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타이거즈가 올해 정규시즌 우승을 달성했다.

KIA의 정규시즌 우승은 2017년 통합우승(정규시즌 1위·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7년 만이자, 단일리그 기준 통산 7번째(1991년, 1993년, 1996년, 1997년, 2009년, 2017년)다. 이로써 이범호 감독은 2005년 선동열, 2011년 류중일(이상 삼성라이온즈) 감독에 이어 역대 3번째로 부임 첫해 정규시즌 우승 달성의 영예를 안았다.

이 감독은 올해 2월 호주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제11대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2019년 KIA에서 선수 생활을 마친 이 감독은 일본 소프트뱅크호크스와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필리스에서 코치 연수를 받았다. 이후 KIA에서 2020년 스카우트, 2021년 퓨처스(2군) 총괄 코치, 2022년부터 올해 2월까지 1군 타격 코치를 역임했다.

“편하게 선수들과 어울리는 게 제 컨셉이다”고 말하는 이 감독은 올해 지휘봉을 잡은 초보 감독이지만, 선수단을 아우르는 ‘형님 리더십’으로 팀의 신망을 얻었다. 권위보다는 친근함을 앞세워 소통하며 선수들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KBO리그 최초 1980년대 사령탑의 모습이다.

그 결과 정규시즌 우승이라는 업적을 달성한 그는 이제 선수단과 함께 팀의 12번째 통합우승을 향해 달려간다.



-정규시즌 우승을 축하드린다. 소감은.

△올해 정규리그를 우승할 수 있을지 몰랐다. 정규리그라는 한 해 농사를 너무 잘 지은 것 같아서 많은 팬들과 선수들한테 너무나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비록 정규리그가 끝나긴 했지만, 이제 또 다른 시작이다. 한국시리즈가 남아있기 때문에 여기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최선의 준비를 다 하겠다.



-리그 시작 전 갑작스럽게 사령탑을 맡게 됐다. 초보 감독에 대한 우려도 컸는데.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처음 시작을 하면 누구나 초보 감독이라는 말을 듣는다. 당연히 거쳐 가야 하는 거로 생각했고, 전혀 개의치 않았다. 선수들과 운동하고 경기하는 것들이 가장 중요했다. 갑작스럽게 감독을 맡게 돼 부담은 있었지만, 어떻게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만 고민하고 달려왔다. KIA라는 좋은 팀을 잘 가다듬는다는 것 외에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겨를도 없었다. 그래도 이미 팀에서 코치로서 역할을 하고 있었으니 큰 문제는 없었다.



-올 시즌 ‘형님 리더십’으로 주목을 받았다.

△선수들한테 모든 부분을 맡겨 놓고 운영하는 편이다. 선수들이 경기할 때 전혀 문제없게 만들어주는 게 감독이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컨디션이라는건 선수 본인만 알고 있다. 그렇기에 선수들이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는 시간적인 부분을 맞춰주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선수가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면 훈련 없이 경기하는 등 이런 일정 자체를 선수가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또 경기 외적인 부분은 신경을 안 쓰고 오로지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것들이 잘 형성되다 보니 좋은 성적으로 나온 것 같다. 코칭스테프와 선수가 서로 공감을 가지고 하는 야구. 이 야구가 앞으로도 제가 할 야구다.



-올해 투수들의 부상 공백이 극심했다. 어떻게 극복했나.

△많은 선수가 부상으로 나가면서 그 자리를 어떻게 메꿀지 고민했다. 어떤 선수를 그 자리에 채우고, 그 선수가 어떤 성적을 낼지 이런 부분을 많이 신경 썼다. 올해 마운드에 올라왔던 선수들은 모두 좋은 피칭을 보여줬다. 믿고 기다리면 좋은 성적을 낼 거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투수라는 위치가 믿어주지않고 상황을 회피하게 만들면 결국 성장에 한계가 있다. 선수가 올라가서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게끔 조언을 해주면서 운영을 했다. 선수들이 좋은 컨디션으로 잘 버텨주었고, 결국 부상자들이 복귀하는 시점에서 많은 선발 자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젊은 투수들이 많은 경험을 쌓은 것도 고무적이다. 그런 면에서 팀 자체가 더 강해지고 있다.



