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선에서 국회의원 정수 300명(지역구+비례대표) 가운데 초선의원 수는 132명이다.

현역 물갈이 비율은 44%이다. 지난 20대에는 42.3%, 21대에는 50.3%였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 뽑힌 광주·전남 지역구 당선인은 18명 가운데 초선은 11명이다.

61.1%가 물갈이됐다. 지난 20대에는 44.4%, 21대에는 72.3%였다.

광주·전남 물갈이 비율이 3대째 연속 전국 평균을 웃돈 것이다.

광주·전남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물갈이 비율이 높은 것은 정치불신과 함께 변혁을 기대하는 민심이 그만큼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여의도 정가에서 초선 의원의 한계는 일정 부분 작동한다. 군대로 치면 이등병이나 다름이 없다. 각종 행사에 불려 다니고, 상임위에도 꼬박꼬박 출석하고, 의원총회 등 당 차원의 회의에도 열심히 참석해도 여간해서는 이름을 알리기 어렵다. 지역구 방문을 조금만 소홀히 해도 국회의원 되더니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고 타박한다.

국회 의정활동은 소속 상임위원회를 통해 이뤄지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각 당의 간사는 재선 의원이 돼야 맡는다. 통상 상임위원장이나, 원내수속부대표를 비롯해 원내대표나 당 대표는 3선 이상 중진이 돼야 후보로 거론된다.

여의도 초선들은 시행착오를 겪는다. 국회의원 직이 처음인지라 정부나 국회 공직자들과 마찰을 자주 빚고, 상임위나 당 회의에서 엉뚱한 행동이나 돌출 발언을 해 눈 밖에 나기도 한다. 때문에 여의도에서 잔뼈가 굵은 당직자나 의원 보좌진들은 초선들을 ‘잘 모르면서 의욕은 넘치고 언제 사고를 낼지 모르는 위험한 유아’ 취급을 하기 일쑤다. 4년마다 바뀌는 국회의원들 비율이 늘 절반 정도는 되니, 총선 후 1~2년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마치 새내기들이 대학에 활기를 불어 넣는 것처럼 적당한 윤활유가 된다는 시각도 있다.

더구나 요즘 초선들은 예전과는 많이 다르다. 일부는 최고위원 선거에 도전해 지도부에 입성하는가 하면 일부는 입담이 좋아 방송 등에 고정 출연하기도 하고, 더러는 상임위 간사를 맡기도 한다.

또 초선 때부터 이미 유명 인사가 돼 사무총장이나 당 대표 등 당직을 맡는 사례도 있었다. 이재명 대표는 초선에,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재선에 당 대표를 맡았고, 염동연 의원은 초선에 당 사무총장을 맡았다.

초선이라는 선수가 문제가 아니라 개별 의원들의 역량이 우선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호남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최근까지 세 차례 전당대회 때마다 최고위원 경선에 나설 호남 대표 주자를 선발해 내세웠지만 세 번 모두 고배를 마셨다.

호남 정치세력이 민주당의 주류를 형성했던 과거와는 달리 당의 변방으로 밀려나면서 지역색이 핸디캡으로 작용하는 분위기도 한몫을 하고 있다.

반면 수도권 의원들 가운데 최고위원 경선에 나선 후보들은 보란 듯이 당선됐다. 심지어 초선임에도 성공했다.

다음 달 29일로 임기가 끝나는 21대 광주전남 지역구 국회의원들 18명 가운데 14명이 초선이다.

물론 대부분이 의정활동으로 주목을 받거나 뉴스의 초점이 되지 못했다. 더구나 타 지역과 입장이 다르고 변별력을 지닌 호남만의 목소리를 내는 데 역부족이었다.

그렇지만 광주전남 초선 국회의원들은 의정활동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당 대변인(이용빈)이나 부대변인(조오섭) 원내대표대변인(윤영덕·이용빈), 원내부대표(주철현·김원이·윤영덕·서동용·윤재갑·김회재) 등을 맡아 남들보다 열심히 뛰었다. 민형배 의원은 사법개혁을 위해 당을 잠시 떠나기도 했다. 소병철 의원(순천·광양·곡성·구례 갑)은 초선임에도 상임위 중의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 간사를 맡아 활약했다.

초선의원들이 전부인 동부권 의원들(소병철·주철현·김회재·서동용)이 뭉쳐 ‘여수순천사건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이병훈 의원을 비롯한 광주 국회의원들은 박근혜 정권에서 개악된 ‘아시아문화중심도시특별법’을 고쳐 바로잡았다. 모두 초선들이 중심이 돼 해낸 일들이다. 역대 국회마다 지역 현안으로 부상했지만 다선 의원들이 많아도 해결하지 못해온 숙제들이다.

이번 총선 당선인들을 보면 전남 서부권은 모두 다선 의원들로 채워졌지만, 광주와 전남 동부는 재선 의원 1명을 빼놓고 모두 초선들로 채워졌다.

특히 광주는 21대에 이어 22대에도 초선이 모두 7명이나 된다. 일각에서 정치적 역량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 원로 정치인은 이와 관련해 “이 또한 지역민의 뜻이기에 초선이 많다고 불안해 일이 아니다. ‘옥석도 닦아야 빛이 난다’는 속담처럼 지역을 이끌 동량으로 키워내는 토양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