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우리는 연결됐고, 그래서 가족이 됐다
김미리 광주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팀장
입력 : 2025. 05. 27(화) 16:44

김미리 광주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팀장
나를 가장 잘 이해해 주던 단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난다면, 남겨진 사람은 어떻게 다시 삶을 붙잡을 수 있을까? 영화 ‘오토라는 남자’의 주인공 오토는 그런 질문 앞에 선 인물이다.
아내를 잃은 후, 오토는 모든 삶의 색을 잃고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조용히 죽음을 준비한다. 하지만 그의 계획은 번번이 이웃들의 ‘오지랖’으로 어그러진다. 주차를 못 해 늘 혼나지만 아이 셋을 열심히 돌보는 이주민 이웃, 성소수자인 청년 이웃, 장애가 된 남편을 돌보는 노부인. 하나같이 ‘정상 가족’의 틀에서 벗어난 이들이 오토의 삶에 불쑥 들어와 세상을 마감하려는 그를 다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일으켜 세운다.
영화 주인공 오토는 괴팍한 할아버지이다. 매사에 원칙을 중시하고, 아이패드에 키보드가 없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 늘 동네를 순찰하며 고장 난 시설이나 불법 주차 차량을 찾아내고 민원을 넣는다.
사람들은 그를 ‘불편한 이웃’이라 여기지만, 사실 오토의 괴팍함은 사랑에서 비롯됐다. 아내 루네가 휠체어를 타게 된 후, 그는 도로 턱 하나, 신호등 버튼 하나까지 꼼꼼히 살피며 세상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이가 살아가는 공간을 지키기 위해, 그는 늘 싸우고 있었다.
그러나 아내를 떠나보낸 뒤, 삶의 버팀목을 잃은 오토는 결국 세상을 등지려 한다. 그 순간마다 옆집의 ‘엉망진창’ 이웃들은 그의 계획을 망치고, 오토는 마지못해, 그러나 조금씩 다시 세상으로 걸어 나온다.
오토라는 남자는 전통적 의미의 가족이 사라진 시대,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보여준다. 법적, 혈연적 관계가 없어도 서로를 살피고 안부를 묻는 사람들이 모이면 그것이 곧 ‘가족’이 된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묻는다. 오늘날 가족이란 과연 무엇인가?
광주 역시 이 변화가 결코 먼 얘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광주여성가족재단에서 2023년 발표한 광주지역 다양한 가족에 대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전 세대에서 기존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를 넘어서 가족의 의미를 새롭게 사유하거나 실제로 그러한 삶을 실천하는 방향성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는 혈연과 법적 결합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생애주기별 변화와 다양한 관계를 수용하는 ‘가족 커뮤니티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이를 위해 광주도 생애주기에 따라 돌봄이 필요한 모든 개인을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한 시기이다. 단순히 ‘1인가구 지원’에 그치지 않고, 생애사건(결혼, 이혼, 사별, 독립 등)에 따라 변화하는 삶을 존중하는 제도 개선이 강조되고 있다.
공동체 활성화와 다양한 가족 구성은 현대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다. 공동체 활성화는 일상 속에서 서로 돕고 협력하는 관계를 형성해 지역사회 전체의 삶의 질을 높이는 과정이다. 다양한 가족 구성은 한부모 가족, 조손 가족, 동거 부부, 입양 가족, 위탁 아동 가족, 무자녀 가족, 동반자 가족 등 전통적인 가족 모델을 넘어, 서로를 돌보고 함께 살아가는 모든 형태를 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가족’ 만들기는 청년들의 삶에서도 발견된다. 경북 상주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청년이그린 협동조합’이 그 예다. 농업을 매개로 청년들은 함께하는 삶을 선택했다. ‘달두개학교’라 불리는 공간을 조성해 도서관, 마을카페, 공유부엌, 생태텃밭 등을 운영하며 귀농·귀촌 청년과 지역 주민의 만남과 성장의 장을 열어가고 있다. 이들은 ‘나도 좋고 남도 좋은’ 삶을 지향하며, 공동체가 서로의 자립을 돕는 구체적인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다양한 가족 구성을 위한 공동체 활동은 단순한 대안이 아니라,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고립과 불안을 극복하는 열쇠가 되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려 서로를 살피고 지지할 때, 비로소 돌봄은 개인의 부담이 아닌 사회 전체의 책임이 된다. 호혜적 돌봄은 바로 이런 공동체적 관계 위에서 완성된다.
