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모욕하는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등 대형 참사 이후 희생자에 대한 명예훼손 범죄가 반복고 있지만 법적 처벌은 여전히 솜방망이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전남경찰청 등에 따르면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부터 인터넷 커뮤니티와 포털사이트 댓글, SNS 등에서 이뤄진 악성 게시글 174건에 대해 사자명예훼손,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조사·수사하고 있다.

현재까지 경찰은 158건의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 이중 39건을 집행하고 피의자 13명을 특정했다. 이들은 참사 희생자 가족들이 받을 보상금과 관련해 모욕, 음해성 글 등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가짜뉴스를 생성하고 확산하는 유튜브 채널과 일부 방송 스트리머까지 수사 범위를 확대했다.

경찰은 물론 검찰까지 악성 게시글·영상 등 무분별한 게시 행위에 대해 심각한 범죄 행위로 규정, 희생자나 유족을 조롱·비하하는 온라인 게시글에 대해 엄벌을 예고했다.

유족들도 경찰에 악성 게시글 작성자 처벌을 촉구하는 고소장을 내기도 했다.

악성 게시글 작성자들은 형법 제307조에 따라 2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하면 5년 이하 징역, 10년 이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처벌 수위가 낮은 이유 등으로 명예훼손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경찰은 지난 4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보상금만 몇 명이냐, 가족 다수가 사망한 집안은 신나겠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린 30대 남성을 서울 자택에서 검거했다.

하지만 A씨는 범행이 일회성이고 내용이 경미하다는 이유로 불구속 입건했다. 여기에 A씨가 잘못을 인정하고 유가족들에게 사과한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미미한 처벌에 그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때도 다르지 않았다.

유가족들을 조롱하는 합성포스터를 제작해 인터넷에 유포한 누리꾼은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벌금 100만원의 처벌에 그쳤다.

세월호참사 유족을 모욕하고, 4·16 생명안전공원 설치 관련 허위 사실을 적시한 혐의로 유족들로부터 고소당한 한 보수단체 관계자에 대해 경찰은 최근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이태원참사 희생자들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글을 채팅창에 올려 재판에 넘겨진 이들은 1·2심에서 무죄를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최근 SNS 등의 발달로 인해 명예훼손의 피해 규모와 정도가 커진 현실을 고려해 사법부의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1인 미디어와 유튜브 등 IT 기술이 진화하면서 전달력과 파급력이 이전과는 크게 달라졌다”며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비방·모욕한 행위에 대한 양형기준 강화 등 실질적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