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협하면 제압"…호신술 익히는 구급대원들
광주·전남 최근 5년간 45건…대부분 벌금 처분
전문가 "119대원 사기 저하 우려…엄정 처벌을"
입력 : 2025. 03. 12(수) 18:25
광주 동부소방서 직원들이 구급대원 폭행 피해 예방을 위한 호신술 교육을 하고 있다.
응급 현장에 출동한 119구급대원들이 영문도 모른 채 폭행을 당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현장 대원들은 언제, 어디서 날아들지 모르는 폭력을 피하고자 ‘호신술’까지 익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광주·전남소방본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2024년) 구급대원 폭행 건수는 45건(광주 26건·전남 19건)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 보면 2020년 9건(광주 6건·전남 3건), 2021년 9건(광주 4건·전남 5건), 2022년 9건(광주 5건·전남 4건), 2023년 9건(광주 5건·전남 4건), 2024년 9건(광주 6건·전남 3건) 등이다.

하지만 대부분 벌금 처분 25건, 집행유예 9건, 내사 종결·공소권 없음·기소유예 등 기타 4건으로 낮은 수준의 처벌에 그쳤다. 이중 5건은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이다.

소방기본법 제16조 2항을 보면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제1항에 따라 출동한 소방대의 소방 활동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됐다. 이를 어긴 사람은 소방법 제50조(벌칙)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구급대원을 폭행하는 사건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10월14일 광주 북구 첨단지구의 한 거리에서 구급 환자를 이송하던 119대원의 얼굴을 때린 50대 남성 A씨가 경찰에 체포됐다.

만취한 채 귀가하던 A씨는 업무 중이던 구급대원을 목격하고 시비를 걸면서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10월12일에는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30대 구급대원을 폭행한 B씨(52)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사건 당시 만취한 B씨는 구급차 이송을 거부, 발과 주먹으로 119대원을 폭행했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자 소방당국이 구급대원에게 호신술 교육을 진행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광주 북부소방은 지난달 17~19일 김종성 바른체육관 관장 등 3명의 강사를 초빙, 구급활동 중 발생할 수 있는 폭행 상황에 대비해 거리유지 및 방어기술을 익혔다.

해당 교육에는 구급대원 73명이 참여했다.

광주 동부소방은 이달 5~7일 실전에서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위협을 피하거나 제압할 수 있도록 설계된 방어 중심 호신술인 크라브마가(Krav Maga)를 체득했다.

전남소방본부도 구급대원 폭행 예방 교육을 수시로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엄중한 처벌로 사회에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병곤 남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구급대원을 폭행하면 무겁게 처벌할 수 있는 소방기본법이 이미 마련돼 있다. 집행·기소유예 대신 엄정한 사법 처벌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폭행은 곧 구급대원의 사기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피해는 시민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사회일반 최신뉴스더보기

기사 목록

광남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