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선빵' 날리기, 그 이후
정현아 경제부장
입력 : 2025. 08. 31(일)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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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은 선빵’. 권투나 태권도 등 투기종목을 좀 아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자마자 상대의 콧잔등을 먼저 한 대 세게 때려놓으면 상대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허둥댈 수밖에 없고, 결과는 보나마나다.

이재명 정부가 확실한 선제공격을 날렸다. 지난 6월 27일 내놓은 부동산대책이 최근에 본 가장 효과적이고 극적인 ‘선빵’ 같은 선제 조치가 아니었나 싶다.

인천 앞바다 물이 모두 사이다여도 컵이 없으면 마실 수가 없다. 투자를 하면 한몫이 뚝 떨어질 것처럼 보여도 막상 돈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재명 정부는 그 지점을 깊숙이 찔렀다.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묶어버렸다. 신용대출도 극단적으로 옥좼다. 일단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사서 되팔아 돈을 벌어보겠다는 시도조차 하지 못하도록 돈줄을 차단한 것이다. 최소한 지금까지 이 대책의 약발은 강하게 먹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취임과 함께 쥐도 새도 모르게 전두환의 쿠데타에 앞장선 군 사조직 ‘하나회’를 해체하고, 전격적으로 금융실명제를 실시해 지하금융을 양성화한 김영삼 전 대통령 때의 기억이 이번 6.27 부동산 대책을 보면서 소환됐다.

주택 한 채에는 300가지 이상의 자재 등이 연관돼 있어 단순히 집을 짓는 산업측면에서만 보더라도 건설업은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수십 수백억원의 여윳돈을 굴리는 극상위층이 아닌 중산층 서민에게 재산목록 1호는 단연 ‘집 한 채’다. 주택이 비싼만큼 이를 취득하고 거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도 만만치 않다보니 정부도 이를 가벼이 볼 수 없다. 수도권과 지방도시, 무주택자와 2주택 이상 보유자, 신규 취득과 전환 수요, 전월세 수급 등 본디 집이라는 게 사람이 사는 데 가장 중요한 세가지 요소 가운데 하나인만큼 이해와 요구, 상호 충돌은 끝이 없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6.27 부동산대책의 유효기간을 대략 6개월 정도로 본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2년 가까이 스멀스멀 올랐던 집값이 6억원 대출규제의 위세에 눌려 관망세를 보이고 있지만 연말이 지나면 다시 반등, 반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무려 스물여섯번의 부동산대책이 나왔다. 내놓은 대책이 석달을 버티지 못했다는 말이다. 거기에 비해 6개월을 유효기간으로 봐준다는 것은 상당히 후한 평가이거니와 대책이 강력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문제는 다음 정책이다. 서울 강남이 개발된 1970년 대 이후 집을 이용해 막대한 돈을 벌어왔던, 또 돈맛을 봤던 강남 땅부자 등 수 많은 부동산 투기자들에게 6개월은 너무 가혹하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정부 정책을 뒤집거나 피하는 방법을 찾아낼 것이고 이전 보다 정교하고 과감하게 시도할 것이 뻔하다.

그에 맞서 정부가 내놔야할 정책은 단연 주택공급 확대다. 공공기관을 통한 신규 주택공급과 2가구 이상 보유자에 세금을 무겁게 매겨 잉여 주택을 시장에 내놓게 해야 한다. 구도심 재개발 등의 요건을 완화하는 대책도 거론된다. 비수도권 지역의 ‘세컨드홈’ 세제 특례 등을 대폭 보완하는 것도 지역소멸 대책과 맞물려 고민해볼만 하다. 물론 지속적인 대출 규제로 갭 투자를 차단하는 것은 기본 전제다.

문제는 시간이다. 연관 산업이 많은 것에 비례해 대규모 공공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짧게는 4~5년, 택지조성부터 해야 하는 대규모 신규사업이면 10년을 기다려야 한다. 현 정부 임기 5년 안에 공급을 통해 근본적으로 집값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그 사이 돈맛을 아는 부동산 투기 세력과 싸워야 하고 내 집을 갖고 싶어하는 무주택자들을 달래야 한다. 세입자들의 형편도 살펴야 한다.

뒤따라가는 대책으로는 집값과 탐욕을 잡지 못한다. 문재인 정부가 그랬다. 이재명 정부가 우선 할 일은 누구를 위한 부동산대책인지 정책 타깃부터 설정해야 한다. 무주택 서민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은 디폴트값이다. 이후에는 자금, 세제, 공급, 규제 등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끌어와 선제적이고 과감하게 밀어붙여야 한다. 집은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주거용이라고 생각하도록 인식을 바꾸는 작업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집을 받치는 기둥이 정권을 지탱하는 버팀목이 된다는 비상한 각오와 결단, 실천을 국민은 보고 싶다.

그런데 말이죠. 지금도 7000여 세대로 추산되는 광주지역의 미분양 아파트 물량은 어떻게 해소하나. 자금줄이 마른 지방 중소건설업계의 위기감은 어떻게 잠재울까. 주택문제를 중앙 정부, 서울과 수도권의 것으로만 생각하고 있지는 않는지 의문과 걱정이 가시지를 않는다.
광남일보 @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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