우리는 이제 가족을 ‘모양’이 아니라 ‘기능’으로 다시 정의해야 한다. 가족은 정해진 틀이 아니라, 함께 채워가는 마음이다. 누가 함께 사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서로를 돌보는가가 가족의 기준이 돼야 한다. 공동체 속에서 다양한 가족 구성이 존중받고, 돌봄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사회.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미래다.
아내를 잃은 후, 오토는 모든 삶의 색을 잃고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조용히 죽음을 준비한다. 하지만 그의 계획은 번번이 이웃들의 ‘오지랖’으로 어그러진다. 주차를 못 해 늘 혼나지만 아이 셋을 열심히 돌보는 이주민 이웃, 성소수자인 청년 이웃, 장애가 된 남편을 돌보는 노부인. 하나같이 ‘정상 가족’의 틀에서 벗어난 이들이 오토의 삶에 불쑥 들어와 세상을 마감하려는 그를 다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일으켜 세운다.
영화 주인공 오토는 괴팍한 할아버지이다. 매사에 원칙을 중시하고, 아이패드에 키보드가 없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 늘 동네를 순찰하며 고장 난 시설이나 불법 주차 차량을 찾아내고 민원을 넣는다.
사람들은 그를 ‘불편한 이웃’이라 여기지만, 사실 오토의 괴팍함은 사랑에서 비롯됐다. 아내 루네가 휠체어를 타게 된 후, 그는 도로 턱 하나, 신호등 버튼 하나까지 꼼꼼히 살피며 세상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이가 살아가는 공간을 지키기 위해, 그는 늘 싸우고 있었다.
그러나 아내를 떠나보낸 뒤, 삶의 버팀목을 잃은 오토는 결국 세상을 등지려 한다. 그 순간마다 옆집의 ‘엉망진창’ 이웃들은 그의 계획을 망치고, 오토는 마지못해, 그러나 조금씩 다시 세상으로 걸어 나온다.
오토라는 남자는 전통적 의미의 가족이 사라진 시대,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보여준다. 법적, 혈연적 관계가 없어도 서로를 살피고 안부를 묻는 사람들이 모이면 그것이 곧 ‘가족’이 된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묻는다. 오늘날 가족이란 과연 무엇인가?
광주 역시 이 변화가 결코 먼 얘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광주여성가족재단에서 2023년 발표한 광주지역 다양한 가족에 대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전 세대에서 기존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를 넘어서 가족의 의미를 새롭게 사유하거나 실제로 그러한 삶을 실천하는 방향성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는 혈연과 법적 결합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생애주기별 변화와 다양한 관계를 수용하는 ‘가족 커뮤니티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이를 위해 광주도 생애주기에 따라 돌봄이 필요한 모든 개인을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한 시기이다. 단순히 ‘1인가구 지원’에 그치지 않고, 생애사건(결혼, 이혼, 사별, 독립 등)에 따라 변화하는 삶을 존중하는 제도 개선이 강조되고 있다.
공동체 활성화와 다양한 가족 구성은 현대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다. 공동체 활성화는 일상 속에서 서로 돕고 협력하는 관계를 형성해 지역사회 전체의 삶의 질을 높이는 과정이다. 다양한 가족 구성은 한부모 가족, 조손 가족, 동거 부부, 입양 가족, 위탁 아동 가족, 무자녀 가족, 동반자 가족 등 전통적인 가족 모델을 넘어, 서로를 돌보고 함께 살아가는 모든 형태를 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가족’ 만들기는 청년들의 삶에서도 발견된다. 경북 상주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청년이그린 협동조합’이 그 예다. 농업을 매개로 청년들은 함께하는 삶을 선택했다. ‘달두개학교’라 불리는 공간을 조성해 도서관, 마을카페, 공유부엌, 생태텃밭 등을 운영하며 귀농·귀촌 청년과 지역 주민의 만남과 성장의 장을 열어가고 있다. 이들은 ‘나도 좋고 남도 좋은’ 삶을 지향하며, 공동체가 서로의 자립을 돕는 구체적인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다양한 가족 구성을 위한 공동체 활동은 단순한 대안이 아니라,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고립과 불안을 극복하는 열쇠가 되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려 서로를 살피고 지지할 때, 비로소 돌봄은 개인의 부담이 아닌 사회 전체의 책임이 된다. 호혜적 돌봄은 바로 이런 공동체적 관계 위에서 완성된다.
우리는 이제 가족을 ‘모양’이 아니라 ‘기능’으로 다시 정의해야 한다. 가족은 정해진 틀이 아니라, 함께 채워가는 마음이다. 누가 함께 사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서로를 돌보는가가 가족의 기준이 돼야 한다. 공동체 속에서 다양한 가족 구성이 존중받고, 돌봄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사회.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미래다.
광남일보@gwangna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