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일상이 풍요로워지는 여가 친화도시 광주를 위해"
정은성 호남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
입력 : 2025. 04. 02(수) 18:04
정은성 호남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
현대사회에서 여가는 단순한 휴식을 넘어 삶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일과 생활의 균형이 중요시되는 오늘날, 도시의 경쟁력은 경제적 지표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시민들의 여가 활동을 지원하고 문화적 풍요로움을 제공하는 ‘여가친화도시’는 미래 도시 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관광객을 유치하는 도시가 아닌, 시민들이 일상에서 다양한 여가 활동을 누리며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터전을 의미한다.

광주는 예술과 문화의 도시로서 시민들을 위한 여가 활동의 풍부한 자원을 지니고 있으며, 실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비롯한 문화 인프라와 무등산, 영산강 등 천혜의 자연환경은 여가친화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다. 또한 예향의 도시라는 정체성과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경험은 광주만의 독특한 여가문화를 형성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시민 모두가 향유할 수 있는 여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접근과 혁신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첫째, 여가 인프라의 균형적 확충이 시급하다. 현재 광주의 여가 시설은 도심과 외곽 지역 간 격차가 크며, 연령대별 접근성에도 차이가 있다. 외래 관광객을 위한 관광 인프라도 중요하지만, 지역주민들의 일상적 여가활동을 지원하는 생활밀착형 인프라 확충이 더욱 절실하다. 각 동 단위로 접근이 용이한 생활체육시설, 문화공간, 주민 커뮤니티 센터 등 근린 여가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또한 학교, 주민센터, 도서관 등 기존 공공시설이 퇴근 후와 주말에도 시민들의 여가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는 유연한 운영 체계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시민들이 거주지 인근에서 손쉽게 여가 활동을 즐길 수 있는 ‘15분 여가도시’를 구현해야 한다.

둘째, 광주만의 특색 있는 여가 콘텐츠 개발이 중요하다.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와 광주비엔날레로 상징되는 예술적 자산을 여가 활동과 연계하여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역사적 사건의 현장을 따라 걷는 민주·인권 트레일, 지역 예술가들과 함께하는 생활예술 프로그램, 무등산과 영산강을 활용한 생태 여가 프로그램 등 광주의 지역성을 살린 콘텐츠가 필요하다. 또한 광주 곳곳에 숨겨진 역사·문화적 장소를 발굴하고 이를 연결하는 도시 산책로, 문화예술 체험 프로그램 등을 개발하여 일상 속 여가 활동을 풍성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이러한 콘텐츠는 외부 관광객에게도 매력적이지만, 무엇보다 시민들이 자신의 도시에 대한 자긍심과 애착을 키우는 데 기여할 것이다.

셋째, 다양한 세대와 계층을 아우르는 포용적 여가 정책이 필요하다. 노인, 장애인, 이주민,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들이 여가 활동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맞춤형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특히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여 노인들의 활기찬 노후를 지원하는 여가 프로그램과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청장년층을 위한 시간 효율적 여가 활동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또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여가 서비스를 개발하여 시공간적 제약을 극복하고, 다양한 계층의 여가 접근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여가 활동이 새로운 사회적 격차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사회 통합과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넷째, 민관 협력과 시민 참여 기반의 여가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여가친화도시는 행정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창의적 아이디어를 수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하고, 지역 기업, 대학, 시민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여가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시민 여가위원회’와 같은 참여 기구를 통해 여가 정책의 수립과 평가 과정에 시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주민 자치 차원의 생활 여가 프로그램을 활성화해야 한다. 또한 지역 기업들의 직원 여가 활동 지원과 여가 관련 사회공헌 활동을 장려하여 민간 부문의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여가에 대한 인식 개선과 교육이 필요하다. 여가는 낭비가 아닌 생산성을 높이고 창의성을 촉진하는 투자라는 관점에서, 일과 여가의 균형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학교에서는 여가 교육을 통해 어린 시절부터 건강한 여가 습관을 형성하도록 지원하고, 기업과 공공기관에서는 직원들의 여가 활동을 존중하는 조직문화를 확립해야 한다. 특히 관광객 유치에만 집중하는 일시적 이벤트성 정책보다는 지역주민들이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여가문화 조성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광주를 더 매력적인 관광 목적지로 만드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광주가 진정한 여가친화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기보다 장기적 비전과 체계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시민 모두가 일상에서 여가를 즐기고, 이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도시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광주의 문화적 자산과 시민들의 열정을 바탕으로, ‘여가친화도시 광주’의 새로운 모델을 구축해 나가길 기대한다. 이는 단순한 삶의 질 향상을 넘어, 미래 도시 경쟁력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광남일보 기자 @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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