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이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발의 등으로 숨 가쁘게 달려온 탄핵정국은 지난 주말 윤 대통령 구속으로 최정점에 달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비상계엄 관련 수사는 윤 대통령이 응하지 않은 탓에 빈손으로 마무리하게 됐지만, 국회의 비상계엄 국정조사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안 심리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법조계에선 헌재 심리가 일정대로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이르면 2월 하순, 늦어도 4월 초까지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헌재 문형배 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의 임기가 종료되는 오는 4월 18일 전에 결론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다.

만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인용되면 60일 이내 대통령선거를 치러야 한다.

이럴 경우 대선 시기는 4월 말~6월 초가 된다. 지금부터 불과 3개월 또는 4개월 후에 새 대통령이 선출된다는 얘기다.

공식적으로는 여야 모두 조기 대선을 언급하지 않고 있지만, 일부 대선주자들을 출마 의지를 밝히며 준비 활동에 착수했고, 설 이후에는 이런 움직임이 보다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번 조기 대선 정국은 지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와 비슷한 흐름이다.

국민 대다수는 안팎에 닥친 위기로부터 대한민국을 구하고 제왕적 대통령제와 적대적 양당 정치의 구조적 폐단을 극복해낼 새 리더가 선출되길 고대하고 있다

다만 계엄과 탄핵 정국 여파로 야당이 유리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당의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보수 결집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20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너지경제신문 의뢰, 유무선 ARS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46.5%로 더불어민주당(39.0%)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앞서 지난 17일 한국갤럽 조사(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 전화조사원 인터뷰조사)에서도 국민의힘 39%, 민주당 36%로 집계됐다.(두 조사 모두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치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동과 탄핵 정국에서 추락했던 여당 지지율이 거대 야당의 독주에 대한 비판 여론과 ‘반(反)이재명’ 정서 확산으로 다시 오르면서 진영 대결 구도가 확연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여전히 60%에 달하면서도 정당 지지율 역전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이 주요 요인으로 풀이된다.

제1 야당인 민주당 지지율은 윤 대통령 탄핵을 찬성하는 응답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심판론’이 곧바로 야당 지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을 단죄하는 것과 야권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은 별개라는 얘기다.

보수층이 8년 전 박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분열하며 참패를 겪은 ‘학습 효과’도 거론된다.

여기에 입법권력을 쥔 거대 야당과 ‘이재명 단일체제’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하고 있다.

한국갤럽은 최근 여론조사 보고서에서 “국민의힘 지지도는 정치적 이벤트가 있을 때 두드러지는 특징을 보였다”며 “비상계엄 이후 현재까지의 정당 지지율 양상은 8년 전 탄핵 정국과 확연히 다르다”고 풀이했다.

현재 대선 구도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홀로 앞장서 달리는 ‘1강’ 구도다.

다만 탄핵 정국임에도 이 대표가 50% 넘는 압도적 지지를 받는 상황은 아니다. 최근 두드러진 보수 결집이 대선 국면까지 계속된다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알 수 없다.

3월~4월께로 예상되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관련 2심 판결이 유죄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만약 이 대표의 2심이 대선 전에 유죄로 나오면 중도층은 물론 지지층 표심이 흔들려 당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재명 사법리스크’가 민주당 대선 전략에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대선이 끝나기 전까지는 최종심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친명 일색인 민주당은 이 대표의 대선 출마를 결국 막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대목에서 민주당 핵심지지기반인 호남이 어떤 표심을 보이느냐가 조기 대선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2심이 유죄로 나와도 이 대표의 손을 들어줄 것인지, 아니면 다른 유력 후보를 찾을 것인지, 호남의 선택에 따라 정국이 요동칠 수 있다. 이 대표가 요즘 호남 방문 횟수를 늘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와 관련해 일부 친명계 의원들은 “지난 20대 대선에서 이 대표가 호남에서 84.64%를 얻었는데, 10%p(포인트)만 더 얻었으면 당선됐을 것”이라며 호남의 역할을 당부하고 있다. 지난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는 호남에서 93.38%를 득표해 당선됐다.

2030세대의 표심이 이번 대선 정국에 어떻게 표출될지도 관심거리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에 거리로 나와 시위에 참여하고 자유롭게 정치적 의사를 표출하고 있다.

다자구도로 치러졌던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출구조사에서 문재인 후보의 20대 득표율은 47.6%에 달했다. 5년 뒤 2022년 대선에서는 지상파 3사 출구조사에서 20대 이하 남성 58.7%가, 30대 남성 52.8%가 윤석열 후보에게 표를 던진 것으로 조사됐다. 윤 후보는 20대 여성과 30대 여성에게도 30% 이상을 얻어 당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젊은 여성 세대에게 받은 득표도 역대 최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