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깊숙한 속내…따뜻한 삶의 온도 기원
고성만 첫 산문집 ‘다행이다, 내가 더 사랑해서’
북토크 13일 오후 3시 담양 창평 매화나무집서
입력 : 2025. 03. 12(수)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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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생각하면 국어교사와 시인, 시조시인 등이 스쳐 지나간다. 30여년 동안 현직 국어교사로 재직한 뒤 학교를 떠나 자신만의 창작적 시간을 펼쳐온 고성만 시인이 이번에는 시집이 아닌, 첫 산문집 ‘다행이다, 내가 더 사랑해서’(시인의일요일 刊)을 펴냈다.

등단 후 27년 동안 여덟 권의 시집을 출간하며 시를 통해 순수에 대한 동경과 고단한 현실을 살아가는 이웃을 위로해 왔던, 시인의 첫 산문집에는 30여 년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쳐 왔던 선생님으로서 시적 은유와 가르침의 포즈에서 벗어나 오롯이 한 인간으로서의 깊숙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표제가 암시하듯 그는 온기가 빠져나가는 현시대를 목도하면서 다시 따뜻한 삶의 온도를 꿈꾸고 있는 듯하다.

그의 산문집은 우리의 영혼을 뒤흔들 만한 강렬한 지혜나 영혼에 균열을 낼 정도의 깨달음을 전해주지는 않지만 철저하게 자기 삶에 대한 반성에서 모든 것을 풀어간다.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차마 내보일 수 없었던 삶의 상처와 비밀 그리고 항상 뒤늦게 깨닫게 되는 사랑과 성찰을 비 오는 날의 5교시 국어 시간처럼 솔솔 풀어낸다.

이번 산문집은 시인 자신도 모르는 사이 웃음이 슬몃 새어 나오는 풍경에서부터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지는 장면까지를 지나다 보면 사랑과 그리움, 미안함과 부끄러움, 기쁨과 슬픔 등 삶의 페이지들에 채색된, 이름 붙일 수 없는 마음의 결까지 모두 마주할 수 있다.

산문집에는 고향의 부모님을 떠나 도시로 전학 온 십대 시절에 겪었던 따돌림과 무차별 폭행의 상처를 비롯해 ‘비극’이 ‘축제’처럼 다가왔다던 1980년 5월 광주의 기억, 일남 오녀의 외아들로 대학 시절 민주화 투쟁에 동참하지 못했던 시대적 부채감, 손발이 마비돼 가고 기억마저 희미해져 가는 누나에게 미리 쓰는 이별의 편지 등이 언급된다.

또 영문도 모른 채 좌절해야 했던 연애 이야기, 염치없게도 남이 운전하는 차 타기를 좋아하게 된 사연,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혼자 찾아가는 어머니의 고향 학선리 이야기, 삼십여 년의 교사 생활에 대한 소회 등 그동안 시 행간 속에 감춰져 있던 시인을 고스란히 만날 수 있다.

고성만 시인은 1998년 ‘동서문학’과 2019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으로 등단, 시집 ‘올해 처음 본 나비’와 ‘슬픔을 사육하다’, ‘햇살 바이러스’, ‘마네킹과 퀵서비스맨’, ‘잠시 앉아도 되겠습니까’, ‘케이블카 타고 달이 지나간다’, ‘파씨 있어요?’, 시조집 ‘파란, 만장’을 발간했다.

한편 북토크는 13일 오후 3시 담양 창평 슬로우시티 매화나무집에서 열린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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