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라지만 고물가와 고금리에 폭염까지 겹쳐 민생은 너무 힘들다. 경기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의료대란에 삶은 불안한 데 정부는 무능하고 여야 갈등 속에 해법을 찾지 못하는 정치에 실망감은 산처럼 높다.’

광주전남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전하는 추석 민심은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박지원 의원(해남·완도·진도)은 18일 “전복·광어가 폐사하고 해남 배추도 말라비틀어진다”며 “특히 정부가 지난해 쌀값 (80kg당) 20만 원을 호언장담했지만, 값은 폭락하고 아직도 올해 수매가를 발표하지 않아 정부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았다”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서삼석 의원(영암·무안·신안)은 “대통령의 쌀값 유지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한우산업 지원법안도 무산돼 분노하고 있다”며 “벼는 고개를 숙이지만 정부·여당은 농민을 외면하고 고개가 뻣뻣하다며 원망하는 민심이 크다”고 말했다.

전진숙 의원(광주 북구을)은 “예년과 달리 명절인데도 무표정한 얼굴들, 에어컨도 선풍기도 켜지 않고 재래시장을 지키고 있는 상인들, 망연자실한 눈동자들을 접하니 민생의 어려움이 피부에 닿았다”며 “뭐라고 위로의 말을 전하기기 어려울 정도여서 추석 인사하러 갔다가 민망한 상황이 많았다. 더러 정치권이 뭐하고 있느냐, 탄핵 언제 하느냐는 말씀도 들었다”고 밝혔다.

양부남 의원(광주 서구을)은 “살기가 너무 어려우니 정치인들 그만 싸우고 민생경제 살려달라는 얘기가 많았다”며 “시장에 돈이 돌지 않으니 마중물이 되도록 민생회복지원금이나 지역사랑상품권 정부 지원법을 통과시켜달라는 요구도 높았다”고 말했다.

조인철 의원(광주 서구갑)은 “IMF 때보다도 더하다는 말씀하시더라”며 “민생이 어렵고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데 대해 윤석열 정부에 대한 원망이 컸고, 정치권이 어떻게 좀 해법을 찾아달라는 요구도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런 바닥 민심은 실정의 책임을 정부와 여당에 묻는 것은 물론이고 원내 제1 정당인 민주당에도 비판의 화살이 쏟아졌다. 특히 추석전 여야의정 협의체 발족에 실패하면서 의료대란 속에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사태에 안타까움이 컸다.

민형배 의원(광주 광산을)은 “시민들은 의정 갈등을 빨리 끝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으로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국정 파탄만 계속하는 윤석열 정권에 분노를 표출했다”고 말했다.

정준호(광주 북구갑) 의원은 “용산도 리더십이 없고 무능하지만 민주당도 다수당으로서 무게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었다”며 “광주 정치인들이 당내에서 자리매김해 민생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다”고 전했다.

김정현 국민의힘 광주시당위원장은 “경기 불황과 응급의료 대란에 대한 우려가 대부분이었다”며 “여야가 의정 협의체에 조건 없이 참석해 의료 개혁을 추진하고 고물가·고실업의 악순환을 해소해달라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말했다.

전남 북부 지역민들은 10·16 곡성·영광군수 재선거에 대한 관심이 컸다. 텃밭 표심을 겨냥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경쟁이 달아오르면서 민심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눈길을 모은다.

이개호 의원(담양·함평·영광·장성)은 “조국혁신당 후보가 출마하면서 지역 정치 판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당과 인물을 볼 때 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예상하는 주민들이 많았다”며 “일부에서는 재선거 경쟁 열기가 야권 분열로 이어져 정권 교체에까지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고 말했다.

민주당 전남도당위원장인 주철현 의원(여수갑)은 “비례정당이 아닌 군수를 뽑는 선거이기 때문에 내 지역을 발전시킬 힘 있는 인물을 뽑아야 한다는 여론이 크다”며 민주당 지지세가 크다고 전했다.

조국혁신당 광주시당위원장인 서왕진 의원(비례)은 “군수가 비리로 사퇴하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되고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며 “그런 면에서 민주당의 공천은 구태이자 오만함을 보여줬다면서 악순환을 끊을 깨끗한 후보들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고 전했다.

같은 당 신장식 의원(비례)은 “조국 대표와 후보에 대한 기대감이 높고 호남에도 경쟁이 필요하니 잘해보라는 응원이 많았다”며 “국민의힘에 어부지리를 줄 우려도 없는 지역인 만큼 새바람을 일으켜 윤석열 정권을 조기 종식해달라고도 하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