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3일부터 12월 8일까지 마련된 ‘몽상블라주’전에서 체험에 나선 관람객들.

지역과 국제를 아우르는 문화예술 허브로의 성장을 목표로 한 올해 사업계획을 확정했다.

전남도립미술관(관장 이지호)은 2024년 한 해 동안 지역과의 상생을 통해 국내 대표 공립미술관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다진 가운데 지역 국제행사와 연계한 전시 기획을 망라해 세계 문화예술의 동향을 한발 앞서 소개하는 공립미술관으로 도약하기 위한 연간 주요 사업 계획을 5일 발표했다.

지역민들과 동시대 예술을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허브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기로 한 전남도립미술관은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예술적 시도에서 더 나아가 지역민들이 예술을 체험하고 학습할 수 있는 다각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동시에 창의성을 고취하는 다양한 워크숍과 강연 및 전시 연계 활동을 기획해 예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지역 작가들과 관람객 간 활발한 소통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런 노력을 통해 전남도립미술관은 지역 사회와 현대 예술의 교류를 심화시키는 공간이자, 예술적 담론과 창작 활동을 촉진하는 플랫폼으로서의 자리를 굳건히 해 나가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역미술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것을 위시로 세계가 주목하는 현대미술의 주요 담론을 공유하고 확산하기 위해 인간의 존엄성을 주제로 한 전시 및 태평양 지역의 역사, 문화, 예술을 심도있게 소개할 전시 등이 추진된다.

먼저 지역미술을 집중적으로 조명할 여수 출신 강종열 작가(74)의 초대전과 장흥 출신 김선두 작가(67)의 초대전을 마련, 두 작가의 오랜 화업과 예술적 여정을 재조명하는 기회를 갖기로 했으며, 2024년도 학술연구용역 ‘녹우당’과 ‘운림산방’에서 수집된 아카이브 자료를 활용해 남도 수묵화의 현대적 정신성을 탐구하는 국제전시를 준비하기로 했다.

전남도립미술관 전경(원경 입체)

특히 ‘2025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와 연계된 국제전 ‘BLACK’(가칭)전은 소치 허련을 비롯한 한국의 대표적 남종화 작가와 프랑스의 피에르 술라즈(Pierre Soulages) 등 동·서양의 예술가 20여명이 참여, 출품한다. 이 전시는 동서양 작가들의 서로 다른 미술적 접근 방식을 비교하고, 색채와 형식을 넘어선 예술적 깊이와 표현의 본질을 탐구하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이어 세계가 주목하는 현대미술의 주요 담론을 공유하고 확산하기 위해 인간의 존엄성을 주제로 한 ‘우리의 아픔들’(가칭)전을 기획하고 있다. 이 전시는 사회·문화적 불평등과 그로 인한 개인과 공동체의 고통을 탐구하며, 우리 사회의 미래지향적 비전을 은유적으로 제시한다. 이를 통해 현대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예술적 언어로 풀어내며, 공감과 성찰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강렬한 색채와 복잡한 구성을 통해 팬데믹 이후 인류가 직면한 불안과 혼란, 그리고 회복의 가능성을 탐구하며, 희망과 재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업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미국 현대미술 대표 작가 중 한명인 래리 피트먼(73·Lari Pittman)의 초대전을 진행, 그의 독창적인 회화와 설치 작업을 통해 문화적 상징, 정체성, 사회적·정치적 메시지를 깊이있게 다룰 예정이다. 이 전시는 현대사회의 다층적인 문제들을 예술적으로 해석하며, 관객들에게 사회적 연대와 희망의 가능성을 제안하는 중요한 플랫폼으로 손색이 없다.

이와함께 ‘국립중앙박물관’ 교류 협력전시인 프랑스 케브랑리 박물관 특별전인 ‘오세아니아-대양의 예술’전을 마련, 18~20세기 태평양 지역의 조각과 공예를 포함한 문화유산 170여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전시는 세계에서 가장 광활한 면적을 차지하는 태평양 지역의 역사, 문화, 예술을 소개하는 기획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의 순회전을 유치하는 것인 만큼 지역민들이 세계 문화유산을 접할 수 있는 기회다.

여기다 국립현대미술관 협력사업인 ‘2025 필름 앤 비디오’ 프로그램의 하나로 ‘창작의 순간-예술가의 작업실’을 선보여 피카소와 안젤름 키퍼 등 세계적 거장들의 작품 제작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또한 상영된다.

마지막으로, 소장작품을 활용한 기획전과 기증전용관 전시를 열어 소장품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등 미술관의 정체성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또 소장품과 관련된 아카이브 자료의 체계적 정리와 구축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이를 지역 미술사 연구와 전시 기획에 폭넓게 활용, 교육 프로그램을 한층 더 강화할 복안이다.

이를테면 5월에는 ‘어린이날 행사’, 10월에는 ‘어린이 미술 페스티벌’을 비롯해 정기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어린이 대상 전시 연계 프로그램과 주말 교육 프로그램을 보다 세분화하고 전문적으로 기획, 운영할 방침이다.

이지호 관장은 “올해는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열리는 뜻깊은 해로, 지역미술의 문화유산을 계승하는 동시에 현재와 미래를 선도하는 예술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면서 “전시 기획은 물론, 미술관 교육, 소장품 관리 및 지역 미술 연구 등 내실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을 대표하는 공립미술관으로 한층 더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