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물가·고금리와 러-우 전쟁, 이-팔 분쟁 등 국내외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민주주의 국가와 권위주의 국가 간의 신냉전 시대가 격화되면서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기술 패권 확보를 위한 반도체, 이차전지 등의 공급망 재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세계적으로 전기차의 가파른 수요와 맞물려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이차전지 산업의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한 국가 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미-EU 등 세계 주요국도 앞으로 10년을 이차전지 시장의 성패를 가르는 분수령으로 보고 자국의 이차전지 산업 육성을 위한 과감한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이차전지 시장은 2020년 70조원, 2030년 540조원 규모로 약 8배 고성장을 거듭할 전망이며 이와 함께 사용 후 배터리 시장도 2030년 70조원, 2050년 6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도 이차전지 산업이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 핵심 산업이자 반도체에 버금가는 주력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어 보인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22년에 국가첨단전략산업법 제정을 통해 이차전지를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지정하여 글로벌 생산 및 혁신 거점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차전지의 경우 공급망이 중요한 가운데 소재-셀-모듈-팩-재활용 국내 밸류체인을 통해 전고체, 리튬황 등 차세대 이차전지 개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전북 새만금에 배터리 전구체 생산, 경북 포항에 양극재 생산, 충북 청주에 차세대 이차전지, 울산에는 전고체 전지 개발 등을 위한 특화단지를 지정했다.

특화단지 4곳을 지정했다고는 하지만 글로벌 이차전지 패권 장악을 위한 대한민국 밸류체인 완성에 아직도 빈틈이 보이는 건 왜일까? 그렇다! 국내 최대의 항만 시설과 이를 활용한 리튬 등 이차전지 원료 소재부터 전구체,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재 그리고, 이차전지 재활용까지 이차전지 소재산업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전남 광양만권이 빠져 있어서가 아닐까? 진정으로 이차전지 밸류체인 완성을 위한 마지막 조각을 맞추기 위해서는 전남 광양만권의 이차전지 산업이 대한민국에는 반드시 필요하다.

전남 광양만권은 지난해 11월 포스코 필바라리튬솔루션 제1공장을 준공하고 수산화리튬 생산에 돌입했다. 올 4월에 제2공장까지 준공하면 연간 4만 3000t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이는 전기차 100만대 생산이 가능한 양이며, 2025년까지 연 2만 5000t을 추가 생산이 가능하도록 공장을 확장하고 있다. 그리고 SNNC는 이차전지용 고순도 니켈 연 2만t 생산 공장을 올 1분기에 준공을 앞두고 있으며, 포스코HY클린메탈은 이차전지 폐배터리를 파쇄해 만든 블랙파우더에서 니켈, 리튬, 코발트 등 금속 자원을 회수하는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의 전구체 연 5만t, 양극재 연 15만t 생산 체계도 갖춰가고 있다.

전남 광양만권의 가장 큰 경쟁력은 리튬, 니켈 등 원료 소재 생산이다. 리튬은 이차전지 핵심 원료로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양보다 약 4000배가 전기차 배터리 제작에 필요하다.

그러나 소수 국가만이 리튬 자원을 확보하고 생산할 수 있다. 광양만권은 호주 광석광물인 스포듀민과 아르헨티나 염호를 가공해 원료를 직접 들여와 리튬을 생산하는 등 공급망을 다변화했다. 지난 요소수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이 국가의 중요한 원료를 일부 국가에 의존하는 것은 지혜롭지 못하다. 전남은 이차전지 핵심 원료인 리튬을 안정적으로 공급하여 글로벌 공급망 위험을 최소화하는데 최적의 여건을 보유하고 있다.

지금까지 포스코 그룹 등은 전남 광양만권 이차전지 소재 관련에 약 2조 7000억원을 투자하였고 앞으로 약 6조원이 추가로 투자할 예정이다. 주변에는 광양제철소를 중심으로 금속소재 기업과 여수국가산단의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대규모 화학소재 기업들이 집적돼 있어 전후방 산업 육성도 가능하다. 아울러 여수공항, 광양항 등 우수한 물류 운송 체계도 주요한 강점이다.

무엇보다 전남은 이차전지 산업을 위한 도민들의 관심과 협력, 지원이 어느 곳보다 높은 지역이다. 기업 애로해소, 사업 기반구축, 전문 인력양성 등에 모든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전남도는 이러한 흩어져 있는 조각을 한 데 엮어 광양만권을 국내 최대 이차전지 소재부품 공급기지로 육성하기 위한 ‘광양만권 이차전지 소재부품 클러스터 조성’이라는 메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기업투자, 인프라, 인력양성, 물류 등을 한데 묶어 광양만권 이차전지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 기폭제가 필요하다. 특화단지가 그것이다.

포스코퓨처엠 등 선도기업, 향후 약 6조원의 투자계획, 기 조성된 산업생태계 등 광양만권은 모든 조건을 가지고 있다. 특화단지는 작게는 광양만권을 국내 최대 이차전지 소재부품 공급기지로 육성하고, 크게는 전북 새만금, 경북 포항, 충북 청주, 울산을 묶는 대한민국 이차전지 밸류체인을 완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이 시각에도 글로벌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국가와 기업의 경쟁은 계속되고 있다. 대한민국 이차전지산업에서 전남 광양만권은 절대 빠질 수 없는 곳이다. 빠른 시일 내에 전남 광양만권이 국가첨단전략산업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추가 지정되어 대한민국 이차전지 밸류체인이 완성되고 글로벌 이차전지 시장의 패권을 주도해 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