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전남이 특별해졌다. 프로배구, 철인3종, 국제바둑, 그리고 세계 정상급 골퍼들이 모이는 LPGA 정규투어까지 굵직한 국제대회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일정표만으로도 전남이 ‘스포츠 가을’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케 한다.

눈여겨봐야 할 건 대회의 규모보다 그것이 지역에 남길 흔적이다. 스포츠 이벤트는 순간의 환호로 끝날 수 있다. 그러나 전남은 이번 가을을 통해 단순한 개최지를 넘어, 세계 속에 스스로를 증명해야 한다. 방문객 수치나 경제 효과를 넘어, 지역이 어떤 경험을 제공하고 어떤 이미지를 남기느냐가 본질적 성과다.

현장은 이미 준비로 분주하다. 여수 체육관은 배구 열기를 맞이할 채비를 마쳤고, 구례는 철인들을 맞을 코스를 정비한다. 신안과 영암은 세계 정상급 바둑기사들을 위해 공간을 단장하고, 해남은 수만 명의 관람객이 몰릴 골프장을 다듬고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대회를 치르고 난 이후다. 그 열기가 사라진 자리에 무엇을 남길 수 있을지,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이번 가을은 또 한 번의 이벤트로 소비될 뿐이다.

전남이 이번에 시험대에 오르는 이유는 분명하다. 수도권과 대도시가 독점하던 국제 스포츠 무대에 도전장을 던졌기 때문이다. 구례의 좁은 도로, 해남의 바닷가, 신안의 작은 섬들이 세계와 연결되는 순간, 지역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무대가 된다. 그 과정을 통해 주민이 체감하는 자부심과 자신감은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다.

물론 과제도 있다. 많은 관람 인파가 몰리면 교통과 숙박 불편은 반복된다. 안전 관리와 관람 편의, 그리고 지역민이 체감할 실질적 이익까지 놓치지 말아야 한다. “한철 장사”라는 냉소를 넘어서려면 축제 이후에도 재방문을 부르는 매력과 신뢰를 만들어야 한다.

이번 가을이 끝난 뒤 남아야 할 것은 기록이 아니다. 다시 찾고 싶은 경험, 주민들이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는 기억, 세계 속에서 전남이 보여준 존재감이다. 결국 진짜 승부는 경기장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 안에서 결정된다. 가을 전남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대회를 치렀다는 사실로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이를 계기로 지역의 미래를 새롭게 써 내려갈 것인가. 그 답은 이제 전남의 선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