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 작 ‘오월-02-횃불행진’(1983. 하정웅컬렉션)

군부독재 시절 현장 안팎에서 투쟁을 벌였던 예술가들의 활동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판화다. 그중 목판화는 판화의 꽃처럼 보인다. 굴곡진 시대의 자화상이 그대로 투영된 목판화를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된다.

광주시립미술관(관장 김준기)은 올들어 미술관 소장품을 연구하고 활용하기 위해 ‘오월예술’이라는 슬로건 아래 목판화전을 지난 4월19일 개막, 오는 19일까지 미술관 제 5, 6전시실에서 갖는다고 29일 밝혔다. 출품작은 시립미술관 목판화 소장품 75점.

이준석 작 ‘만행’(2023)

김진수 작 ‘광주민주항쟁도’(1988)

‘새겨 찍은 시대정신’이라는 주제로 열리고 있는 이번 목판전에는 광주전남미술인공동체 창작단(단체)을 비롯해 김봉준, 김억, 김진수, 안한수, 이상호, 이준석, 전정호, 조진호, 홍선웅, 홍성담, 홍성민 등 1개 미술단체와 11명이 출품했다.

목판화는 판화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녔다. 목판의 목재, 새기는 조각칼의 종류에 따라 거칠고 강한 형태를 만들거나 섬세하고 부드러운 형태를 만들어 여러 번 찍어낼 수 있다. 또한 목판화는 민중미술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 또는 형태를 반복 제작해 알릴 수 있어 적극적으로 쓰였다.

김봉준 작 ‘머리띠를 두른 노동자’(1982)

이상호 작 ‘민중항쟁시리즈_외세막는 금강역사도’(1985)

광주시립미술관 2023년 기준 560여 점의 목판화를 소장 중으로, 특히 5.18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역사적 특성이 있어 그 의미가 각별하다. 민주, 인권, 평화의 도시로서 역사의식이 투영된 민중미술 작업을 다수 수집했기 때문에 이번 전시를 통해서 그 성과를 보여주고자 한다. 이를 통해 미술로 표현된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의 현장과 동시대 사회 참여 등 다양한 발언들을 엿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안한수 작 ‘태풍대비’(1989)

전시는 두 가지 소주제로 이뤄져 진행 중이다. 첫 번째로 ‘형상을 새기다 1:그날’에서는 민중미술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5·18 광주민중항쟁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구성했다. 오월 그날의 모습을 담은 작품을 통해 역사적 숭고함과 가치를 다시금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두 번째로 ‘형상을 새기다 2:삶’은 급격한 경제발전을 겪은 한국 사회에 대한 현실의 문제에 대한 발언을 다룬 작품들로 짜여졌다. 특히 농촌과 도시, 노동자, 환경파괴, 역사와 민족 등 다양한 내용을 다루는 목판화 작품을 소개하는 의미가 있다.

김준기 관장은 이번 목판화전에 대해 “한국 현대사의 진통을 보여주는 역사적 가치와 고유의 아름다움을 지닌 목판화를 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다”면서 “작품을 통해 오월 광주를 느끼고 동시에 목판화만이 주는 미감을 체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