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세평]저절로 되는 일?
김요수 광주연합기술지주 대표
입력 : 2025. 07. 09(수) 18:36
김요수 광주연합기술지주 대표
‘군대 있을 때가 가장 좋았어!’ 석준이가 뜻밖의 말을 툭 던진다. 갑자기 웬 군대타령인가 싶었다. 개고생했다는 군대가 좋았다니, 원. ‘왜?’ 똑똑한 사람은 알고 묻는데 나는 그 마음을 알 길이 없어 물었다.

‘국방부 시계가 돌아가기만 하면 승진했으니까’라는 말에 ‘아, 시간만 흐르면 상병, 병장을 달았구나. 아무리 국방이 의무라 하더라도 능력에 따라 승진을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잠깐 떠올렸다.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아도 시간만 흐르면 먹는 것은? 나이다. 나이는 맛이 있든 없든 먹는다.

그런데 누구나 먹는 나이를 들먹이며 잘난 체 하는 사람들 꽤 있다. 나이가 벼슬이 아닌 데도 다짜고짜 나이를 따져 으스대는 사람들, 밥맛 떨어지게 만들 때 많다.

때가 되면 찾아오는 일도 있다. 계절이다. 뭘 하지 않았는데 꽃이 펴 마음을 들뜨게 하고, 푹푹 찌는 더위가 물과 바람의 소중함을 느끼게 한다.

나무의 푸름이 마음을 새롭게 다지게 하고, 높은 하늘이 겸손하게 만든다. 떨어지는 이파리가 추위를 준비하게 하고, 쌩쌩 부는 찬바람과 쏟아지는 눈은 서로 돕는 마음을 갖게 한다.

별로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승진을 하면? 사람들은 노력을 하지 않는다. 가만있어도 먹을 수 있다면 뭣 하러 돈을 벌려고 하겠는가? 놀고먹기만 하지. 가만 앉아 있는데 찾아온다면 굳이 찾으러 싸돌아다니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세상살이가 국방부 시계는 아니다. 나이 먹는다고 진수성찬(珍羞盛饌)을 차려주던 시대도 지났다. 저절로 찾아온 계절이 가만있는 나를 성인군자(聖人君子)로 만들지 않고, 내 살림살이를 저절로 넉넉하게 꾸려주지도 않는다.

가만있어도 상여금이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사람들이 바라는 일이지만 그것은 이상한 조직이다. 우리 조직에 그런 사람 있다고 부러워하지 마시라. 그 사람들은 일 잘하는 사람이 얼마나 부럽겠는가? 이렇게 말한다고 위로가 되지 않고, 짜증만 난다.

출퇴근만 했는데 월급이 나온다면 엄청 좋겠다.

힘들 때 한번쯤 떠올린 희망사항이지만 그것은 계엄부역자와 친일파후손이나 하는 못된 생각이다. 우리 회사에 그런 사람 있다고 투덜거리지 마시라. 그 사람들은 얼마나 창피하겠는가? 이렇게 말한다고 그들의 창피가 내 할 일을 줄여주지 않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지치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쓸데없는 곳에 헛힘 쓰는 짓을 ‘게트림’이라 한다. 군대 짝대기 하나 더 달았다고 게트림 뿜어낼 일 아니다. 나이 숫자 늘었다고 목소리 깔고 거드름 피우다가 저승꽃 핀다. 계절 따라 멋진 곳에 나들이 다녀왔다고 개폼 잡을 일도 아니다.

부러움 때문에 생긴 질투가 조직을 망가뜨린다. 창피함을 감추려고 가로채기와 아첨을 일삼는 놈들 때문에 조직은 탈이 난다. 질투와 가로채기와 아첨 잘하는 놈을 ‘운 좋은 놈’이라고 내버려두는 것은 잘못된 사회다. 바꿔야 한다.

2대8, 파레토 법칙 있다. 가르마 타는 비율 아니다. 어느 조직이나 20%만 일을 한다는 통계다. 그런 관찰이 있더라도 80%가 놀고 먹으면 조직은 성장하지 못하고, 올바른 사회도 아니다.

시간이 흘러 저절로 되는 일, 세상에는 없다. 시킨 일이라도 꼼지락거리며 할 줄 알아야 멋진 병장이 되고, 더 나은 조직을 만들려고 꿈틀거리며 제 몫을 해야 존경받는 윗사람이 된다.

찾아오는 계절이더라도 맞이할 준비를 해야 즐길 수 있고, 헤어질 결심을 할 때 ‘잘 살았다’고 느낀다.

어렸을 때 ‘꿈이 뭐냐’고 물으면, ‘대통령’이나 ‘판·검사’, ‘교수’를 말한다.

어른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으면, 부자나 행복을 말한다. 꿈은 차지하는 ‘자리’가 아니다. 꿈을 자리라고 여기면 꿈을 이뤘을 때 더는 노력하지 않는다.

대통령이란 꿈을 이뤘을 때 술과 계엄 속에서 허우적거리거나, 판·검사가 됐을 때 정의사회는 팽개치고 목에 힘주며 먹을 콩만 찾게 된다.

교수가 되었을 때 더 배우지 않고 20~30년 전 솜씨로 거들먹거리기만 한다. 지난해에 했던 일만 뒤적거리며 ‘작년에 왔던 각설이 타령’만 하기도 한다.

꿈은 자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뭘 하겠다는 의지와 어떻게 하겠다는 노력을 말하는 것이다.

‘더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 ‘부조리 부패를 찾아 없애겠다’, ‘올바르게 자라도록 가르치겠다’는 것이 꿈이다. 그래서 꿈은 이루는 것이 아니라 가꾸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무슨 꿈을 가꾸고 있는가?
광남일보@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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