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쥔 쥔 문여소 문여소 문여소 복 들어강께 문여소 / 물 아래 김서방 나쁜 것들 싹 쓸어다 물 아래로 데꼬 가부소 / 머슴은 가래 메고 황소 타고 여농군은 흥에 겨워 춤을 추네’

이는 지난해 광산농악전수교육관에서 울려 퍼진 소리다. “아니 이것도 농악이에요?” 굿을 처음 본 사람들이 한결같이 물어보는 이야기다. 농악 하면 꽹과리 치고, 장구 치고, 북 치고 춤을 추는 공연 모습만 떠올리지만 농악은 다양한 얼굴과 이름이 있다.

정월 대보름 각 집을 돌며 액을 막아주면 액막이굿으로, 마을의 소원을 기원하는 도깨비굿으로, 힘든 농사일을 달래주는 만드리굿으로, 마을공동체를 결속하고 갈등 해소를 담은 잡색극인 도둑잽이굿으로 이름은 다르지만 다 농악의 다른 모습이다.

공동체가 해체되고, 마을이 소멸되면서 지금은 거의 사라지고 없어졌지만 광산농악이 시민들에게 쉽고 재밌게 가까이 다가가고자 재현한 굿이다.

광산농악은 광주시 서구 마륵동에 전승되어온 판굿농악을 중심으로 칠석동의 고싸움농악, 소촌동의 당산농악, 산월동의 풍장농악, 옥동과 유계동의 걸립농악 등 광주지역에서 연주되는 다양한 농악을 집대성한 농악이다.

1990년에 광산농악보존회로 결성되어 같은 해 제31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농악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지역 전통농악의 전승과 발전에 기여, 1992년 3월 16일 광주시 무형문화재 제8호로 지정됐고, 더불어 정득채(상쇠), 김종회(설장구), 서창순(설북) 세 선생께서 예능보유자로 지정됐다.

기쁨도 잠시 무형문화재로 지정은 되었지만 전수관이 마련되지 못해 이곳저곳 떠돌이 생활을 30년간 하게 된다. 단원이 50명 가까이다 보니 그 연습 장소를 마련하는 것도 매번 큰일이었다. 연습하는 것조차 자유롭지 못하니 발전을 커녕 보존하기도 힘든 처지였다. 그렇게 숙원 사업이었던 전수관이 마침내 2020년 10월 29일 광산구 하남동 가야제 옆에 개관하게 되었다.

하지만 개관과 더불어 3년간 코로나19로 인하여 제대로 운용을 할 수 없었다. 코로나19가 진정된 2023년 드디어 기지개를 켜고 여러 행사들을 할 수 있었다.

‘사시사철 굿이여’에서는 각 시기마다 연행되어 온 다양한 농악을 재현하고, 체험하고, 자세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산정동 지실마을 대보름굿’은 광산농악전수교육관이 있는 지실마을에서 대보름굿을 처음으로 진행하였고, ‘광산농악 한마당 축제’에서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지정된 농악을 다양하게 알리는 축제를 진행했다.

광산농악 전통을 재현하는 ‘무형문화재 공개행사’도 매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교육에서도 시민들이 쉽고 재밌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고, 춤추고, 연기하는 버라이어티 농악 만들기’를 매주 토요일 진행하였고, 광산농악을 상시적으로 배울 수 있게 ‘시민 배움터’도 매일 진행되고 있다.

또한 광주시 최초의 무형문화재 전수학교 지정으로 대촌중학교와 MOU를 체결하여 청소년들에게 전통문화를 전승하고 전통문화유산을 이끌어나갈 인재를 발굴하고 있다.

위 행사들은 2024년에도 4월 27일 ‘사시사철 굿이여’ 액막이굿을 시작으로 광산농악전수교육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광산농악 홈페이지(https://gwangsannongak.com)를 통해 공지된다.

광산농악 박병주 이사장은 “광산농악은 역사성과 전통성을 갖춘 지역 대표 농악으로, 지역의 전통연희 형식이 고스란히 보존돼 음악, 춤, 놀이, 극, 사설 등 문화자원 원천 콘텐츠로 광주의 자랑거리”라고 말했다.

다만 광산농악을 대내외에 알리는 활동을 강화하고, 단체가 조직력을 가지려면 예능보유자가 지정되어야 한다. 현재 초기 예능보유자로 지정이 되었던 정득채, 김종회, 서창순 세 선생님께서 모두 별세하여 공석으로 되어 있다. 각 선생님께 직접 전수를 받은 전수교육조교가 세명이나 되니 조속히 예능보유자로 지정이 되어 광산농악이 대내외적으로 널리 알려지고 발전하기를 고대한다.