌인 2394명(콜센터 1365건, 온라인 37건, 방문 56건, 박람회 936건)에게 상담을 제공했으며, 2380명이 귀농산어촌 교육·미래 전남농업인 육성 프로그램을 수료했다.

2020년 2월부터 ‘귀농TIME’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2025년 9월 기준 260개 영상에서 1382만3536회 조회 수를 보인 가운데 누적 구독자 5만100명을 기록하며 전국 지자체 귀농어귀촌분야 유튜브 1위에 올랐다.

이와 함께 서울, 부산 등 대도시민 대상 전남 귀농어귀촌 지원 정책 홍보·상담, 찾아가는 작은 설명회를 실시했다.

‘살고 싶은 농산어촌 구현’을 목표로 맞춤형 도시민 유치 활동과 귀농어귀촌인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귀농 창업자금·주택자금 융자 사업, 귀농어귀촌인 우수창업 활성화 지원사업도 있다.

2009년부터 시작된 귀농 창업자금·주택자금 융자 사업은 귀농인이 안정적으로 농업·농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농업창업 또는 주거 공간 마련을 지원함으로써 신규 농업 인력 육성을 통한 농업 인력구조 개선, 지역 활성화를 위한 지원이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이 사업을 신청한 귀농어귀촌인 80명은 융자 금액 134억원(86건)을 받았다.

귀농어귀촌인 우수창업 활성화 지원사업은 전입 5년 이내 귀농어귀촌인(18~65세)을 대상으로 초기 창업자금을 지원(1인당 2000만원 한도)한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73명이 혜택을 받았다. 연도별로는 2022년 56명, 2023년 60명, 2024년 57명이었다.

올해는 창업지원 60명에게 총사업비 12억원(도비 3억6000만원, 시·군비 6억원, 자부담 2억4000만원)이 편성됐다.

오선욱 전남도 귀농어귀촌지원팀장은 “전남은 깨끗한 산과 들, 아름다운 바다와 갯벌, 많은 섬과 긴 해안선이 펼쳐진 고장이다”며 “귀농산어촌인이 전남에서 꿈과 희망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귀농어귀촌은 물론 농어업 정책 등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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