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담양 복숭아 농가 가보니] "숨 막히는 폭염에 농사 망쳤다"
지난해 대비 착과율 ‘뚝’…덜 자란 상태서 익어
농가 "수확량 많이 줄어…재해보험도 도움 안돼"
입력 : 2025. 07. 09(수) 19:07
역대급 짧은 장마가 끝나고,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넘나드는 찜통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과수 농가가 과육이 제대로 여물지 않은 상태에서 익어버려 수확을 포기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최기남 기자 bluesky@gwangnam.co.kr
“복숭아가 덜 자란 상태에서 다 익어버렸습니다. 올해 농사는 망쳤습니다.”

역대급 짧은 장마가 끝나고,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넘나드는 찜통 더위가 이어지면서 과수 농가의 속도 타들어 가고 있다. 과육이 제대로 여물지 않은 상태에서 익어버려 수확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9일 전남 담양군 담양읍의 한 과수농가(4297㎡ 규모).

이곳에 식재된 140여그루의 복숭아 나무에서 온전한 열매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나뭇가지에 붙어있어야 할 복숭아의 절반은 땅에 떨어져 썩어가고 있었다.

봉지에 싸인 채 달려 있는 복숭아 역시 상태가 온전하지 않았다.

본격적인 수확을 앞두고 있음에도 무더위 탓에 생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알이 큰 상급 열매를 찾기 힘들었다.

과수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열매를 살펴보던 김한수씨(79)는 근심 가득한 얼굴로 연거푸 긴 한숨을 내쉬었다.

개화기에 영하권 날씨가 이어지면서 냉해 피해를 입었는데 최근 폭염까지 더해지면서 한 해 농사를 망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김씨는 밤낮없이 이어지는 폭염에 복숭아 품질이 더 나빠질까 노심초사했다.

그는 “해마다 한 그루에 200여개의 복숭아가 열렸는데 올해는 지난해의 20% 수준인 30~40개에 그치고 있다”면서 “이마저도 절반은 병충해 피해를 입거나 너무 빨리 익어버려 판매가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작년에도 폭우 등 피해를 봤는데 평균 수준의 수확은 했었다”며 “올해는 폭염 때문에 다 자라기도 전에 너무 빨리 익어버렸다. 7월 중·하순은 수확을 위한 막바지 작업을 해야 하는데 1년 농사가 수포로 돌아갈까 걱정이 앞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의 과수농가들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일부 농민들은 집중호우, 무더위 등의 이상기후로 인해 직격탄을 맞아 아예 수확을 포기했다고 한탄했다.

농작물재해보험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푸념했다.

착과만 되면 재해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수확량 산정에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자연재해가 농가 탓은 아닌데 착과 된 것을 기준으로 보상금을 산정하는 것은 현실성이 너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남도는 농업 분야별 폭염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폭염에 따른 작물 고사와 병해충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과수원 차광막, 미세 살수장치 운영, 밭작물 토양 피복 등 폭염 대응 재배기술을 집중 지원하고 있다.
윤용성 기자 yo1404@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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