-리그 최고의 타선 역시 많은 힘이 됐을 것 같다.

△KIA라는 팀은 원래 공격력을 가지고 있는 팀이었다. 그 공격력을 바탕으로 좋은 팀을 만드는 성향이 있다. 올 시즌은 투수들이 많이 부상을 당했지만, 잘 버텨줬다. 이런 상황에서 ‘타자들이 더 힘을 내줘야 한다’는 선수들의 모습을 자주 봤다. 점수를 한 점이라도 더 내주기 위해 노력했던 것들이 팀 타선이 강력해지는 데 원동력이 됐던 것 같다.

여기에는 고참 선수들의 역할도 컸다. 이들은 최고의 능력치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부상을 당하지 않도록 컨디션 조절이 가장 중요했다. 체력적인 부분을 포함해 다른 모든 것들을 경기가 있는 날에 맞추도록 노력했다.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루틴이 있고, 어떤 야구를 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는 선수들이다. 경기를 뛸 수 있게만 하면 문제없이 시즌을 치를 수 있을 거라고 봤다. 이들이 많은 경기를 출전할 수 있게 조절을 했던 게 큰 도움이 됐다.



-간판스타로 떠오른 김도영의 활약 예상했나.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원래 가지고 있었던 능력치 자체가 좋은 선수였다. 문동주라는 좋은 투수 대신 뽑았던 만큼, 언젠가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다만 이 정도로 빠른 성장은 생각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타율 3할에 홈런 20개 정도 치고 그 뒤로 큰 성장을 하지 않을까 예상했다. 그러나 올 시즌 모두가 주목할만한 활약을 펼쳤다. 이에 젊고 능력 있는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어떤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가 있구나 하는 걸 느꼈다.

김도영 선수가 엄청난 성적을 올렸지만, 더 좋은 선수로 키우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시리즈 준비는 어떻게 할 계획인지.

△수비 훈련에 집중하려고 한다. 올 시즌 실책이 많이 나왔다. 한국시리즈에서는 이런 부분이 안 나오도록 하나하나 다져갈 생각이다. 또 한국시리즈를 안 해본 선수들도 있기 때문에 어떤 분위기가 형성되는지, 어떻게 하면 컨디션이 좋아질 수 있는지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려고 한다. 상대 전략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등 세밀한 부분에 대한 브리핑 시간을 같이 가질 계획이다. 그러다 보면 페넌트레이스에서 약했던 부분이 모두 채워져서 경기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저도 한국시리즈를 치렀지만, 많이 쉬고 나면 첫 타석이 굉장히 중요했던 걸로 기억이 난다. 첫 타석에서 감이 괜찮으면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는 확률이 높다. 투수들도 마찬가지다. 한 경기하고 나면 아무리 잘 준비해도 알이 밴 상태로 경기를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웨이트트레이닝을 빡빡하게 잡아놓은 경향도 있다. 선수들이 최대한 알이 안배길 수가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게 한국시리즈 전 해야 할 부분이다.

연습 경기는 3경기 정도 준비해서 진행하려고 한다. 한국시리즈가 가까워지는 시점에서 경기를 잡아서 실전 감각을 최대한 살리려고 한다.



-V12에 도전하는 각오와 팬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

△페넌트레이스에서 우승을 했기에 통합우승을 이룰 기회가 찾아왔다. 당연히 V12를 달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해 역대 최다 매진을 달성할 정도로 많은 팬분들이 응원해 주셨다. 그 성원에 보답해야 한다. 그동안 기아가 많은 우승을 했지만, 광주에서는 단 한 번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올해 한국시리즈는 광주에서 5경기를 치를 수 있는 일정이다. 광주에서 우승해서 모든 분과 큰 축제를 올릴 수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